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스포일러성 글이 있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으면 리뷰를 읽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포스터]

 

 

'테러'는 왜 일어날까? 영화를 본 후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일부러 이런저런 글들을 읽지 않고 순전히 내 생각만을 얘기해보면 '테러리즘'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부재가 아닐까? 누구도 나의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관심을 끌고 듣게 할까?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끔찍하지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테러'. 승패의 개념도 없다. 모두 죽는다. 가하거나 당하는 사람 모두.

 

국민 앵커에서 미끄러진 '윤영하(하정우)'는 장난 같은 테러 전화에 단번에 인기를 되찾을 궁리를 한다. 그것을 자신의 승진을 위해 이용하는 '차대은(이경영)'과 방송국 경영진들이 언론사의 권력 생성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명예를 되찾을 기회에 희열까지 느끼는 듯 했다. 시간이 갈수록 살인의 협박을 받으며 순간마다 변하는 상황에서 내적 갈등을 연기하는 하정우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뉴스룸 속 귀에 꽂는 '인이어'에 설치된 폭탄으로 인질이 되어 버린 상황을 보며 <스피드> <폰 부스> 그리고 미드 <24>가 떠올랐다. <스피드>는 경찰의 폭탄 해체전문가였던 테러리스트가 버스에 탄 승객을 인질로 해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모습이, <폰 부스>에서는 저격총으로 협박을 받는 주인공 '스투 세퍼드'가 받는 압박이, 미드 <24>는 주인공의 딸을 인질로 잡아 범인이 테러를 지시하는 상황이 비슷했다. 참고로 <폰 부스> <24>는 모두 '키퍼 서덜랜드'가 주연으로 나온다.(폰 부스에서는 목소리만 들릴 때가 더 많지만...)

 

 

[초반부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장면인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제작비를 많이 아낀 듯 보였다. 그렇지만 영화가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잘 드러난다. 아마도 아낀 제작비용으로 Point가 될 이야기에 집중했을 것이다. 마포대교가 실제로 폭파되며 상황 자체가 흥미롭게 흘러가며 흐름 중간에 각각의 요소들이 시너지를 보이는 듯한 장면들이 있다. 경찰 특공대의 정의로웠던 여배우 '박정민'이 등장하면서 범인과의 줄다리기는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며 극은 빨라진다. 경쟁사 방송국 앵커가 윤영하 약점을 방송에 내보냈을 때는 제 삼자였던 인질이 사건의 핵심이 되어가는 모습은 긴장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게다가 순전히 앵커룸에서만 이야기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마포대교와 빌딩 폭파신, 체포 작전 등이 더해주며 보너스 받는 재미를 준다.

 

사회적으로 소외됐던 아버지의 아들로서 복수를 대신할 만큼 공감을 떠올릴 수 있었던 사건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그리고 실제 테러리스트가 정체를 드러냈을 때 방송국과 정부를 상대로 폭탄 테러를 일으킬 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았다. 테러라는 상황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왜 일어났는지 그 이면에 대한 이야기의 부재는 아쉬웠다. 아예 영화 <아저씨>의 '람로완'처럼 그 정체가 아예 궁금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사람이 아닌 자본주의에 대한 도리를 철저하게 따르는 역할의 이경영, 잠시 나오지만 카리스마 있다]

 

빈부격차로 인한 새로운 계급 사회의 출현, 자신에 대한 이기심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가 테러라는 극단적 도구로 터지는 듯 보였다. 더 이상 테러라는 무력시위는 미국과 알카에다와의 관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뒤돌아서면 아무렇지 않은 일에도 금방 발끈할 때가 있다. 사건은 소소하지만 감정은 극에 치닫는 경우다. 극단적인 울컥거림으로 생각이 지배당하는 것이다.

 

간혹 뉴스에 나오는 '묻지마~ 범죄'를 볼 때면 테러리즘도 개인화가 되어 가고 있는 듯 보인다. 더 이상 거창한 정치적 이념을 통한 무력시위 수준이 아니다. 개인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도구가 되어 가고 있다. 건강하지 못하지만 현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들.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더 테러 라이브>는 내게 단순한 재미 그 이상의 메시지를 준 듯 싶다.

 

설국열차와 재미를 비교하기 위해 하루 사이에 보았다. 제작비 대비 높은 퀄리티와 재미를 보장했다. 자본이 많지 않은 영화인들이 지향하기 위한 귀한 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by 왕마담 2013.08.13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