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람과 시대의 잔인함이 그랬지만 무엇보다 먼저 든 생각은 나도 저런 일을 당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었다.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시대에 숨을 쉬기는 했지만 그저 어린이였을 뿐이라는 점이.

 

영화 포스터에는 22일 간의 기록을 담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11 22일에 개봉하는 것인 것? 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내용에서는 몇 일째라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21일째 되는 날 고문 받던 김종태는 사장님이라 불리는 의사결정권자 앞에서 지금까지의 진술은 모두 거짓됐다고 말한다. 거기에 분노한 고문기술자 이두한은 더욱 더 잔인하고 모진 고문을 가하려고 할 때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지고 주먹이 꽉 쥐어졌다. 김종태가 어서 그냥 시키는 대로의 진술을 하고 끝나기를 바랬다.

 

그만큼 영화는 고문의 모짐과 가혹함, 인간성을 철저하게 밝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묘사한다. 그 동안 말과 글로만 보았던 물고문과 고춧가루 고문, 전기고문, 구타 등이 얼마나 끔찍한 것들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잔인한 것은 그 고문을 하는 남영동의 장소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상을 이어가는 하나의 사무실이라는 점이다.

 

고문을 가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윤사장, 박전무 같은 정치적 권력을 위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들 옆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자신을 아주 프로페셔널로 자부하는) 장의사로 불리는 고문기술자 이두한이 있다. 그리고 폭력과 인간성에 점차 자신의 인간성도 잃어가는 강과장, 백계장, 이계장, 김계장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피해자는 승진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될 뿐이고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도구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이계장이 김종태에게 때리면서 말하기는 하지만 제발 시키는 대로 진술하라고 비는 장면과 그 옆에서 숙연해진 사람들은 잠재되어 있었을 인간같은 인간성을 조금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속 그들이 계속 살았다면 이두한이나 박전무 혹은 윤사장과 같은 사람이 되었으리라 생각됐다. 그들이 일하는 환경 속에서 결국 자신이 갖고 있던 인간성은 목적을 위해 스스로 밟고 죽였어야 할 테니까.

 

여러분 힘드셨죠? 힘드시라고 만든 영화입니다. 여러분은 2시간 힘들었지만, 배우는 2달 힘들었어요. 또 김근태 의원님은 평생 힘들어하다가 돌아가셨고, 아직도 많은 고문 피해자들이 매일매일 힘들어하세요. 우리가 2시간 힘들고 아파하며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정지영 감독의 말이다. 그가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를 분명하게 나타내주는 말이다.

 

너무 크지 않은 신체적인 상처는 잘 다스리면 스스로 치유된다. 하지만, 정신적인 상처와 아픔은 간직한다고 해서 치유되지 않는다. 직시하여 극복하고자 노력할 때에서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관객에게 분명 인기 없을 영화지만 그들의 용기가 있기에 또 다가올 시대는 밝다고 생각한다.

 

 

        

by 왕마담 2012.11.28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