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deale

 

오래간만의 음악회였다. 이번에 부를 곡으로 선택한 건 Tosti <Ideale>.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 이태리 가곡 수업에서 처음 만났는데, 역시나 <Non tamo piu>처럼 박자가 까다로웠으며 딕션도 어려웠다. 개인레슨으로도 한 달 넘게 받았는데 음악회 전까지 반주에 맞추면 리듬이 엉클어지는 건 여전했다.

 

가사와 멜로디가 마음에 드는 이 곡을 포기하기는 싫었다. 이번 음악회에서 완성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더라도 나중에는 꼭 잘 부르고픈 욕망을 갖는다. 특히 짜릿한 건 하이라이트의 F#에서 A로 올라가는 고음이다. 대체로 목으로 소리가 많이 가는 편이지만, 3~4번 중 1번은 발성이 받춰주는 소리가 난다. 이때는 머리가 주뼛서면서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번 음악회를 준비하며 깨달은 점 하나는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고음 직전의 중저음은 쉬어가며 호흡을 모아두는 포인트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연구개가 잘 올라간 상태로 비강과 공명을 뚜렷하게 잡고 있어야 두성 방향으로 길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걱정하던 호흡도 딸리지 않았다.

 

 

 

[Ideale by Luciano Pavarotti]

 

 

 

 

<Ideale>의 최고음인 한 옥타브 위의 A로 가기 위해서는 직전의 중저음 A 셋잇따옴표와 2개의 음표가 더 나온다. 이후 F#을 거쳐 바로 도약해야 한다. 모두 공명을 확실히 잡고 있어야 한다. 뒤에 나올 고음때문에 긴장하게 되면 경직되며 비강이 떨어진다. 억지로 내려고 할 때는 목의 힘을 잔뜩 사용한다. 중저음 A를 거쳐 F#까지 공명 포인트를 잘 잡고 있으면 A로 발성이 받쳐주며 올리는 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았다.

 

고음도 중요하지만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는 절실함이 잔뜩 묻어 있다. 이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려고 할 때마다 비강과 공명 포인트를 놓쳤다. 1절 후반부인 고음 E를 토해낸 후 'C# -> A -> F# -> E -> A'로 내려가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가사는 'Di te dei tuoi splen do ri' 였다.

 

1절과 2절 가사가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는데 결국 무대에서는 사고가 터졌다. 1절의 첫 파트 까지는 점차 크레센도되는 기분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 말로도 '고통', '십자가' 등 애절한 가사들이 나와 더욱 감정을 덧입히고 싶었는데 과도한 욕심이었는지 정작 비강을 놓쳤다.

 

 

 

[하이라이트 고음 파트, F#(파#)에서 A(라)로 향하고 있음]

 

 

 

2. 음악회 준비

 

음악회는 9 24일 토요일 오후 7 30, 이 시간에 내가 가능한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됐다. 그래서 9 21일 수요일 개인레슨 이후 연습을 미리할지 고민이 됐다. 고음 A를 내기 위한 소리를 내지르는 연습말이다. 그 외 박자를 맞추는 딕션 훈련은 틈틈이 계속 했다.

 

아직 내가 어떻게 했을 때 목이 가장 잘 풀리는지 몰랐다. 이번 음악회를 실험의 상대로 삼아야 했다. 마음의 평화라도 느낄 수 있도록 음악회 전날 9 23일 오후 8~10 2시간 동안 1시간 발성, 1시간 노래 연습을 Full로 했다. 고음 A를 내려고 많이 연습했는지 집에 갈때는 목이 쉰듯한 느낌이 왔다.

 

하루 쉬고 음악회가 있는 9 24일 오후 4 30~5 30분 발성과 노래 연습을 30분씩 나누어 하고 연습실로 향했다. 점심은 오후 2시 정도 평소와 다르게 단백질 섭취를 위해 스팸과 달걀후라이를 직접해먹었다. 연습이 끝나고는 속에 부담되지 않도록 바나나와 우유를 먹었다. 그리고 오후 6 55분 리허설을 했다.

 

공간이 작아 힘을 너무 주지 말자는 생각에 부르고 내려왔다. 녹음한 걸 들어보니 비강과 공명 포인트가 낮게 형성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공식적인 연습시간인 오후 7 30분 전 10분간 옆 연습실에서 다시 1절과 후렴 하이라이트를 있는 힘껏 비강을 올릴 수 있도록 무반주에 딕션을 맞추어 불렀다.

 

 

 

[1절의 하이라이트 파트, 감정에 빠지면 자꾸 공명이 떨어진다]

 

 

 

3. 무대 위

 

시험보기 직전 아예 마음을 놓아 버리는 기질이다. 가사를 다시 점검하기보다는 좀 더 편안해지려고 노력했다. 후반부 순서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무대를 볼 수 있었는데, 한 분씩 최선을 다해 부르는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오디세우스 김태우님 노래도 간만에 들었는데 못 본 사이 소리가 한층 더 옹골차졌다.

 

많은 분들의 무대를 관객 입장에서 즐기다보니 어느덧 내 순서! 무대 오르기 전 물로 목을 적셔 놓았다. 위에 오르니 작다고 해도 흥분된 마음이 올라온다. 심호흡으로 안정을 되찾으며 기분처럼 올라간 어깨를 내렸다. 시선둘 곳을 찾아 못박았다. 아쉽게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반주가 시작됐다. 단상에서 시간을 너무 오래 보냈나보다.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내게도 Ideale(이상)이 있지 않은가.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그 과정을 지금 지나고 있기에 진실되게 그 마음으로 부르자'는 마음과 불안했던 박자와 가사에 대한 우려를 잊고자 하는 마음으로 첫 음 '#' 'Io'로 시작했다.

 

 

 

[고음 직전의 중저음 파트, 여기서 부터 공명을 잡아야 한다]

 

 

 

노래하는 내내 시선은 15도 위의 한 곳을 응시했다. 예전과 달리 차렷보다는 조금 편한 자세에서 팔과 손을 허벅지에 잘 고정시켜두었다. 고음 A낼 때는 소리가 잘 나올지에 대한 신경이 모두 거기에만 쏠려 팔을 올리는 버릇이 슬그머니 나왔다.

 

고음 A는 생각보다 공명을 울리는 소리가 나서 기분이 좋았다. 목과 성대 컨디션이 좀 더 좋았으면 싶었다. 역시 음악회 전날 있는 힘껏 연습하는 건 무리가 된다는 느낌이다. 위기가 찾아왔다. 제대로 몸에 입히지 못한 가사였다.

 

2 'Lun ga men te so' 부분에서 1절의 'Lun go le'가 나온다. 급히 머릿 속에서 2절 가사를 찾았으나 기억나지 않았다. 'Lun go le men te so'라며 1절과 2절이 혼용된 가사를 얼버무리며, 리셋하듯 다음 가사로 넘어갔다. 잠깐이지만 부끄러울 때 드는 웃음이 나올 뻔 하면 집중력을 완전 잊을 뻔 했다.

 

 

 

[1절(위)과 2절(아래) 헷갈린 가사 파트, 왜 자꾸... 흐미~]

 

 

 

실수를 만회해보기 위한 마음은 과도한 감정 표현으로 이어졌다. 'E del la ter' 부터 'In quel gior no scor dai'까지 비강과 공명을 잊고 뮤지컬 아리아 부르듯 해버렸다. 성악스럽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후 후렴의 고음 파트부터는 다시 원위치를 잡아갔다. 이때부터는 숨을 얼마나 잘 쉬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이라이트 고음으로 치닫기 전 연습할 때 안 쉬었던 'E a ne ri splen de ra' 후 쉬려고 했는데 이미 마음이 흥분했던지 잊었다. 한 숨으로 'bian te'의 고음 E까지 진행해버렸다. 얼른 한 숨 깊이 마시고 중저음 파트 'unano vel lau'에 돌입했다. 이때부터 비강과 공명을 느끼려 노력했다.

 

곧 고음 '#'에 이어 대망의 'A', 이전에 잡은 소리길을 그대로 따라 간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연구개를 더 들고 목구멍을 활짝 열어야 했다. 생각보다 고음 'A'를 발성으로 내고 있는 듯 느꼈다. 우려한 찢어지는 소리는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능한 호흡을 모두 사용해서 이 순간을 붙잡고 싶었다.

 

 

 

[발표 동영상, 과감하게 올려봅니다만 굳이 보시겠다면 심호흡하고 보시길 권고합니다]

 

 

 

4. 내려오니

 

노래할 때 중간중간 소리에 신경 쓰느라 박자에 대한 감각을 놓쳤다. 그때마다 노래가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찍었던 동영상을 보니 잠시 쉬고 들어가는 첫 음은 거의가 둔탁해 보였다. 하지만 비강을 잡고 들어간 듯 해서 다행이었다. 감정 표현이 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처리는 서툴러 비강/공명을 놓쳐 버리며 목으로 소리를 냈다.

 

노래의 가사를 이해하고 불러 그 마음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은 즐거웠다. 노래할 때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옷 특히 바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걸 입고 올 걸 싶었다. 간만의 음악회였는데 나름 내 노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이 부르던 곡에도 즐거운 마음이 들어 흡족했다. 역시 모자란 부분이 많은 걸 발견하고 자각하는 건 큰 공부였다. 다음 음악회는 이번보다 좀 더 성장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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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2016.10.03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