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악을 배운 이후 무대에서는 처음 불러보는 뮤지컬 아리아 <Memory>, 처음 이 곡을 택했을 때 주위 반응이 어떨지 무척 신경 쓰였습니다. 특히, 재성 선생님의 탐탁지 않아 하실 모습(?)이 떠올랐어요. '실력을 높여주는 레슨 곡이 따로 있는데 굳이 이 곡을 불러야 하나?' 제 스스로도 의문스러웠습니다.

 

운 좋게 Memory를 배울 기회가 있었죠. 뮤지컬 <Cats>를 관람하며 깊은 감동을 받았던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 났습니다. 한 때는 젤리클 고양이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던 그리자벨라,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젤리클을 떠났다가 늙고 추악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배척당하죠.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앞으로의 새로운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리자벨라의 심정을 잘 대변해주는 곡입니다. 이 곡을 부르자 배척하던 다른 고양이들의 마음을 얻고 젤리클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헤비사이드로 올라가게 되죠. 원 멤버였던 일레인 페이지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뮤지컬이며 아리아입니다.

 

 

[Memory by 일레인 페이지 in 뮤지컬 Cats]

 

 

2.

이런 곡을 내가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어요. 괜히 뮤지컬에 대한 관심까지 없애도록 하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향상 음악회였다면 이 곡을 할 엄두도 못냈을테지만 성악스럽게 부를 수 있다면 어떤 곡도 허락된다는 <살롱 음악회>라는 사실에 용기를 냈어요.

 

아직까지 살롱음악회에서 뮤지컬 아리아를 부른 분은 3회 초청 게스트가 불렀던 <지금 이순간> 외에는 볼 수 없었다는 것을 벗어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가까워 오니 현재 레슨곡인 <Per pieta, bell'idol mio>를 할까 고민됐어요. 망신당해 웃음거리나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됐습니다.

 

토요 포인트레슨 후 보름 선생님과 자유연습으로 맞춰 봤을 때 격려를 받았어요. '불러도 괜찮을 거 같다'. 또한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재성 선생님의 눈치가 좀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함께 있던 선배님들과 후배님의 부추김에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래~ 살롱 음악회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자.'

 

 

[음악회 전, 이때만 해도 떨리지는 않았는데....]

 

 

3.

노래 연습을 하는 데 문득 중간의 간주 부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름 선생님한테 말해서 줄여 달라고 할까 싶다가 '~ 여기서 플라멩코를 추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노래도 제대로 못하면서 춤까지?' 또 다른 걱정이 끼어들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을 거 같은데?' 라는 마음을 따라 할지 안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안무가 맞을지 고민하게 되더군요. 생각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플라멩코의 격정적인 모습보다는 음악에 맞는 기본기와 발레 동작이 잘 맞을 듯 했어요. 실제 뮤지컬 <캣츠> 역시 춤을 빼고는 말할 수 없을 공연입니다.

 

제가 짠 안무는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는 동작이었죠. 하지만, 그걸 할지 말지 음악회 당일까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카페에 가서 보름 선생님에게 고민을 말했더니 한 번 보자 더니 '괜찮을 거 같다'고 안심시켜주더군요. '그래~ 이왕 망가질 거 확 망가지자'는 마음에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무대에 걸맞는 편곡의 Memory]

 

 

4.

새로운 걸 추가해서였을까요? 음악회 무대를 처음 서는 것처럼 떨리더군요. 제 바로 앞에서 윤장신 선배님의 멋진 무대를 보니 '나도 잘하자'는 결심이 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거 같았습니다. 바로 '아이고~ 잘하는 건 고사하고 그냥 편하게 하자'는 마음에 무대를 올랐어요.

 

연습할 때도 첫 단어인 'midnight'이 공명에 붙으면 뒷부분이 쉽게 풀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르기 직전 'Mid', 'Mid'를 턱 열며 살짝 연습했어요. 하지만, 역시나 무대에 오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정신 차리니 어느덧 중간 간주 부분이네요. 그 순간의 찰나, '할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팔을 앞으로 쭈욱 뻗었지요. 이후에는 제가 무슨 춤을 추는지 동작을 하는지 무용을 하는지, 팔만 휘적거리는 듯 느껴졌습니다. 아주 잠깐이 지나가고 다시 노래를 하는 데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 듯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제 노래만 하면 된다는 마음이었는데 흥분이 찾아왔습니다.

 

 

[쑥스러움에 지다]

 

 

5.

'Touch me' 부분에서 오버했다는 느낌이 났어요. 딴 생각이 드니 앞에 둔 악보에서 봐둔 가사가 휙 사라졌습니다. '아이쿠~' 바로 어물쩡~ 하고는 다음 소절을 이어나갔어요. 노래가 끝난 후 뻗은 팔 끝에 달린 손이 파르르 떠는 게 보였습니다. 좀 웃겼지만 아쉬웠어요.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을 망친 듯 느꼈습니다.

 

춤도 엄숙했어야 했는데 쑥스러움이 밀려 들어와 웃고 말았죠. 첫 수저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씨 좋은 JS스튜디오 선후배님들의 격려에 '그래~ 그나마 재미라도 드렸다면 다행이다' 싶어 다독거렸어요. 유독 이번 음악회, 무대에 오르신 분들의 실력이 막강했습니다.

 

성악을 전공하신 분들은 당연하고 아마추어 선배님들 마저 프로페셔널 하게 느껴졌어요. 엄살스러운 말을 많이 했지만 내심 질 높은 음악회에 감탄했습니다. 또한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자만심이 찾아들 수도 있을 시기인 듯 한데 더 연습을 즐기자 싶었습니다.

 

이번 살롱 음악회는 연휴기간에 열려 많은 분들이 오시지 못할 거라 미리 짐작했어요. 기우였습니다. 주최한 문형민 반장님과 재성 선생님의 열정에 화답하듯 아름다운 노래가 가득 울렸어요. 일요일이 아니었던 지라 끝나고 뒤풀이 마저 마음이 편했습니다.

 

 

 

 

by 왕마담 2015.05.29 09:56
| 1 2 3 4 5 6 7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