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대전에 3주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추석 전에 말이지요. 전 직장에서는 한 달씩 갔다 온 적은 있었지만 벌써 5~6년 전의 일이니 오래간만의 장기 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일 저녁에 있는 수업과 레슨들을 빠져야 하는 이유 때문에 꽤나 꺼려졌어요.

 

제가 가지 않으면 일주일 휴가 다녀오신 분이 복귀하자마자 가야 해서 그분이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 모두 삐걱될게 눈에 보였습니다. 순리가 제게 '너가 내려가야 돼'라며 귓속말을 계속 하네요. 업무 미팅 조율이 마칠 때 즈음 손을 들었습니다. 제가 간다고.

 

출장이지만 대전이니 출퇴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되었습니다. 일이 얼마나 빡셀지 몰라 망설여지기는 했어요. 너무 늦게 끝나면 어차피 수업도 못갈텐데 굳이 서울에서 왔다갔다하느라 피곤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팀장님께 출퇴근할 수도 있다고 운은 띄워 놓았어요.

 

일하러 가보니 다행스럽게도 타이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평가를 받는 일이라 시스템의 중요한 성능과 기능 측정만 잘 받고 문서를 꼼꼼하게 쓰면 될 뿐이었죠. 연구소 직원도 함께 갔기에 마음도 든든했습니다저는 서울에서 출퇴근 그 직원은 대전에서 숙박을 했어요.

 

유성 연구단지는 오후 5시가 넘으면 퇴근 시간과 맞물려 길이 막힙니다. 수업에 가려면 오후 5 30분에는 KTX에 올라야 하죠. 일했던 곳에서 역까지 가려면 최소한 오후 5시에는 택시를 타야 합니다. 신호를 잘 받으면 5 15분 그렇지 않으면 20분 정도에 도착해서 기차에 오르면 대략 25분이 되더군요.

 

서울에 도착하면 저녁밥 먹을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대전역에서 해결하는 거죠. 기차타고 오면서 소화도 되어 속도 편해집니다. 하루는 뉴욕 칠리 핫도그를 사서 기차에서 먹었는데 무지하게 눈치 보이더라고요. 칠리 냄새가 어찌나 나던지, 극장에서 햄버거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은 밥을 먹고 싶었는데, 그 시간에 식당에 들리다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아이폰으로 시간을 봤더니 기차타기 전까지 대략 10분 정도 남았습니다. '오늘은 빵이랑 우유를 사먹을까?' 하다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더니 10분이라는 범위가 함께 보였어요.

 

'이 정도면 우동에 김밥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대전역사 안에 있는 우동집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순간 국물이 어찌나 땡기던지요. 빵과 우유로는 채우기 어려울 거 같은 허기가 느껴집니다'그래~ 다 못 먹으면 남기자' 싶은 마음에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음식을 주문하니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생각보다 좀 더 빨리 나온 우동과 꼬마 김밥을 받아 들고 빈자리에 앉자 마자 후루룩...... '~ 뜨거~' 생각보다 더 뜨거운 우동이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대략 6분 정도 남았네요. 그래도 초침이 돌고 있는 게 눈에 보이니 왠지 관리할 수 있을 거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3분만 더 먹고 인나자' 싶었어요. 뜨거운 면발과 국물을 불면서 눈은 시계 초침을 쫓았습니다. 따뜻할 뿐이던 김밥은 앉자마자 먼저 먹었죠. 두어모금 마신 국물이 아쉬웠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영원히 놓칠 기차가 기다리는 듯 급히 치우고 후다닥 뛰어 갔습니다. 기차는 그제야 들어오고 있었어요.

 

약속이라면 어디든 10분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다른 사람이 늦는 건 개의치 않는데 유독 제 자신에게 그런 민감함을 가지고 있어요. 누군가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물론 수업, 영화나 공연, 기차나 버스 등 '언제까지'라는 제약 있는 시간 모두 적용됩니다.

 

기차 탈 시간이 5:30분이라면 5:20분에는 역 플랫폼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죠. '10'은 짧게 여겨졌습니다. 그날 십 분이라는 범위가 느껴졌어요. 디지털에서 볼 수 없던 '사이'가 아날로그 시계에서 보였습니다1초와 2, 아까와 지금, 어제와 오늘, 나와 너, 포인트와 포인트,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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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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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존 애덤스의 '빠른 기계장치에서 짧게 타기']

 

by 왕마담 2016.09.19 0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