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넘버들을 유독 좋아한다. 물론 음악이 나를 사로잡을 만큼 좋기도 하겠지만 그 속에 함께 살아 숨쉬는 스토리가 자연스레 연상되어 극적인 감정들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의 음악은 부르는 사람의 감정을 포함하여 극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역할을 한다. 레미제라블 넘버들은 이미 매우 익숙하다. (뮤지컬) 영화로 처음 접하고 10주년과 25주년 기념 콘서트 감상을 통해 매번 장발장과 자베르, 판틴 등 주요 인물들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그러나 다른 유명 뮤지컬과는 달리 한국어로 만들어진 넘버가 없었던 점은 무척 아쉬웠다. 그것은 당연한 점인데 바로 이번 공연이 한국어 초연이니 말이다. 기대도 많이 되었지만 그만큼 우려스럽기도 했다. 수 십년 영어로 만들어진 공연이 한국어로 공연될 때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초연... 내 생각이 어찌 되었든 그것은 상관없다. 귀에 익숙한 'Look down' 넘버로 공연은 시작됐다.

 

역시 뮤지컬에서는 몇몇 좋은 좌석에 앉지 않으면 영화와 다르게 배우들의 클로즈업 장면을 볼 수 없는 점이 많이 아쉽다. 망원경이라도 가져와야 할까? VIP석이기는 했지만 좀 늦게 예매하여 뒷 줄이었기에 배우들의 음성 역시 깨끗하게 들리지 않았다. 합창할 때는 음악은 잘 들리지만 가사는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이 벌어져 아쉬움 추가 하나 더. 공연 전용 극장이라고 하지만 메가박스 M2관의 빵빵한 음향과 비교하면 아쉽다(비교 자체가 넌센스일지도...).

 

      

 

~ 안돼 안돼.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은 빨리 버리고 집중키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여 마음을 쏟았다. 그래도 단연코 최고인 점은 늘 mp3로 드던 넘버들이 내 앞에서 Live로 울려 퍼지는 생생함, 그 자체가 바로 감동이었다. 공연 초반 좀 들떠 있던 기분과 낯섬에서 오는 분주한 느낌이 정성화(장발장)가 부르는 'Valjean's Soliloquy'로 단번에 몰입됐다. 잠시 신호등에 멈춰 있다가 급히 출발하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느끼는 뒤로 쏠리는 느낌이 아리아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들을 때 똑같이 나를 찾아왔다. 머리 끝에서 소름이 느껴지게 했던 정성화 짱!!! (아래의 Media Call은 좀 약한 느낌^^) 그래도 역시 레미제라블의 넘버 중 최고는 One day more. 한국어 공연으로는 '내일로'! 좀 낯설기도 했지만 잘 어울렸다. 작사가가 번역할 때 얼마나 고민하고 고심했을지... 덕분에 잘 감상했습니다. 그래도 건의 사항이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영어 가사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투 포 식스 오 원'이나 '이 사 육 공 일'이나... ~~

     

    

 

무대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미 Media Call을 보면서 그 규모나 변화 등이 그리 멋들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철저한 고증이 거쳤을 영화로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짐작했으나 오판이었다. 여전히 기억에 남는 최고의 장면으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자베르의 자살 장면이다. ~ 그런 아이디어를 쓰다니... 너무 기대하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을테지만 아리아의 비통함을 보여주면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제대로 어울렸다. 또한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데리고 하수도로 피신하는 장면 역시 CG를 이용하여 그럴싸하게 보여주어 감탄했다. 물론 그 속에서 마리우스를 어깨에 메었다가 들었다가 다시 끌고 가는 장면을 연출하던 정성화씨, 힘도 최고!!! 그런데 이 때 오케스트라가 좀 더 긴장감을 배가 시켜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약하게 들렸다. 긴박함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정적인 무대를 지향한다. 느낌뿐일 수도 있지만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내한 공연>에서의 무대와 비교가 계속 되었다. 무엇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는 하지만 좀 더 Active한 무대는 오페라인 듯.(미안~ 레미~). 특히,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식 장면은 좀 더 화려하게 꾸며도 괜찮았을 듯 했다. 계속 무거운 얘기들이기에 분위기를 단 번에 반전시켜주며 감탄을 자아낼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그저 잘 어울리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바리케이트 전투 장면은 늘 회전하며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새로운 버젼으로 반란군인 마리우스 측만 보여주었다. , 정지된 무대 연출이었다. 기존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회전하는 장면은 <미스 사이공>의 미군 탈출 장면이 압권이긴 했어도 레미제라블의 (회전) 바리케이트 신도 기대했었는데 아쉬웠다.

 

[공연장 사진 모음]

 

 

~ 이로써 영화로 시작하여 푹 빠진 레미제라블에 대해 대부분을 감상했다. 소설책(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10주년과 25주년 기념 콘서트. 거기에 더해 뮤지컬까지. 이제 남은 건 오리지날 배우들의 뮤지컬 감상이다. 감동은 끝나지 않을 듯 하다. 언제든지 또 보고 또 들어도 생생하고도 벅찬 느낌은 다시 살아 날 것이다. 그것은 주옥 같은 넘버들, 화려하고 정숙하며 변화 무쌍한 무대들, 배우들의 열정, 오케스트라의 Live 등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장발장의 삶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이 주는 살아 있는 메시지들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아쉬움이 있는 무대일지라도 나는 늘 감동할 수 있다.

 

      

 

 

 

 

by 왕마담 2013.05.02 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