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공연을 총 46회 관람했다. 이 중 발레가 12회, 오페라(메가박스 실황)가 11회, 클래식 오케스트라 연주 10회 관람하여 대다수를 차지했다. 담라우, 네트렙코, 게오르규, 르네플레밍, 리즈린드스트롬의 유명 소프라노 리사이틀과 김선욱씨의 피아노 리사이틀 감명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공연을 각 1회씩 관람한 거를 빼면 클래식을 공연만 관람했다. 뮤지컬을 많이 보던 취향에서 해를 넘길수록 줄어들더니 이번에 아예 보지 않았다. 연극 역시 한 편도 보지 않았는데 좀 아쉽다. 그리스 비극이나 고전소설을 무대로 옮긴 극은 보고 싶었는데 부지런하지 못했다.

 

Best 10을 뽑은 기준은 여전히 가슴이 기억하는 작품 위주로 뽑았다. 다르게 말하면 ‘내 마음대로’ 겠지. 순위에 넣지 못한 와이즈발레단 <지젤> 과 유니버셜발레단 <돈키호테>, 오페라 <나부코>, 르네 플레밍 리사이틀 역시 기억에 많이 남는다. 2018년에는 어떤 공연을 관람하고 감동과 감명을 느낄까?

 

2016년 관람공연 Best 10: http://www.wangmadam.net/1029

2015년 관람공연 Best 10: http://www.wangmadam.net/923

2014년 관람공연 Best 10: http://www.wangmadam.net/919 

 

 

 

 

 

10위. KBS교향악단 제725회 정기연주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이번으로 벌써 3번째 관람이다. 즉, 3년째 듣는다. 동일 교향악단의 연주로만. 들을 때마다 디테일이 더해진다. 재작년 처음 봤을 때는 1악장의 신비스러움과 4악장의 익숙한 환희의 선율과 합창의 웅대함에 감명을 느꼈다. 작년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3악장의 아다지오에서 유려한 멜로디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지난 기억들의 상념이 지나가며 울컥하는 느낌이 가슴에 차올라 왈칵 눈물이 나와 당황하기도 ...

 

올해는 합창 교향곡 해설마다 쓰여있던 2악장의 경쾌함이 왜 악마적 조소 혹은 유머라고 하는지 조금 느꼈다. 진지함으로 가득찬 1악장을 2악장에서 한 순간 날려 버린다. 마치 인간적인 염려와 고뇌 등을  순간적 쾌락의 일탈로 잠시 도피한 듯.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스쳐가듯 떠올리게 만드는 3악장은 여전하여 눈물이 고였다. 저현부에서 시작하는 환희의 선율은 바이올린을 거쳐 관악기와 풀 오케스트라로, 다시 바리톤에서 출발하여 테너와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를 거쳐 합창으로 울려 퍼지는 4악장의 감명은 더욱 풍성해졌다.

 

 

 

 

 

 

9위. 안나 넵트렙코 리사이틀

 

여러 매체에서 호평일색이던 안나 넵트렙코의 유튜브 첫인상은 소프라노로서 상당히 묵직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작년 첫번째 내한공연에 굳이 큰 돈을 쓰면서 보지 않았던 이유였는데, 실제 관람했던 분들 역시 호평일색이었다. '정말?' 의구심이 예상보다 빠른 두 번째 내한 공연을 보러가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오페라 <나부코> 서곡 연주로 시작한 공연은 곧 레이디 맥베스가 되어 나온 안나 넵트렙코에 객석은 열렬히 환호했다. 욕망에 가득 찬 그녀의 노래가 시작되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가득찬 소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가 넵트렙코야~' 라는 느낌이다. 간만에 등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역시 음원이나 영상이 라이브와 얼마나 차이가 큰지 느낀다. 이후에는 그 호평일색에 나 또한 합류했다.

 

 

 

 

 

8위.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노 독주 연주회는 처음이었다. 알고 있는 곡이 많지 않아 낯설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23번 '열정' 의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고는 바로 예매했다. 그나마 어디선가 조금씩은 들어봤던 곡들이었다. 침착해보이는 김선욱씨는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일말의 망설임없이 건반을 정복해가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롯데콘서트홀 무대 위에 피아노만 덩그러이 있어 썰렁한 듯 보였지만, 베토벤의 음악들이 공간을 채우자 곧 빈틈없었다. 깊은 인상을 남긴 건 14번 '월광' 3악장이었다. 베토벤의 열정이 용솟는 느낌이랄까? 피아노가 으르렁거리는 듯 여겨지는 속주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리뷰: http://www.wangmadam.net/1080

 

 

 

 

 

7위. 빅토리아 테레쉬키나와 김기민씨의 <백조의 호수>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린 공연도 드물다. 경탄과 하품이 오갔다. 두 주역 빅토리아 테레쉬키나와 김기민씨가 나왔을 때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감탄했다.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발레단 군무는 지루하고 하품이 나왔다. 소제목을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로 썼다가 바꿨다. 7위라도 한 건 두 주역에게 감탄했던 이유때문이다.

 

비싼 티켓값에도 예매한 건 유튜브로만 보았던 김기민씨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공연 후 테레쉬키나의 팬이 됐다. 완벽한 흑조와 백조를 생생하게 살려낸 그녀의 춤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커튼콜 인사마저 춤스러웠다. 작품의 성격상 김기민씨가 출연한 왕자의 춤을 많이 보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눈 앞에서 영상으로만 보았던 그의 체공과 유려한 피루엣은 한 순간 뿐이었지만 시선을 앗아갔다.

 

리뷰: http://www.wangmadam.net/1097

 

 

 

 

 

6위. 디아나 담라우 리사이틀

 

올해 스타 소프라노의 내한 공연이 많았는데 디아나 담라우의 소리는 르네플레밍보다 젊고, 네트렙코보다 경쾌했으며, 게오르규보다 화려했다. 그녀가 소리를 내자 작은 물결이 넘실대다가 파도로 다가왔다. 음의 파장이 끝나기 전 또 다른 음이 밀려들었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항상 영상이나 음원으로만 접해보고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화려하다'라는 수식어의 의미를 직접 보았던 경험이다.

 

담라우가 부르는 노래가 많지 않아 아쉬웠지만, 길고 화려한 곡들로 이루어져 위안됐다. 극강 고음에서는 아주 살짝 찍고만 내려오는 듯 해서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던 거 같아 아쉬웠다. 앵콜로 부른 O mio babbino caro에 이어 우리나라 가곡 '동심초'가 나왔을 때는 객석 전체가 들썩였다. 곡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환호는 연호됐다. 팬서비스가 확실했다.

 

 

 

 

 

5위. 콘서트 오페라 <투란도트>

 

서울시향 연주와 투란도트로만 몇 십년을 공연했다는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 덕분에 많이 기대한 공연이었다. 오케스트라를 무대 전면에서 약 1~2M 정도 뒤로 물려 성악가들이 마음껏 연기하도록 배려했고, 합창석까지 이용하여 연기했고, 무대 조명과 빔프로젝트를 통해 콘서트 오페라 임에도 무대 연출이 훌륭했다. 사형집행관 푸틴파오로 무려 발레리노 김용걸씨가 나와 흥을 더욱 돋구었다.

 

서울시향의 연주는 성악가들의 소리를 보듬어 주면서도 작품 특유의 웅장함을 잃지 않아 훌륭했다. 류를 맡은 소프라노 서선영씨의 소리는 따뜻한 힘으로 가득찼으며, 린드스트롬의 독특한 음색을 바탕으로 해석한 소리는 어디서도 듣기 어려울 듯 싶으며 투란도트다웠다. 칼라프를 맡은 테너 박성규씨의 단단한 소리는 시원했다. 무엇보다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를 연상시켰던 합창은 백미였다.

 

 

 

 

 

4위. 국립무용단 <향연>

 

벌써 두 번째 관람임에도 여전히 넋을 놓고 춤에 빠져 들었다. 처음보다 훨씬 자세하게 보게 되어 미묘한 움직임마저 춤으로 느껴졌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말 그대로 우리 춤 잔치다. 작년에 비해 춤이 하나 빠진 듯 했다. 이 말은 인기많다고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더 나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정중동스러운 '제의'와 검무인 '무의'가 좀 지루할 수도 있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그마저 조금이라도 놓칠새라 집중되었다. 여전히 흥을 돋구는 '장구춤' 등은 경탄스럽다. '소고춤'의 댄스배틀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고, 일사분란하고 화려한 하이라이트 '오고무'는 구음마저 춤이었다.

 

리뷰: http://www.wangmadam.net/1054

 

 

 

 

 

3위. 오페라 <오텔로> (메가박스 실황)

 

특정 아리아가 좋아서 오페라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극의 흐름에 음악이 일치하여 작품 자체를 좋아하게 된 건 <오텔로>가 처음인 듯 했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오셀로>를 읽어 내용을 알고 있는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국 두 번이나 봤다. 처음 봤을 때의 감명이 사라지지 않아 다시 한 번 볼 수 밖에 없었다.

 

오텔로를 연기한 호세쿠라와 이아고를 연기한 카를로스 알바레즈는 성악가라기 보다는 연기자같았다. 노래는 물론이고 어찌 그렇게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하는지. 마지막에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를 죽인 오텔로의 허망한 눈빛은 마음을 뒤흔들었다. 시종일관 오텔로의 마음을 형상화한 듯한 무대연출 역시 일품이었다.

 

리뷰: http://www.wangmadam.net/1087

 

 

 

 

 

2위. 국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흥겨웠다. 발레의 향연이 펼쳐진다. 3시간이 넘는 런닝타임 내내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춤이 끊이질 않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특히 아슬아슬한 긴장을 함께 느끼게 하는 '로즈 아다지오'는 스릴까지 느껴지니 안좋아할 수가 없다. 올해는 신승원씨(작년 관람때는 박슬기씨)가 공주로 나왔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 했으나 2막과 3막에서는 무대 자체를 즐겼다.

 

두 번째 관람이니 주역 무용수 외에 군무가 함께 하는 공주의 생일 축하 연회의 '왈츠'나 '디베르스티망'에 더욱 집중됐다. 이영철씨의 카라보스 연기는 능청스러운 익살이 물이 오를대로 올라 즐거웠다. 심현희씨가 플로린 공주로 나온 파랑새 그랑 파드되는 단연코 으뜸이었다.

 

리뷰: http://www.wangmadam.net/1083

 

 

 

 

 

1위. 콘서트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Cosi fan tutte)>

 

대망의 1위, 콘서트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묻지마 예매였는데, 임선혜씨의 출연 소식에 땡부터 잡았다. 사실 유명 아리아나 라이브로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갔다. 연기?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굳이 정면으로 보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하여 사이드석을 샀는데 이건 정말 아쉽다. 오페라에 버금가는 콘서트였기 때문이다.

 

고음악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르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이 주무기가 모차르트 오페라라고 했으니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이날 데스피나를 연기한 임선혜씨의 연기와 노래는 신날 대로 신났다. 마치 캐릭터가 그대로 살아난 듯 여겨졌다. 좋아하는 지휘자와 음악가들과 함께 고국에서의 공연이 한껏 흥을 돋구어준 듯 느껴졌다. 다른 성악가들의 연기와 노래 역시 빠지지 않아 호흡이 착착 달라 붙었다.

 

리뷰: http://www.wangmadam.net/1085

 

 

 

[Opera <Nabucco> Overture by Marco Armiliato]

 

 

 

 

 

by 왕마담 2018.01.0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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