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봤던 것은 작년 4월 정도로 기억한다. 당시 메가박스에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망설임에서 감동으로,『Phantom of the Opera 25th Anniversary』)을 상영했다. 런던의 <로얄 알버트 홀>에서의 실황이었는데 망설이다 보았는데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뮤지컬도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한지 1년이 조금 안된 지금 오리지널 배우들의 공연을 눈 앞에서 직접 봤다. 마치 오래 전부터 말로만 듣던 혹은 글로만 봤던 이야기가 내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 느껴졌다.

 

이번 공연은 내한 공연이기에 당연히 영어 대사로 이루어졌다. 영화와 다르게 양 옆으로 자막이 나온다고 하니 무대에 집중하면 제대로 볼 수가 없을 듯 보였다. <기념 공연 실황>을 구해서 다시 한 번 보고 영어 OST를 들으며 좀 익숙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운도 따라 주었다. 아주 늦게 예매를 했는데 운이 따라주었는지 득템했다^^ <블루스퀘어>의 명당석으로 알려진 8열 정한가운데 자리를 얻게됐으니. 역시 실제 공연을 보니 그것도 앞자리에서, 자막과 무대를 같이 보기 위해 머리를 양 옆으로 돌리면서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어차피 내용은 모두 알고 있으니 자막 보기를 포기했다.

 

          

                                 [팬텀]의 <브래드 리틀>과 [크리스틴]의 <에밀리 린>(꺄~~) 

 

Casting Member를 먼저 확인했다. ~ <팬텀>역에는 <브래드 리틀>이었다. ? <크리스틴>역은 <클레어 라이언>이 아니고 <에밀리 린>이라는 배우였다. ~ <클레어 라이언>을 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인기 공연이라 당일 공지되니 먼저 알아서 예매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진뿐이지만 일단 외모적으로는 더 <크리스틴> 같았다.(~^^) 실제로 내가 아는 이는 <25주년 특별 공연(로얄 알버트 홀)>에서 크리스틴 역을 맡은 <시에라 보게스>밖에 없다. <브래드 리틀>도 필모그래피가 매우 많다는 정도만 알지 실제 보거나 들었던 적은 없다. 이것저것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것만 많다.

 

실제 공연이 시작되니 <에밀리 린>의 높고 연약해 보이는 듯한 음성은 <크리스틴>역으로 딱 어울렸다. <시에라 보게스>와 비교하여 느낌상 힘(음량)이 조금 낮은 듯 잘 안 들렸던 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역할과 더 잘 어울려 보였다<브래드 리틀>은 <팬텀>의 등장답게 파워풀한 모습으로 자연스레 관중을 압도했다. 그는 원조 팬텀으로 불린다. 7년 전 우리나라의 내한 공연 시에도 팬텀 역을 맡았다고 한다. 와~ 오래 맡았다. 힘이 넘치는 음량과 함께 연기에서도 연륜이 한껏 묻어 보이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을 듯 하다.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있다. <오페라의 유령> 전체 스토리는 <펜텀>과 <크리스틴> 그리고 <라울>이 주역이 되어 이끌어가지만 그 속에는 팬텀이 만든 스토리인 오페라가 있다. <Hannibal>(전황상 이것도 팬텀이 만들었을 것이라 추측)을 통해 크리스틴은 주역으로 떠올랐다. <일무토의 공연>을 통해 오페라 하우스 멤버들과 팬텀 간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며 <돈 주앙의 승리>를 통해 극은 마지막 절정으로 치닫는다. 절묘하게 잘 맞아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는 이 이야기들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제목은 동일)이 원작이다. 이 소설 역시 1880년대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에서 발생한 이상한 사건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내한 오리지널 배우들의 하이라이트 장면들]

 

영상으로 볼 때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무대 장치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직접 보니 흐름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무려 20만 개나 되는 유리 구슬로 치장한 '샹들리에'가 살아 움직이는 순간 <오페라의 유령> 이야기들도 살아나기 시작한다. 앞 자리여서 인지 바로 위에 두둥 떠 다니는 '샹들리에'는 훨씬 실감적으로 다가왔다. 영상으로 봤던 이상으로 크고 화려했으며 1막이 끝날 때 즈음 팬텀의 분노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는 알고 있었는데도 '움찔' 놀랬다.

 

메가박스에서 봤을 때는 '팬텀의 지하미궁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꾸 팬텀이랑 크리스틴이 왔다 갔다 할 뿐으로 보였다. 뮤지컬 보기 전 2번째로 영상을 보니 조금 이해 갔다. 실제 공연을 보니 이해 수준을 넘어 특수 효과 자체로 지하 미궁 속의 음험함과 미스터릭함을 잘 보여준다. 특히 긴장감 넘치는 <The Phantom of the Opera>와 함께 배 타고 호수를 표현하는 촛불의 숲을 지나가는 너무나 유명한 Scene에서는 그저 멍하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미스 사이공>을 본 후 그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는 무대를 보지 못했는데 <오페라의 유령>은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Maria Bjornson>이 디자인을 했으며 대부분이 항공편으로 직접 공수해왔다고 한다. 일반 조명이 비춰주는 패턴은 100여가지에 불과한데 <오페라의 유령>같은 경우는 라이트 수만 400개 이상이며 230개 정도의 패턴으로 디자인되어 있다고 한다. <Hannibal> Scene에 나오는 거대한 코끼리는 자세히 보면 발톱까지 보일 정도로 세세하게 만들어졌다. 배는 무선으로 조작되는데 안 될 경우는 팬텀이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매번 공연 때마다 22번의 장면 전환, 230벌의 의상, 280여개의 촛불, 250Kg의 드라이 아이스가 사용된다고 한다. 입체적으로 설계된 무대를 배우들은 높낮이와 양옆을 가리지 않고 연기한다. 무대 위의 한정된 공간에서도 입체감이 넘친다. 샹들리에, 난간, 디자인이 각기 다른 천들과 각종 장식물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알맞게 표현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배경이 참으로 놀라웠다.

 

                      

                                                   [Masquerade, Why So Silent?]

 

<오페라의 유령> 거의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 <Think of me>, <The Phantom of the Opera>, <Angel of Music>, <The Music of the Night>, <All I ask of You>,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을 많이 좋아했다. 이번 공연으로 원래 좋아하던 음악은 더욱 좋아졌지만 '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신나고 유쾌하며 각양각색 형형색색의 가면과 의상으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Masquerade>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크리스틴>에게 프리마돈나 역할을 빼앗길까 고심하고 질투하는 <칼롯타>를 달래주면서 불러주는 <Prima Donna> 역시 흥겹다. 한 동안 이 음악들에 푹 빠져 지낼 듯!

 

얼마 전까지 영화 <레 미제라블>에 푹 빠져 있었다. 물론 OST도 구해 많이 들었다. 음악에서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은 당연하겠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서로의 합창이 많이 나오는 <레 미제라블>의 <One day more>, <Look down>, <Epilogue> 등에 비해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합창 <Masquerade>와 <Prima Donna> 정도를 빼고는 거의 2중창이나 3중창 정도다. 거의 <팬텀>이나 <라울> <크리스틴>의 감정을 다룬 노래들이다. 그렇지 않은 <Notes>같은 곡은 여러명이 같이 부른다고 해도 합창이라기 보다는 배우들 각자 역할 순서에 맞춰 차례대로 부른다.

 

<레 미제라블>와 자연스레 비교되는 <오페라의 유령>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Musical Numbers 모두 다른 곡들이지만, Scenes이 비슷하면 흡사한 음율들이 함께 하여 사람들에게 친숙함과 익숙함을 준다. 예를 들면 1막에서 <칼롯타>를 치켜 세워주는 <Prima Donna>의 음율은 2막에서 <크리스틴>에게 <팬텀>의 유인을 위한 용기를 주기 위해 다시 사용된다. 극의 장이 바뀔 때마다 곳곳에서 <The Phatom of the Opera>의 음율로 경계를 구분짓는 듯 보였다. 그 외 <All I ask of you>나 다른 노래들도 가사를 바꾸면서 이야기에 맞추어 1막과 2막에서 몇 번씩 더 사용된다. <레 미제라블> 역시 <I dreamed a dream> 음율이 전반적으로 자주 쓰인 점과 유사해 보였다. 이런 점들은 극 전반의 흐름 속으로 푹 빠져 들도록 도와주는 장치로도 보이는데 <오페라의 유령>에서 더 극적으로 쓰이는 듯 보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하였고 레미제라블은 <알랭 부빌과 미셸 숀버그>콤비가 작사와 작곡을 했다. 그런데 <캣츠>역시 웨버가 <미스 사이공>은 두 콤비가 만들었다고 한다. 세계 4대 뮤지컬이 1명과 1콤비에 의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만들어졌다. 또한 네 작품 모두의 제작자는 <카메론 매킨토시>라는 아저씨가 만들었다고 하니 이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은 이 아저씨가 퍼뜨린 것이 아닐까?

 

[블루 스퀘어의 <오페라의 유령> 기념 전시회]

 

내 눈 앞에서 실제 말로만 들어봤던 오리지널 배우들이 연기하니 놀라웠다. 하나의 새로운 Scene들을 볼 때마다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끝나가니 아까워 모든 장면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크리스틴>이 반지를 건네고 부르기 시작한 <All I ask of you>를 <팬텀>이 <The music of the night>로 절규하듯 받으며 막이 내린다. 어느덧 배우들의 커튼콜이 이어질 때면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기립하지 않을 수 없다.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는 순간 너무나 감동스러웠지만 그만큼 아쉬웠다.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커튼콜마저 끝나고 벅찬 가슴을 진정하려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연주(Entr'acte)가 모두 흐를 때까지 앉아 있었다. 마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는 듯 했다. 자리를 일어나 나오는 순간 내일이라도 또 보고 싶다는 욕망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by 왕마담 2013.03.01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