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영화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이 영화, 왜 이제에서야 봤을까?

 

좋아하는 영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열린 결말로 즐거운 혼란을 일으켰지요. OST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셉션의 주요 개념 중 하나는 꿈으로 들어갈 때 현실의 5분이 1시간으로 늘어납니다. 이때 에디트 피아프가 불렀던 <Non, Je Ne Regrette Rien> OST로 사용되지만 꿈으로 들어갈 때 음악 역시 늘어난다는 개념으로 OST를 만든 한스 짐머에게 푹 빠졌었죠.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 내가 알고 좋아하는 노래다'는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전혀 쌩쑹 맞은 영화를 통해 다시 관심이 생겨 즐거웠어요.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무척 어렸을 때입니다. 팝송 외에도 샹송이라는 장르의 곡도 알게 되었고, 무심코 <Non, Je Ne Regrette Rien>을 듣게 되면 귀가 쫑긋 세워졌었지요.

 

이 영화가 땡겼던 이유는 피아프의 노래 뿐만이 아닙니다. 좋아 하는 여배우인 마리옹 꼬띠아르의 탁월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끌리게 만들었지요. 그녀가 연기한 피아프는 마치 빙의를 한 듯 하다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급기야 오스카와 영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의 주요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어 버렸어요.

 

 

[예고편]

 

 

 

에디트 피아프는 누구?

 

노래가 왠지 모르게 끌리기는 하나 정작 에디트 피아프라는 여가수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영화를 보자마자 그녀의 삶이 노래이고, 노래가 삶이라는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Non, Je Ne Regrette Rien> 라는 곡이 단순히 듣기 좋은 곡이 아니고 기구하고 위대한 인생을 포함하는 감동을 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요.

 

에디트 피아프의 삶에 대한 궤적을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쫓습니다. 제작 성공 여부는 사실 있는 그대로 얼마나 제대로 재현하는 냐에 따라 달린 일이었지요. 그녀의 삶 자체가 영화보다 더욱 극적이기 때문입니다. 피아프의 삶을 모르고 영화를 봐서인지 처음에는 과장된 건지 있는 그대로인지 헷갈렸었지요.

 

엔딩 크레딧이 끝나지도 않았을 때 웹 페이지를 열어 그녀의 삶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채 모두 보여주지 못했더군요. 굴곡은 더 많았고 그 고비도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에서의 모습은 완전히 들어내었더군요. 프랑스 내의 정치적인 부분을 떠나 흥미진진했을 텐데 말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뛰어 넘는 연출

 

시간의 흐름으로 쭉 인물을 그려 나갈 줄 알았는데, 유아기가 끝날 즈음 피아프의 말년의 모습이 나와 놀랐습니다. 죽음을 암시하고 있었거든요. , 영화의 끝을 이미 관객에게 보여주는 연출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와중에도 말년의 모습과 교차하여 보여줍니다.

 

빈민촌에서 태어나 창녀촌에서 자랐던 기구한 시절을 지나 점차 가수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는 와중에도 약물과 음주 그리고 세월이 한꺼번에 닥친 듯한 말년의 피아프를 만나는 느낌은 기묘했습니다. 마치, 인과관계의 고리와 그 끝을 보여주는 듯 느껴졌어요. 비극에 비극을 더하여 희극이 되는 듯한 느낌?

 

피아프가 가장 사랑했던 연인은 이브 몽땅이 아닌 마르셀이라고 하더군요. 영화에서도 세기의 스캔들로 불리던 이브 몽땅과의 사랑은 나오지 않아요. 대신 마르셀과의 사랑 그리고 비행기 사고로 그를 잃었을 때의 그녀에 대해 가감없이 나옵니다. 이 때 최고의 연기와 연출이 나오는 데 충격과 절망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그녀가 무대에 서는 모습이지요.

 

 

[좋아하는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꺄오~^^]

 

 

목숨을 걸다. 사랑에 대해.

 

가수로 승승장구하는 와중, 친구와 스텝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서도 날이 바짝 서있는 장난기는 기존에 노래만 들으면서 갖고 있던 여왕스러운 이미지와 너무 달라 낯설었습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술, 아픔을 잊기 위한 몰핀 중독 등 그녀의 의지가 생각보다 낮은 듯 보였어요.

 

사랑과 우정, 즉 관계에 대해서는 달랐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죽음보다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갖게 한 듯 했어요. 사랑 그리고 우정의 관계는 그녀가 살기 위한 방편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상처와 실연 속에서도 그리고 친구들의 질투에 있어서도 그녀는 또 다시 사랑과 우정에 도전하지요.

 

그 점이 제게는 전율이 일어날 정도의 감동을 미쳤습니다. 어느 정도의 상처를 입으면 움츠러 들게 마련인데 그녀는 무엇이든지 정면돌파를 했어요. 특히, 관계에 있어서는 투사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어느 정도의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에 그 극복이 얼마나 힘든지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기에 남달랐던 듯 하네요.

 

그런 그녀에게 노래는 위안이자 말하고자 하는 표현의 수단이었습니다. 어쩌면 몰핀과 같은 아픔에 대한 약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아요. 특히, 감격스러운 태도들을 보여줍니다. 자꾸 무대에서 쓰러져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무릅쓰며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을 대하는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요,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단 한 번 에디트 피아프의 표정이 가장 평화로울 때가 있습니다. 말년에 어떤 매체의 여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될 때이지요. 마지막 콘서트와 영면을 남겨둔 사이에 이 화면이 끼어져 있습니다. 마치 선문답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표정은 너무나도 평안합니다. 늘 흔들리던 눈동자는 고정되었고 표정은 부드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녀의 인생, 그 자체를 받아들인 듯 여겨지더군요. 젊었을 때의 노래 부를 때는 늘 고개가 삐딱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올바릅니다. 비록 노쇠함으로 인해 병으로 인해 굽어진 것만 빼고는요. 그 인터뷰의 영상은 교차 편집인데 아마도 마지막 무대에 설 때 그리고 마지막 회상을 할 때의 피아프의 마음을 대변한 듯 여겨집니다.

 

기도를 하세요? 그럼~ 난 사랑을 믿거든.

일을 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요? 매번 매 무대의 커튼이 올라갈 때.

지혜롭다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지혜롭게 살아왔지요.

왜 노래에 목숨을 걸죠? 그래야 무대에 설 자격이 있지.

죽음이 두려우세요? 외로움보다는 덜 무서워.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무슨 말씀을 해주시겠어요? 사랑.

젊은 여성들에게는요? 사랑.

어린 아이들에게는요? 사랑.

 

올림피아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세운 그녀는 작곡가 샤를 뒤몽의 <Non, Je Ne Regrette Rien>를 듣게 됩니다. 듣자 마자 취소하려던 공연을 다시 하겠다며 이 노래에 마지막 의지를 담지요. 생기가 이미 말라 버린 몸 속에 생명을 모두 불태우며 부르는 듯 한 이 노래를 끝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옵니다.

 

에디트 피아프의 인생을 엿보면서 이런 자책이 들었습니다. ', 지금의 나, 너무 겁쟁이 아닌가?'. 말이지요. 상처, 상실, 아픔, 손해 등을 받을까 늘 움츠려 드는 내게 그녀는 말합니다. 예상하던 하지 않던 어떻게 될지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말이지요. 이제 <Non Je Ne Regrette Rien>들을 때면 그녀의 삶에 대한 애정이 살아 납니다. 감동으로.

 

 

[영화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과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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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2015.05.21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