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이미 콩 밭!

 

5 3일과 4일 플라멩코의 거장인 사라 바라스(Sara Baras, 프리뷰) 내한 공연을 오랜 기다림 끝에 관람했습니다. 그 뜨거운 한과 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동이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 있네요. 비싸지만 두 번을 봤던 이유는 단 한 번으로는 아쉬울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BNE)> 공연을 한 번 밖에 볼 수 없어 안타까웠던 기억이 났었지요.

 

플라멩코를 배우는 학생이며 팬으로서 몇 달 전 공연 예매 후 유투브로 그녀의 플라멩코를 구경하던 제게 이번 공연의 감상 포인트는 '기.대.낮.추.기' 였습니다. 오월의 황금 연휴, 해외 여행을 가려는 계획을 포기하게끔 만든 그녀의 공연은 그 만큼 특별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지요.

 

관람을 위해 컨디션부터 챙겼습니다. 아침 밥을 일찍 먹고 운동을 했어요. 요즘 밥을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서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어 점심(5월 4일은 저녁) 밥은 Pass. 대신 LG아트센터(5월 4일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가까운 카페에 들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기대감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지만...... 마음은 이미 콩밭!

 

시간이 꽤 남았지만, 아트센터(5월 4일은 문화회관)로 향했어요.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 했는데도 다른 관람객들도 많이 와있더군요. 사진을 먼저 남기지 않으면 쭉 신경 쓰일 듯 해 재빠르게 인증샷부터 처리했습니다. 프로그램 북을 한 권 사서 전반적 흐름을 익히니 어느새 공연 시간이 다가 오네요. 드.디.어.

 

 

[사라 바라스 아트 플라멩코 예고편]

 

 

 

박진감 넘치는 소리

 

CBS 창사 60주년을 기념으로 기획된 공연입니다. 세계 투어 프로그램인 <La pepa>가 아닌 <Art Flamenco>라는 한국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걸로 봐서는 그녀에게도 이번 공연은 특별했을 거라 생각되네요. 작품은 춤과 음악과 노래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메시지를 위한 플롯 대신 날 것 그대로의 플라멩코를 느끼도록 만든 배려로 보였어요.

 

보통 스페인 따블라오의 무대는 합판과 같은 시설 외에 별다른 장치는 없습니다. 식사나 차, 음료를 하면서 관람하는 소규모 공연장이기 때문이지요. 대규모 시설의 무대는 어떨까요? 사실 플라멩코의 무대 장치는 오페라나 뮤지컬에 비해 단순합니다. 발레와 같은 다른 무용 무대는 본 적이 없어 비교 불가!

 

사파떼아도(발구름, 소개)의 소리는 공연의 핵심이지요. 무용수들이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는 댄싱 플로어의 제작은 필수 사항입니다. 이 공연을 위해 준비 팀들은 플라멩코 전용 플로어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공명에 의한 소리 전달을 위해 밑면에 4Cm 공간을 두었으며 플로어 마이크 24대를 설치하여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전달해주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플라멩코

 

동일 장소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BNE)>의 경우, 그냥 합판이었다고 합니다. 전용 플로어를 설치했다고 했지만 공연 시작 컴퍼니의 무용수들이 Presentation Martinete(마르티네떼)를 춤출 때는 차이를 몰랐어요. 곧 사라 바라스의 Tango(땅고)가 펼쳐지자 박력적인 사파떼아도에 압도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파떼아도가 플라멩코로 끌어 당기는 주된 요소라면, 아름다운 손 동작의 브라세오는 우아하지만 애달픈 고뇌를 표현하며 플라멩코의 매력을 더해 주는 듯 합니다. 특히 사라 바라스의 브라세오는 특별했어요. 틀이 없는 듯하며 발레의 그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어느 덧 고유의 선을 쫓는 동작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려요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Seguirilla(세기리야) 였습니다.

 

그녀를 쫓는 무용수들의 Fandango(판당고) Guajira(과히라)에서는 플라멩코의 화려함을 만날 수 있었어요. 바일라오르(남성 무용수)와 바일라오라(여성 무용수)들은 남녀의 사랑을 표현하듯 설레이는 흥겨움을 다채로운 색깔의 옷과 부채를 곁들인 춤 사위로 만들어냈습니다.

 

얼마 전 <꽃보다 할배-스페인편>에서 봤던 따블라오의 어느 바일라오르가 생각났던 호세 세라노의 Farruca(파루까)는 남성 특유의 힘이 넘치는 사파떼아도를 앞세워 춤 자체에 기백이 흘렀습니다. 게다가 간결함 속에 진지함, 심플함 속에 화려함을 숨겨 놓은 느낌이 감탄을 자아냈어요.

 

곧 그 경계가 불분명하나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할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사라 바라스의 Alegria(알레그리아)와 무용단의 Buleria(불레리아)가 흥겨움 그 이상의 들뜨는 공연을 보여주었지요. 가슴 속의 열정을 터트리는 듯한 맹렬한 흥과 한의 연속이 찾아 들었습니다. 그 끝은 알 수 없는 뭉클함이었지요.

 

 

[Sara Baras의 Sabores]

 

 

뮤지컬 같은 무대

 

플라멩코는 춤(바일레) 뿐만 아니고 기타 연주(토케)와 노래(칸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를 덧붙이면 현란한 박자를 선보이는 박수(팔마스)까지 통털어 플라멩코라 하지요. 사실 저는 춤 외 다른 분야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노래와 기타 연주에서 나오는 비장미 넘치는 선율에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안나 선생님에게 플라멩코를 배우면서 점차 사파떼아도의 멋들어짐에만 국한된 춤이 아니고 예술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면의 한이 어린 애환과 정열적인 흥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점을 깨달아갔습니다. 점차 스페인 안달루시아 집시들의 죽음, 번뇌, 절망 등의 그 박해 받던 느낌들이 어떤지 궁금하기 까지 했어요.

 

그 느낌들이 감격으로 확인 받았던 무대가 이번 사라 바라스의 공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녀와 함께 한 음악감독 케코 발도메르의 Live 연주와 노래는 어떤 뮤지컬의 무대에 비해 손색이 없는 감격을 주었어요. 단순해 보이나 전통 플라멩코의 음악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확인했던 듯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라바라스 무용단(Ballet Flamenco Sara Baras)]

 

 

 

거짓 없는 열정

 

음악과 노래 등 플라멩코의 구성 요소에 눈이 떠졌다고는 해도 그 정점은 역시 춤이 있습니다. 음악 그 자체를 만들어 내는 듯 보여져요. 사라 바라스의 모든 몸이 타악기처럼 박자를 타고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기타 연주와 노래, 추임새 등과 함께 플라멩코라는 예술적 무대를 선보이는 거죠.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BNE)>이 군무를 앞세운 멋진 테크니션들의 무대였다면 사라 바라스야 말로 전통 플라멩코에 가까운 감성을 전달해주었지요. 플라멩코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찾아 갔던 마드리드의 한 따블라오에서 받았던 원초적인 느낌을 더해 세련된 감흥까지 만들어 냈지요.

 

가슴 밑바닥의 무언가를 이끌어 내는 공연은 사라 바라스의 순수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해 보였습니다. 자신의 감성과 감정을 모두 펼쳐 보이는 솔직한 무대를 만들어 낸거죠. 추임새 하나 마저 시원스럽게 들리고 심각한 표정에서는 그녀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는 마치 어린이의 천진난만함이 엿보였습니다.

 

 

[Sara Baras의 Alegria]

 

 

두엔데(Duende)

 

막이 내려오고 나서야 '~ 끝나 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중했던 공연이었습니다. 곧 앵콜에 화답하는 듯 짧은 Fin de fiesta(축제의 끝)에 이르러 서야 아쉬움이 찾아 들었지요. 90분의 공연 시간, 환희와 흥겨움, 진지함과 애환을 담은 11가지의 프로그램은 쉼 없이 지나가버렸습니다.

 

플라멩코에는 두엔데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무용수나 가수 혹은 기타 연주자에게 감염되어 마치 자신이 무대 위에서 온갖 감정을 표현해내는 느낌을 하게 될 때를 이르지요. 몰입된 몸짓의 황홀함을 간접 경험하게 되는 셈입니다. 사라 바라스의 무대가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는 듯 합니다.

 

벅찬 가슴으로 공연장을 나오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작정 걸어 가며 이토록 벅차게 하는 플라멩코의 매력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격렬한 정열로 순간을 불태우는 플라멩코의 춤과 음악에는 두엔데가 담겨 있습니다. 그 두엔데야 말로 움켜 쥐려면 늘 빠져 나가는 손 안의 모래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참고 내용:

1. 안나 선생님과의 대화

2. 네이버 월드 뮤직의 스페인 플라멩코(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32&contents_id=34432)

3. 월드뮤직, 세계로 열린 창(http://blog.naver.com/sketch939?Redirect=Log&logNo=110188275764)

 

by 왕마담 2014.05.0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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