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포스터]

 

 

 

메탈리카에 심취했을 시기는 두 번이 있었는데 그 시기는 꽤 늦은 편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부분 중/고등학생 때 광팬이 되어 군대 제대 후에는 학업과 취업 전선에 뛰어 들며 스스로 물러나는 듯 보였어요. 메탈리카의 음악 중 처음으로 들었던 곡은 <Master of Puppets>로 기억 하는데 그 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할지도 몰라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때였지요.

 

당시 인테리어 디자인 학원을 다녔어요. 사실 가만 있기는 불안하고 배우면 취업은 될 듯 해서 비싼 학원비를 매달 물며 다녀서 인지 마음 한 구석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 때 처음 들었던 메탈리카는 시원한 무언가를 대신 쏟아내어 주었습니다. 기존에 많이 듣던 일렉트릭과 힙합, 발라드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사운드에 압도당했다고 할까요? 순간적으로 나마 뭔가 짖누르던 현실을 좀 벗어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요.

 

제대는 공교롭게도 IMF로 인한 후폭풍이 극심했던 시기였었죠.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답답했던 시기 쉽지 않게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미도파 백화점 파견직이었습니다. 전산실 오퍼레이터로 근무를 했어요. 처음에는 일을 한다는 것에 고무되었지만 얼마 안 가 매일 늦게 출근하여 늦게 퇴근하는 반복되는 생활과 어디도 소속되어 있지 않는 느낌은 곧 메탈리카를 다시 찾게 되었지요.

 

 

[강렬한 무대]

 

 

 

생각해보면 메탈리카는 친구같은 존재로 남아 있었네요. 메탈이라는 장르를 즐겨 듣지는 않습니다. 다른 메탈 그룹의 음악을 들어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만, 이 그룹은 장르를 떠나 뭔가를 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했던 답답함을 간직한 기억과 함께 남아 있네요.

 

영화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메탈리카는 공연을 하고 로드 매니저인 남자 주인공은 어떤 물건을 가져 오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게 되지요. 폭동 현장과 비슷하지만 어떤 기괴한 복장의 말탄 기사가 나타나며 몽롱한 모험을 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메탈리카의 음악이 공연장에서 연이어 펼쳐지며 영화인지 공연인지 모를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무대의 백그라운드는 데뷔 30주년 기념 라이브 공연을 생생히 담아냈다고 합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색다른 공연 무대에 깜짝 놀랐습니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10M에 달하는 도리스 조각상이 공연 와중 세워지는 모습과 전기 충격과 같은 테슬라 코일이 보여주는 위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관에 갇힌 사람들의 영상 모습 역시 던져 주는 모습이 메탈리카의 음악을 말해주는 듯 보였습니다.

 

 

[공연 중간 세워지는 10M의 거대 모리스 조각상]

 

 

 

모습 뿐만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거대한 조각상이 다시 산산 조각 나고, 유명 무대 디자이너 마크 피셔의 공들여 셋팅한 무대는 사고로 인해 빛을 잃어 버립니다. 그 안에 남겨진 메탈리카는 처음 차고에서 자신들이 처음 시작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하며 남겨진 공연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지요. 1983년 데뷔 후 지금까지 이어진 음악 생활에 얻은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듯 보였습니다.

 

익숙했던 <The ecstasy of gold>로 무대가 시작되어 질 때는 가슴이 정말 요동쳤습니다. '~', 이 생생함을 뭔가 잊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연이어 <Enter Sandman>, <One>, <Master of Puppets>, <Battery> 등 그들의 유명 곡들이 몽환적이고 도전적이며, 파괴적인 영상들과 함께 들려 올 때 마다 알 수 없는 쾌감이 이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곡인 <Nothing else matters>에서는 옛 생각에 눈물이 핑 돌더군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영화란 (음악, 공연, 미술 등등 모두...)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 그들만이 갖고 있는 가슴 속의 그 무언가를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지요.

 

 

[카리스마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메인보컬과 기타의 제임스 헷필드]

 

 

 

결국, 모험 같은 미션을 마치고 피와 먼지투성이로 돌아온 주인공 '트립'은 관중들이 이미 사라진 공연장을 보게 됩니다. 뭔가의 허탈함과 공허함을 느꼈을 당시 언제 무대 위에 있었는지 몰랐던 메탈리카 멤버들이 <Orion>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누구의 인정도 바라지 않고 음악에만 빠졌던 그들의 차고에서 연주하듯 말이지요.

 

그 모습을 보며 당시 풀리는 일 하나 없지만 세상으로의 도전에 가득 차 있었던 제 모습 역시 떠올랐습니다. 전산실 한 구석에서 프로그래밍 언어책을 보고, 남들이 다 퇴근했던 LAB실에서 시험 준비를 하고, 눈치가 보이기는 하나 학업을 시작했던... 그 때의 저 만의 차고 그 안에서의 열정 말이지요. 누구나 각자 자신 만의 차고가 있지 않았을까요?

 

참고: 이 영화는 차세대 영화 오디오 플랫폼이라 불리우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본격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음악이 주된 영화인 만큼 더욱 고품격의 사운드를 듣기 위해 서는 Dolby Atmos 극장을 찾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는 주로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의 M2관을 이용합니다. (사실 좋은 영화라 생각되면 거의 여기서 보고는 하지요. 사운드의 생생함이 다른 일반 극장과 확연히 차이납니다)

 

 

 

[메탈리카에 결정적으로 심취하게 만들어 준 'Orion']

 

by 왕마담 2014.07.21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