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라만차? 오페라의 유령보다 재미 있어?

 

작년 잘 아는 동생에게 <맨 오브 라만차>를 추천 받았어요. 당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볼까 말까 망설이던 시기라 돈키호테 이야기는 마음 속으로 들어 오지 않았습니다. 1년 후 그 때 보지 않아 후회하게 만든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Impossible dream> 이라는 넘버를 듣고 난 후였지요. 조승우와 김선영 그리고 이훈진씨가 공연한 2007년도의 OST를 들었습니다. 돈키호테와 둘시네아 그리고 산쵸 이 셋이 생생히 살아 나더군요. Final 넘버를 듣다 울컥하여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진정될 때까지 주변을 맴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작년 공연 때는 돈키호테 역을 황정민씨가 맡았지요. 좋아하는 영화 배우라 못 본 것이 재차 아쉽더군요. 언제 할지 기다리던 차 '조승우와 정성화씨' 더블 캐스팅으로 다시 오픈 된다는 말에 한 걸음에 예매 사이트를 찾았습니다. 게다가 둘시네아의 김선영씨, 산초의 이훈진씨가 같이 공연한다는 말에 2007년 듣던 OST 멤버 그대로의 공연을 보고 싶었습니다.

 

조동키, 드디어 예매하다

 

정성화씨는 <레미제라블>에서 보아 꼭 조승우씨의 돈키호테를 보고 싶었습니다. 역시 인기 많은 배우, 예전에 조승우씨의 <헤드웍> 예매를 하려고 해도 전석이 모두 매진된 것을 보았었지요. 역시나 티켓 오픈 하자마자 좋은 날짜와 자리는 몇 분만에 동이 나더군요. 1차 티켓 오픈에서 예매를 못했습니다.

 

2차 티켓 오픈일 공교롭게 외근 나가야 할 일이 발생됐습니다. 어떻게 예매할까 궁리하다가 모바일 App을 설치했지요. 예매할 날짜도 수요일 오후 시간으로 일찌감치 정했습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놓쳐버리기 일쑤니까요. 평일 오후면 휴가를 써야 하니 좀 널널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완전 노른자는 아니더라도 조승우씨 그리고 김선영씨가 함께 출연하는 일자에 꽤 좋은 자리로 예매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기다려지는 공연이 또 있었을까요? 이날 혹시라도 휴가를 못쓰게 될까봐 걱정도 많이 했지요. 혹시 모를 긴급한 일이 스케쥴 상으로도 끼어들 일이 없도록 이리저리 신경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한 가지는 산초 역을 이훈진씨가 아닌 다른 분이 한다는 것이었지요.

 

 

 

극중극 방식의 뮤지컬

 

세르반테스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하여 '종교 모독'이란 죄목으로 감옥에 잡혀옵니다. 죄수들은 모의 재판을 벌여 '현실을 외면한 이상주의자'라는 죄목으로 극형을 언도하지요. 연극을 통해 변론하는 세르반테스, 이때 나오는 <맨 오브 라만차(나는 돈키호테)>넘버는 힘차고 당당한 돈키호테를 잘 대변해 줍니다.

 

극작가 데일 와써맨은 이 둘을 점차 동일시 시킵니다. '극중극'의 방식으로 말이지요. 모의 재판이지만 배심원 아니 그곳에 있던 죄수들은 감명받으며 <Impossible dream>을 합창 합니다. , 지하감옥 속에서 돈키호테를 연기한 세르반테스 덕분에 절망에서 희망을 키운 것이지요.

 

꿈과 좌절의 대비

 

196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현재까지 약 50년에 가까운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작품은 시궁창 같은 현실과 꿈 같은 이상을 서로 대비시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극을 이루는 환경과 주연 배우들 역시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지요. 돈키호테에게는 성이나 실제는 여관이고, 몸 팔며 허드렛일을 하는 천한 알돈자는 고귀한 '둘시네아'로 보여집니다.

 

캐릭터 성격 역시 극과 극으로 나뉘어 집니다. 초반은 꿈을 쫓는 돈키호테와 현실에서 절망하는 알돈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 가지요. <알돈자>라는 넘버는 둘시네아라는 이상을 현실로 받아 들이기 힘든 그녀의 마음을 잘 대변합니다. 중간에 산쵸 만이 둘의 경계 지점에서 유연함을 발휘하지요.

 

관객들에게 꿈과 이상 만을 부르짖지는 않습니다. 은혜를 베푼 알돈자를 노새끌이들이 윤간하는 춤사위는 정말 리얼합니다.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지요. 또한, 거울의 기사를 만나 힘 한 번 못쓰고 당하는 돈키호테 역시 결국 절망합니다. 그런 알론조 기하나를 찾아가 자신이 둘시네아 임을 받아 들이는 알돈자의 힘겨움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현실을 직시하고도 꿈과 이상을 받아들이는 둘시네아. 힘 없는 노인이라는 사실에 절망하여 자리에 몸져 누운 알론조 기하나를 깨웁니다. 자극과 감명을 주는 사이가 뒤바뀐 상황이지요. 결국 그는 친구와 레이디와 함께 다시 모험의 색채로 떠나지요.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볼 만한 뮤지컬

 

항상 비전과 꿈에 대해 흥미와 호기심을 보이는 제가 이 작품에 푹 빠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현실을 외면한 이상 만을 추구하면 밥을 잃기 십상입니다. 꿈도 없이 일상 만을 사는 것 역시 영혼 없기 일쑤이지요. 감상 후 제가 받은 메시지는 균형 잡기였습니다.

 

거울에 비친 힘 없는 노인의 모습에 절망하는 돈키호테를 보며 현실을 직시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돈자와 같이 직시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이 만들어 가는 모습이 바로 '균형'점이 아닐까 싶었지요.

 

새로이 다가오는 2014,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행복하고도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2013년 나는 어떻게 보냈는지 성찰하면 큰 도움이 되겠지요. 나만의 비전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 항상 즐거운 일들만 생기지는 않겠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요.

 

<맨 오브 라만차>의 열정, 결국 <impossible dream>이 돈키호테 만의 독창에서 둘시네아와 죄수들 모두의 합창으로 바뀌듯 내게도 큰 울림을 주는 뮤지컬이었습니다.

 

 

 

by 왕마담 2013.12.27 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