[<Don Quixote> 'Grand Pas De Deux', Natalia Osipova & Ivan Vasiliev]

 

 

 

 

1. <돈키호테> 중 '그랑파드되'

 

극장은 흥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돈키호테> 3막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에서 나오는 '그랑 파드되'는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죠. 그만큼 화려합니다. 밍쿠스의 음악마저 파티에 걸맞지요. 신나는 '앙트레'로 시작하여 아름다운 파드되 아다지오(Adagio), 바질과 키트리 각각 독무가 이어지고, 연이어 키트리의 32회전 푸에떼(Fouette)에서는 극장에 환호성과 박수가 넘쳤어요. 그 기운을 받아 춤추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 무용수를 보니, 관객인 제가 다 흐뭇했습니다.

 

지난 3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관람한 후 오래간만에 만난 국립발레단 공연이었죠. 엑기스만 쏙쏙 만날 수 있는 갈라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돈키호테 중 '그랑파드되'>와 <세레나데>는 이미 봤던 작품이라 익숙함에서 오는 친숙함이 기대됐어요. 2부 <오감도>와 <빈집>, <트로이 게임>은 처음 보는 작품이라 새로움에서 오는 설렘으로 기다려졌습니다.

 

바질로 나선 발레리노 이재우씨는 친근했어요. 국립발레단 성인 아카데미에서 일일 선생님으로 직접 발레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죠. 건장해도 너무 건장한 체격을 눈 앞에서 보면 남자인 제가 봐도 어마무시합니다. 그 큰 키에서 나오는 힘찬 도약과 턴은 탄성을 자아냈어요. 발레리나 김리회씨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봤던 리프트, Fish Dive(물고기 포즈)로 그랑파드되를 뜨겁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 출연: 김리회, 이재우

-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김종욱)

-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알렉산드르 고르스키

- 음악: 루트비히 밍쿠스

- 관람일: 6월 18일 15시

 

 

 

 

 

 

 

2. 세레나데

 

화려한 <돈키호테>를 받쳐주는 무대가 중앙의 샹젤리제 뿐이라 좀 아쉬웠지만, 곧 만날 <세레나데>를 위한 장치 때문이었습니다.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음악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죠. 링컨 커스틴과 뉴욕 시티 발레단을 설립한 무용수 겸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 만들었습니다. 그의 주요 작품 이력에서 항상 첫 줄을 장식하죠.

 

코리안심포니가 연주를 시작하자 들떴던 분위기가 차분해졌어요. 쌀쌀하지만 탁 틔어 시리도록 맑은 겨울 날씨 같다고 할까요? 심금을 울리던 1악장 '소나티나' 첫 주제가 약 50여초간 흐릅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막이 오르죠. 푸른 조명의 낮은 조도 속에 얇고 나풀거리는 로맨틱 튀튀를 입은 17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오른팔을 들어 올리고 서있어요. 현악기의 애끓는 연주와 절묘하게 맞아 작품으로 단번에 빨려 들어갔어요.

 

마치 <백조의 호수> '정경'이나 <라 바야데르>의 '망령의 제국' 같은 낭만발레를 대표하는 군무 발레블랑과 비슷했습니다. 턴 인으로 서있던 발을 포지션 1번으로 한 번에 바꾸는 장면은 멋진 제식 동작 같았어요. 학생들을 위한 작품이었던지 발레 기본 동작인 포지션, 폴드브라의 앙오나 알라스콩드, 아라베스크와 깡브레 등이 확연히 볼 수 있도록 작품 속에 녹아 들었습니다.

 

2악장 '왈츠'는 남성 무용수와 함께 2인무 파드되로 시작하며 즐거워요. 3악장은 '엘레지'이나 안무가는 일부러 4악장과 바꿔 '러시아 주제'가 먼저 나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집에서 펼쳐지는 파티처럼 안온한 유쾌함이 퍼지더군요. 군무가 시종일관 활기찹니다. 특히 리드미컬한 리듬에 맞춘 아라베스크 점프나 시송, 쑤쑤 등의 동작은 같이 추고 싶어지더군요.

 

여성 무용수가 쓰러지면서 흥겨운 음악이 끝나고 마지막 악장이 시작됩니다. 한 남성이 여성 무용수에 의해 얼굴이 가려진 채 무대로 나오며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죠. 즉, 슬프고 시려워졌습니다. 군무는 계속되지만 그 속에서 한 쌍의 남성과 여성 무용수가 분위기를 이끌어가요.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발레리나 박슬기씨는 '엘레지'의 의미를 춤으로 보여주며 퇴장하는데 먹먹한 여운이 인터미션까지 이어졌습니다.

 

- 출연: 박슬기, 한나래, 박예은B, 허서명, 박종석 외 다수

-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김종욱)

- 안무: 조지 발란신

- 음악: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3. 오감도, 빈집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박나리씨가 안무한 <오감도>는 이상이 발표한 동명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2015년 '국립발레단 무브먼트 시리즈'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어요. 컴컴한 무대에서 한 명의 발레리나가 천천히 중앙에 나와 짚인형에 붉은 천을 감아 천장에 올리면서 시작합니다. 이상의 시를 육성으로 한 행씩 읊어주면 무용수가 한 명씩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쓰러지는 연출은 강렬했어요.

 

쓰러졌던 이들이 영화 <은행나무 침대> OST 중 '재회, Fight, 월식'에 맞추어 군무와 독무를 보여줍니다. 영화본지가 꽤 오래되어 어렴풋 기억나지만, 음악이 참 좋더군요. 창가의 국악이 전면에 나서고 현대스러운 리드미컬한 음악이 받쳐 줍니다.  스토리가 지닌 애잔함이 전해오고, 마치 한국무용을 현대발레로 풀어낸 느낌이 들었어요.

 

김덕수 사물놀이의 '비나리'로 음악이 바뀌며, 발레리나 박슬기씨의 독무가 펼쳐집니다. 찡했어요. 눈가가 붉어질 정도로. 살풀이를 보는 듯해 위로를 받았습니다. 안무가는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꼈다고 해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그럴진대 이 작품을 통해 위로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으니, 적어도 제게는 그런 의도가 들어 맞았습니다.

 

<오감도>의 감명이 <빈집>까지 이어졌어요. 작품은 짧았습니다. 엘리엇 스미스의 'Between the bars' 음악 2분 여의 안무가 이어졌어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씨가 안무했습니다. 역시 기형도 시인의 동명 시에 영감을 받았어요. 또한, 영화 <Her>를 보고 느낀 상실감을 개인적인 아픔과 함께 담았다고 해요. 드미 솔리스트 정은영씨와 이인무로 구성된 춤은 시종일관 격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오감도>

- 출연: 박슬기, 박나리, 김하림, 김지희, 김지현, 허서명, 김명규A, 변성완, 김태석

- 안무: 박나리

- 음악: 영화 <은행나무침대> OST 중 재회, Fight, 월식 (이동준)

         비나리 (김덕수 사물놀이)

 

<빈집>

- 출연: 이영철, 정은영

- 안무: 이영철

- 음악: 엘리엇 스미스 Between the Bars

 

 

 

 

 

 

 

 

4. 트로이 게임

 

여성 위주이면서 아름답지만 시려운 감성이 돋보인 <세레나데>와 대립되는 남성 군무 <트로이 게임>이 마지막 무대였어요. 여러 타악기의 리드미컬함이 돋보이는 음악이었습니다. 브라질 삼바의 원형으로 알려진 타악기가 총동원된 듯한 바투카다(Batucada)를 입힌 밥 다운즈(Bob Downes)의 Shadow boxing이 1막 <돈키호테 그랑파드되>의 흥을 다시 불러왔어요.

 

런던컨템포러리댄스시어터의 로버트 노스가 안무하고 초연되었습니다. 프로그램북을 봤을 때는 <스파르타쿠스>와 비슷한 느낌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어요. 첫 인상은 단순하지만 현란한 색의 의상부터 의아하기도 했지만, 익살 맞았어요. 무용수가 엇갈려 나오면서 기합같은 함성으로 시작합니다. 서로 간에 힘을 자랑하죠. 춤을 추는 건지 개그 프로에서 합을 맞춘 동작을 하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바투카다 리듬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점차 군무다워집니다. 안무가가 태극권, 합기도, 카포에이라 무술에 영감을 받아서인지 곳곳에 무술 품새같은 동작들이 많아요. 부산함 역시 치밀하게 짜인 듯 합니다. 한 발로 균형잡기 대결을 춤으로 보여주는 건 아직도 기억나네요. 후반부로 갈수록 장난기 가득한 코믹 댄스를 누가 더 잘 추는지 펼쳐지는 개인기는 축제를 돋보이는 갈라 공연으로서 최고의 구성이었습니다.

 

- 출연: 이수희, 김희현, 변성완, 이유홍, 김명규A, 김명규B, 전호진, 김태석

- 안무: 로버트 노스

- 음악: 바투카다, 밥 다운즈 Shadow Boxing

 

 

 

 

 

 

 

5. 축제를 위한 세레나데, 발레갈라

 

갈라 공연이라 당연히 녹음된 음악을 들을 거라 여겼는데, 코리안심포니가 연주한 <돈키호테 그랑파드되>와 <세레나데>는 땡잡았어요. 간만에 만난 발레리나 박슬기씨의 춤은 역시나 감명스러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춤에 캐릭터의 감정과 감성이 잘 녹아드는 건지 감탄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이런 축제에 흥을 마음껏 발산해주었던 다른 관객 분들과 함께 공연을 보아서 즐거웠습니다.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이자, 제170회 정기공연이었던 국립발레단의 <발레 갈라> 공연은 마치 축제를 위한 세레나데가 아니었을까 생각들었습니다.

 

 

 

[<Serenade>]

 

 

[Tchaikovsky의 Serenade for String, <클래식매니저>]

[가장 좌측의 안테나 모양의 버튼을 클릭하면 Play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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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2017.06.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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