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레에 대한 관심과 국립발레단 아카데미 신청의 어려움

플라멩코를 배우면서 틈틈 관심이 갔던 발레, 영화 <빌리 엘리어트> <블랙 스완>을 통해 흥미가 생겼어요. 댄스 배틀 방송인 <댄싱9>을 통해서도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작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받았던 큰 감명은 직접 배워보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했어요.

 

국립발레단에 시민을 위한 아카데미가 있는 걸 알고 그 열망이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선착순으로 뽑으니까 들어가기가 어렵더군요(지난 10월에는 5명 뽑는 데 6번째로 등록해서 너무나 아쉬웠었죠). 무려 반 년 정도 계속 떨어졌다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렸던 올해 1월 드디어 들어가게 됐습니다.

 

기대되어 흥분되고, 남자가 별로 없을 거라는 예상에 민망한 마음으로 기다린 첫 수업이 지난 주에 있었죠. 그 동안 운동을 자주하지 못한 아쉬움도 함께 들었습니다. 준비 되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않으려는 제 기질도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발레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영화와 <2016 백조의 호수>]

 

 

2. 첫 수업 장소 예술의 전당 NStudio 를 들어서며 느꼈던 감정들

예술의 전당이 크긴 큰가 봐요. 공연 관람과 무료 수강 등 때문에 많이 가봤는데, NStudio는 처음 가봤습니다. 연습동으로 국립발레단을 비롯한 무용단, 오페라단, 합창단, 코리안 심포니 등의 국립예술단체가 모여 있는 건물이죠. 공연 관련자 외 출입금지를 명시해놓은 건물에 당당하게 들어가는 맛 자체로 흥분되었습니다.

 

아카데미 사무실에 들려 안내를 받았어요. 이미 몸에 좀 붙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와서 별 달리 준비할 건 없었습니다. Studio로 들어가려는데 뭐가 그리 민망했을까요. 제일 걱정했던 순간입니다. 첫날 가장 큰 장애물은 수업을 잘 따라가는 것보다 이 쑥스러움을 넘어서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신발부터 벗었습니다. 일단 눈 딱 감고 들어갔는데, '~' 입장만으로도 에너지를 무척이나 쓴 느낌이었습니다. 큰 장애물 하나 건넌 듯 여겨졌어요. 그런데 한 번 더 남았습니다. 바로 발레 슈즈를 신는 일이죠. 이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크아~' 그걸 신는 데 뭔가 다른 사람들 눈치가 왜 그리 보이던지요.

 

 

 

[좌측은 여성, 우측은 남성용 발레 슈즈]

 

 

 

3. 땀범벅 스트레칭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욕구가 도졌나 봅니다. 얼른 슈즈를 신고 매트를 들고 일단 Studio(연습실) 중앙에 떠억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그제야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마음이 들어 좀 편해진 듯 여겨졌습니다. 이윽고 선생님과 반주 선생님이 들어오시더군요.

 

수업 시 MR이 아닌 반주 선생님이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해주십니다. 노래 수업이 아닌 춤에 대한 Live 반주는 처음이네요.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겠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무리하면 다치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먼저 했습니다. 발레는 유연성이 중요하기에 더욱 꼼꼼하게 하는 듯 했어요.

 

처음에는 앉아서 발과 다리를 뻗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기만 했는데 평소 안하는 동작이기에 힘들었습니다. 이윽고 모든 동작에 턴 아웃(발과 다리를 엉덩이 관절에서부터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을 하니 그냥 해도 어려운데 더욱 힘들더군요. 종아리에 쥐가 두어 번 올 정도로 힘이 팍 들어갔습니다.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하이라이트와 설명]

 

 

 

4. 첫 수업, 연습봉 잡고 발레 기본 익히기

끝날 거 같지 않은 스트레칭을 마무리하고는 발레바를 잡고 기본 발레 동작을 익혔어요. 먼저 발에 대한 포지션을 익혔습니다. 수업 후 인터넷을 찾아보니 기본 자세는 총 5가지가 있는 거더군요. 그 중 제 1번부터 3번까지를 배운 거였어요. 그리고는 쁠리에(plie)를 배웠습니다.

 

쁠리에는 드미 쁠리에(demi plie), 그랑 쁠리에(grand plie)가 있어요. 또한, 를르베(releve) 등을 배웠습니다 (더 많은 걸 배웠지만 용어가 기억나지 않네요). 아마도 동작을 보시면 익숙하실 겁니다. 발레 공연 등에서 보기에는 참 쉬워 보이던 간단한 동작 같았지만, 직접 해보니 역시 어려웠습니다.

 

슬슬 낯섬이 가시니 실제 발레를 배우고 있다는 즐거움이 몸 속으로 찾아 들었어요. 땀이 주르륵 흐르는 얼굴에 웃음이 나면서 내 몸을 관찰하는 감각에 자연스레 집중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동작과 말씀 하나 하나를 몸으로 쫓으며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들었어요.

 

 

[지금까지 배운 발레 기본 동작들, 너무 어렵다(이미지 출처: 구글)]

 

 

5. 상체 동작 익히고 마무리: 몸이 깨어나는 느낌

연습봉을 치우고 상체 동작을 배웠습니다. 2시간의 레슨 시간 동안 많은 진도를 나가는 듯 했지만, 생각해보니 스트레칭, 하체 그리고 상체 동작 세 가지로 구분되더군요. 상체 동작인 앙 바(En Bas), 앙 아방(En Avant), 알 라 스공드(A La Second), 앙 오(En Haut)는 플라멩코를 배울 때도 해봤기에 익숙했습니다.

 

상체 기본 동작과 함께 쁠리에를 해보니 춤추는 기분이 들더군요. 특히 '꽃이 피는 느낌', '공기를 누르듯'이라는 표현으로 감정을 동작에 실으며 쭉쭉 펴지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악을 배우는 것과는 달리 몸 자체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컨트롤하는 즐거움이 컸어요.

 

역시나 다음날에는 허벅지와 엉덩이 그리고 목에 알이 뱄습니다. 기분 좋은 통증이었어요. 운동을 하기는 했어도 이렇게 몸이 반응할 정도로 한 적은 꽤 오래 전이었죠. 게다가 흥미를 갖고 있던 '발레'라는 무용을 단 하루 2시간을 겪었을 뿐이지만, 몸이 깨어나는 듯 느꼈습니다.

 

 

[발레리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 '루돌프 누레예프']

by 왕마담 2016.02.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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