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타 소프라노들의 내한공연이 유독 많았던 2017년 하반기, 가장 기대했던 디아나 담라우의 첫 번째 내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조수미씨처럼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기똥차게 부르며 명성을 떨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지요. 저 역시 운좋게 메가박스에서 그녀가 나왔던 <마술피리>를 보며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녀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올해 메트에 출연한 그녀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흠뻑 빠졌습니다. 국립오페라단에서 공연할 때 소프라노 박혜상씨가 나온 작품으로 예습이 충분했던지 실황으로 봤는데도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디아나 담라우는 40살이 넘었는데도 줄리엣의 소녀 감성을 출중하게 연기하고 노래하여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작품을 보고난 후 그녀의 공연을 실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연 소식을 듣자 어찌나 반갑던지 티켓 오픈하자마자 예매했습니다. 성대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부르지 않는다고 하여 아쉬웠어요. 라이브로 꼭 들어보고 싶은 곡이었습니다. 특히 담라우가 직접 불러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이런저런 매체에서 소식을 접하니 그녀는 매우 가벼운 레쩨로에서 조금씩 무거운 리릭의 소리로 변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콜로라투라의 기교는 변함 없었습니다.

 

 

 

 

[역시 가장 듣고 싶은 건 그녀가 부른 '밤의 여왕의 아리아', 영상에는 1분 40초 부터 나옵니다]

 

 

 

이번 공연은 음원이나 영상으로만 접했던 콜로라투라의 의미를 몸소 직접 겪어본 첫 공연이었어요. 프라임 필 하모닉의 연주가 끝나고 무대에 출연한 그녀를 환호하는 박수와 함성이 터지자 조금 놀란 표정과 제스츄어를 취한 후 곧 노래 속으로 빠져들더군요. 첫 곡은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니의 아리아 'Una voce poco fa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 였습니다.

 

이 곡이 원래 이렇게 기교가 넘치는 곡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청중을 쥐락펴락했어요. 보기만 해도 어려울 거라 생각되는 스케일을 고음과 중저음을 넘나들며 번가르는데도 플라멩코를 추는 여유가 돋보였습니다. 세비야가 플라멩코의 고장이잖아요? 그 중에서도 '세비야나스'라는 대표적인 춤을 추더군요. 오페라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준비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남편 베이스바리톤 니콜라 테스테 역시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바르톨로가 부르는 'La calunnia (험담은 미풍처럼)'으로 첫 만남을 신고했어요. 안나 네트렙코 역시 본인의 콘서트에 남편인 테너를 함께 참여 시킨 바 있지만 혹평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조금 걱정했습니다만,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베이스 바리톤답게 묵직한 음들이 오케스트라에 묻히지 않고 전달되더군요. 담라우의 화려한 고음들과 균형을 잘 맞추었습니다.

 

 

 

 

[춤까지 추며 노래하는 여유, 출처: 디아나 담라우 페이스북]

 

 

 

 

두 번째로 그녀가 부른 곡은 라이브로 가장 듣고 싶었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아리아로 알려진 'Ah! Je Veux Vivre(아!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였어요. 사실 이 곡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소프라노 박혜상씨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미리보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가 아닌 같은 공간에서 직접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감명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죠.

 

이후로 담라우가 출연한 MetOpera 에서 이 곡을 부를 때는 수줍음 많지만, 호기심 또한 넘치는 생기 가득한 모습을 보며 푹 빠졌습니다. 오페라에서처럼 역동적으로 불러주었어요. 노래가 주는 흥에 취해 운신의 폭을 넓히며, 턴도 마음대로 돌아도 그 어려워 보이는 음들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브라바' ...

 

하지만, 고음 특히 최고음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MetOpera 나 <마술피리>에서 그리고 음반에서 들었을 때처럼 짜릿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했어요. '올라가기는 올라간다'는 느낌이랄까요? 세번째 불렀던 곡에서 느꼈습니다.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의 'O quante volte(오! 몇번인가)' 의 최고음은 정말 아주 잠시 어렵게 가까스로 찍고 내려오는 듯 했어요. 그제야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Ah! Je veux vivre' by Diana Damrau]

 

 

 

 

오케스트라도 이번 공연의 주역이었어요.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만했습니다. 담라우가 1곡을 부르면 남편 니콜라 테스테가 1곡을 부르고, 이후 프라임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곡을 들려주었어요. 비율이 1:1:1 이었습니다. 컨디션 보호를 위해서였겠지만, 1부는 그럭저럭 2부에는 비록 오케스트라 연주 나쁘지 않았지만, 조금 짜증이 났어요. 담라우 공연을 보러 온거지 연주를 들으러 온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중창을 빼고 총 6곡 밖에 부르지 않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더 듣고 싶었어요. 하지만, 담라우가 고른 곡들이 모두 화려한 고음과 변화무쌍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호흡이 길었던 곡들이라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으로 부른 <La Traviata>의 'E strano .... ah, fors'e lui ... sempre libera (아 그대인가)'에서는 친숙하기도 하며 공연의 마지막 곡이라 아쉬움까지 진하게 묻어 감명이 깊었어요.

 

첫 앙콜은 그녀하면 생각나는 또 다른 곡 'O mio babbino caro' 였습니다. 편해보였지만, 고음 속에 감정까지 편안하게 뿜어내는 모습을 보며 감탄은 끝나지 않았어요. 끊이지 않던 커튼콜에 당연히 그녀의 남편이 나올 줄 알았으나, 이번에도 담라우가 악보를 들고 나왔습니다. '무슨 곡이길래?' 궁금했어요. 첫 소절을 듣자 '어?' 싶었습니다.

 

우리가곡 '동심초' 였어요. 사실 이 가곡을 알고 있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가곡이었으면 느끼는 감명은 훨씬 컸을텐데 말이죠. 그녀의 노래가 여운을 남기며 끝나자 객석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기립에 환호까지. 팬서비스가 확실했어요. 이게 그녀의 아우라인가 싶었습니다. 비록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프로 정신은 확실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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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공연은 2017년 11월 21일에 관람했습니다. 리뷰를 써놓고 공개를 한 줄 알았는데 하지 않았었네요.

 

 

 

 

 

 

by 왕마담 2018.04.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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