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섯 번 째의 연주회인데도 누군가 앞에서 노래 부른다는 사실은 편안함보다 긴장감을 더 불러 일으킵니다. 배운 만큼 잘 부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겠지요. 현실은 학습했다고 해서 누구나 가수가 될 수 있지 않듯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는 데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걸 알아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건 어렵더라고요. 귀에 익숙한 건 대가들의 소리라 따르고 싶어도 어렵다는 걸 깨닫는 순간 편안해지기 보다는 조급하게 됩니다. 성악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을 어찌 가져야 되는 지를 배우는 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학기 연주곡은 Tosti라는 작곡가의 <L'ultima canzone>입니다. Tosti는 지난 학기에 배웠던 <Marechiare(마레키아레)>를 통해 친숙했어요. 영국으로 귀화하였으나 말년에는 이탈리아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다고 하네요. 이탈리아와 영국의 음악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듯 합니다.

 

 

[토스티]

 

 

L'ultima canzone는 우리나라 말로 <최후의 노래>로 해석돼요. 원어로 해석될 때의 뉘앙스는 다를 수 있지만 제목이 극단적으로 들렸습니다. 가사를 살펴보니 자신을 떠나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니나에 대한 꺼지지 않는 애증을 다루었어요. 멜로디는 듣기 좋은 서정성이 있으나 하이라이트는 격정적이었습니다.

 

이번 학기 <Granada(그라나다)>라는 매우 유명한 가곡도 같이 배웠어요. 파바로티나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신예의 테너들이 즐겨 부르는 곡이었습니다. 작년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며 역사를 살펴봤는데, 그라나다는 이슬람 세력이 마지막까지 저항하며 특유의 유적들로 가득하며 플라멩코의 기원이 되는 도시였죠.

 

좋아하는 플라멩코 박자와 캐스터네츠 리듬으로 가득한 이 곡을 부르려 했지만 멜로디가 어려웠습니다. 지금의 제가 노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택한 곡, 바로 L'ultima canzone 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곡도 쉽지는 않았어요. 단지 연주회까지 노력하면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Jose Carreras 가 부르는 <L'Ultima Canzone>]

 

 

운 좋게도 얼마전 관람한 <2014 호세 카레라스 콘서트>에서도 이 곡이 불리었죠. 어찌나 감명을 받았던지. 잘 택했다 싶었습니다. But, 연습을 해도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어요. 우선 첫 단락과 두번째 단락의 음이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는데 마지막까지 헷갈렸습니다. 음 하나의 차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완전히 달라지는 부분이었죠.

 

연음이 많지는 않지만 하이라이트 부분에 섞여 있어 마음껏 부르기 어려웠습니다. 빠르게 음을 바꿔주는 레가토는 여전히 무척 어려워 잘 되지 않기 때문이죠.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랫턱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에 생각과 다르게 박자를 쫓아가기 벅차다고 하십니다. 성악이라 무작정 힘있게 불러야 겠다는 마음이 과욕을 부르는 듯 싶었어요.

 

전체가 낮은 음으로 배웠는데 연주회를 앞두고 원음인 높은 음으로 바꿨습니다. 반장님이 악보를 구해 주기는 했는데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더군요. 나중에는 원음이 좀 더 편했습니다. 배우기 위해 유튜브에서 찾아본 대가들의 노래는 모두 원음이었기 때문인 듯 해요.

 

 

 

[동영상을 찍은 아이폰6플러스를 잃어버려 녹음한 파일만(마음을 단디 먹고 들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녹음했던 제 목소리를 꽤 많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손발이 오그라들어 한 두번 이상은 도저히 듣지 못했지만 좀 더 잘 부르고 싶은 욕심이 이를 극복하게 하네요. 특히 첫 음을 들어가는 데가 헷갈려 매우 여러 번 들어 보니 피아노 연주가 어떻게 나오는지 감이 조금 잡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도 아리송했지만.

 

녹음한 제 목소리를 직접 여러 번 들으니 많은 게 잘 되지 않지만 무엇이 정말 잘 되지 않는지 느낌이 조금씩 오더라고요. 특히 선생님이 꼬집어 주는 부분에 대해서 연습을 집중해서 하니 곡을 살리는 데에 일조하는 듯 했습니다. 부르는 사람만 좋기 보다는 듣는 청중에게 포인트가 맞춰진 레슨이었죠.

 

지금까지 부른 연주회 중 가장 나았다는 반주 선생님의 말씀을 등에 업고 동영상을 올리고 싶었으나 저장되어 있던 아이폰6를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그래도 전에 갖고 있던 아이폰4에 녹음을 같이 해놓아 음원을 남길 수 있게 되었네요. 겨울학기에는 조금 더 나아지는 모습으로 남길 영상을 기대해봅니다.

by 왕마담 2014.12.14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