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끝나고 집 가는 길, 머리는 멍했고 귀는 여전히 멍멍했다. ‘언제 또 소프라노 이명주씨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끝난 무대로 가슴은 뭉글했고, 감흥의 잔향은 진했다. 지난 5월 국립오페라단 오페라갈라에서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로 나왔던 그녀에게 단숨에 반했다. 예술의 전당 기획공연 클래식스타 출연 소식을 보고 쾌재를 부르며 예매했다.

 

1부는 피아니스트 조재혁씨가 쇼팽의 ‘즉흥곡 1번 Op.29’ 연주로 운을 띄웠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와 다른 공연에서 연주를 들었던 지라 반갑다. 그의 반주는 기대를 더욱 부추겼다.

 

R.슈트라우스의 가곡으로 무대를 열었다. 2곡씩 4곡을 사이 좋게 불렀다. 그나마 아는 곡 ‘Zueignung(헌정)’이 빠져 아쉽지만, 적절한 에피타이저였다. 곡이 이어질 때마다 일상에 굳은 마음이 촉촉해진다. 마지막 가곡 ‘Morgen(내일)’을 이명주씨가 첫 음을 불러줄 땐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부드럽게 안아주는 듯한 소리에 ‘오늘 수고했다’며 위로 해주는 듯 싶어 몽글했다.

 

이들은 곧 미미와 로돌포가 됐다.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을 부를 땐 마치 어두운 방에서 열쇠를 찾다가 손을 잡고 꿀 떨어지듯 노래한다. 정호윤씨는 가곡 부를 때 성량이 작은 듯 했는데, 돌변했다. 쩌렁한 하이C 마저 표정 연기하며 낼땐 짜릿했다. 답가 ‘Mi chiamano Mimi(내 이름은 미미)’ 역시 연기가 빠짐 없다. 이중창 ‘O soave fanciulla(오, 사랑스런 아가씨)’ 무대를 떠나며 함께 부르는 모습에 콘서트가 아닌 오페라를 보는 듯 했다.

 

카바라도시 아리아 ‘Recondita armonia(오묘한 조화)’로 2부를 시작하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 올랐다. ‘Mario Mario... son qui!(마리오 마리오... 나 여기 있소!)’를 부르기 전 안젤로티를 숨겨준 듯한 연기가 디테일하다. 토스카로 변한 이명주씨 소리는 다양했다. 질투와 설렘, 애교와 카리스마까지 프로다운 연기에 흠뻑 빠졌다. 특히 관객석에 그림이 있는 듯 콕 집어 눈동자를 까만색으로 그려달라고 할 땐 어찌나 귀엽던지. 관객석 여기저기서도 웃음이 터졌다.

 

<토스카>는 테너의 아리아와 이중창, <마담 버터플라이>는 소프라노의 아리아와 이중창으로 사이좋게 꾸몄다. 중간에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에서 들어봤던 조재혁씨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연주가 있었다. ‘Un bel di vedremo(어느 맑게 갠 날)’을 들을 땐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울고 싶었다. 펑펑. 작품의 맥락까지 살려준 아리아에 초초상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음까지 사그러들어서야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에 또 눈시울을 붉혔다.

 

앙콜은 두 곡을 불렀다. 마지막을 암시하듯 두번째 곡은 <리골레토>에 나오는 ‘Addio .... Speranza ed anima(내 꿈도 희망도 모두 안녕)‘ 였다. 절창이란 이런 건가 싶다. 힘을 다해 끝간데 모를 고음이 주는 쾌감에 이은 감동이 쉬이 잊히지 않는다. (첫 번째 앙콜곡은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에 나오는 ‘Dein Ist Mein Ganzes Herz (그대는 나의 모든 것)’ 이라고 합니다~^^)

 

공연 관람일 : 2018년 7월 12일

 

 

[E strano-La Traviata-Sprano 이명주와 서울시향 with 정명훈]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페이스북]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페이스북]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페이스북]

 

by 왕마담 2018.08.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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