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을 취미로 하는 데도 불구하고 악보를 보지 못합니다. 아니, 읽지를 못하는 거죠. 박자나 음계 등 모두 까막눈이라 순전히 외워 부르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음악을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그저 노래 부르는 수준에서 머물겠다 싶었더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음악을 배우는 데 기본이 되는 피아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기대는 (한참 먼 얘기겠지만) 피아노를 칠 수 있다면 MR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듯 했어요. 내가 연주하며 노래하면 되니까. 혹은 연주할 때 녹음해서 음원 파일로 만들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첫 수업을 해보니 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듯 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계만 익히는 것도 힘들더군요. 어디가 '' ''인지 처음부터 세어야 알 수 있습니다. 숫자로 치면 5 6을 읽기 위해 1부터 세어야 하는 것과 같죠.

 

 

[배운 곡 중 가장 많이 들어 봤던 Try to Remember 피아노 연주, 나는 언제 이렇게....]

 

 

박자 역시 어렵습니다. 1박과 2박 등 악보에서 쉬어야 하는 부분을 나타내는 음표의 박자를 정확히 모르고 있어요. 2분음표가 몇 박자를 세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당연히 노래 부를 때 역시 반주와 박자를 놓치기 일쑤였죠. 음표는 그저 신호일 뿐이었습니다.

 

이걸 정확히 쳐야 하는 피아노를 배우니 악보의 기본적인 부분은 눈에 들어오네요. 노래할 때도 어디서 좀 더 빨리 혹은 느리게 들어가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여전히 박자 맞추는 건 어렵지만. 그리고 음을 잘 모를 땐 음계를 처음부터 따라 올라가 읽으면 그나마 어떤 음을 내야 할지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노래할 때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건 즐겁습니다. 아직 손가락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전에 드럼을 배워 보기도 했지만 감을 전혀 잡지 못했어요. 피아노는 멜로디와 코드를 통한 리듬 그리고 박자를 함께 맞춰야 하니 어렵기는 하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교실에 있는 전자 피아노, 코드 익히기에 바쁜]

 

 

제 귀에만 그렇게 들릴 수도 있을 듯 하네요. 선생님이 연주할 때는 분명 음악인데 제가 건반을 누를 때는 그저 소리만 나니.... 게다가 코드는 어찌나 헷갈리던지. 배우면서 느낀건데 저는 배우는 걸 이해하지 않으면 답답해하고 스트레스 받는 성격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하나씩 알게 되는 기쁨은 있는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들이 많으면 흥미 역시 금방 떨어지더라고요. 하지만 모든 걸 알기 위해 덤비면 금새 지쳐버리니 중용을 지켜야 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아노의 많은 코드를 지켜 보면 한 숨이 먼저 나오더라고요.

 

일단은 코드 하나씩 천천히 알아가는 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멜로디를 칠 수 있는 음계를 익히고 있다는 걸로 만족을 느끼기로 했죠. 또한, 박자를 하나씩 정복하며 작은 기쁨을 느끼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있습니다. 섣불리 정복하겠다고 덤비면 어느새 지쳐 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의 실습, 이렇게 언제 칠 수 있을까????]

 

 

짧아 봐야 2~3년은 해야 감을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저 하나씩의 작은 정복을 위해 하나씩 걸어나가며 악보를 그리고 음악을 이해하는 길로 잡아야겠어요.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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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2014.12.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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