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일 토요일 비가 왔다. 많이 왔다.
그나마 어제(19일) 다산 초당 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이 위안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갈까?' 하는 마음이 잠시 스쳐지나 갔지만, 금방 외면했다.
이미 계획은 어그러졌으니까...
고객과의 점심식사 후 업무를 마무리 지었다.
 
와우의 '지금도 갈 수 있다'라는 힌트와 같은 문자 메시지에 무작정 센트럴 시티에 갔다.
집에 들려서 프린팅 해 놓은 와우들의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축제와
좀 더 준비를 해서 떠날 마음이 들긴 했지만, 집에 들리면 출발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냥 출근한 복장 그대로 센트럴 시티로 향했다.
흥분된 마음으로...
 
1. 센트럴 시티 고속터미널에서 백련사까지...
※ 이미 다산 초당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는 머릿속에 있었다.
   '강진 터미널'로 바로 가는 것은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광주행 버스표를 끊었다.
   광주에서 강진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나의 즉흥적인 무작정 '다산초당 산책 여행'은 시작되었다.
 
※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포기하기 싫었다.
  필요한 것은 내 자신이 조금만 더 유연해지면 될 뿐.
  도착해서 1박하기로 마음먹었더니 충분히 여유로운 여행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 버스를 타자마자 두 어시간 정신없이 잠들었다.  피곤했었나 보다.

※ 광주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7:50분! 강진터미널 표를 끊고 차 시간을 물어보니 17:55분이란다.
  뛰었다. 그런데, 좌석은 이미 만석!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다음차를 1시간 넘게 기다리느니 서서 가기로 했다.
  서서 가면서 와우 MT에서 팀장님이 강의해주신 '시간관리' mp3가 있었다. 쌩유 윤희!!^^
  다시 듣는 거지만 새로웠다. 특히, "Are you ready?" 물으며 시작하시고 물으며 끝맺어 주신 팀장님의
  강의에 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Are you ready?
 
※ 강진터미널에 도착하니 벌써 19:30분 경... 백련사에서 묶고 싶었던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템플스테이를 하기 위해서는 사찰에 최소 17시까지 들어가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미황사에서 배운터였다.
  근처 PC방에서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대답은 No였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진심반의 심정으로 참으로 안타까이
  '알겠습니다. 다음 기회에 뵐께요. 죄송합니다.'했더니 그냥 오시라는 거였다. 방 하나 비워놓은다는 스님의 말!!!
  '얏호'
  이미 저녁 공양 시간이 지나 저녁밥은 빵으로 때우기로 하고 근처 빵집에서 내가 먹을 빵과 스님께 줄 작은 떡을
  사서 택시타고 고고씽~~^^
 
 
2. 백련사


※ 도착하니 어느덧 20 시에서 21시로 다가가고 있었다. 묵을 방을 나름 청소하고 잠시 어둡지만 사찰 한 바퀴를 돌았다.
  바닥에 깔아놓은 자갈(?) 소리가 무척 크게 느껴졌다. 대웅전은 문이 닫혀 있었다.
  방에 들어와 책을 폈지만, 사찰의 밤소리에 귀기울여 지게 되었다. 축제 하나를 마무리 지은 후 책 속의 '피드백 분석' 축제!
  곧 잠으로 빠져들었다. 무척이나 깊이 잠들었던 듯 싶다.
  새벽 4시 정확히 울리는 사찰의 예불 알리는 목탁 소리에 눈이 떠졌고, 곧 대웅전에 들어가 예불 준비를 하고 예불을 본 후
  방으로 들어왔다. 무척이나 큰 나방 비스무리 한 넘이 방에 들어왔다. 미친 놈처럼 여기저기 머리 찧고 난리났다.
  정신없어 나는 밖에 나와 백련사에서 어둠이 걷히고 여명이 밝아오는 모습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었다.
 

※ 아침 공양 후 울력 시간에는 백련사 앞에 있는 밭의 잡초들을 뽑았는데, 이 넘의 잡초들!!!
  뿌리까지 뽑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옆에는 스님들과 보살님들이 먹을 상추가 있었기 때문일까?
  한 시간 넘게 뽑았지만, 옆의 스님과 보살님에 비해 내가 뽑은 지역은 그냥 그대로 인 것 처럼 보였다. 이런~
  '내 마음 밭의 잡초들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 간다.
 
※ 백련사에서의 차담 시간! 역시 정성스런 다도의 황차 맛은 내 얼굴에 미소짓게 만든다.
  그리고, 스님들의 허물없는 말씀에도 웃음과 함께 여유가 스며든다.
  그러면서도 시국에 대한 얘기와 사찰의 경영에 대한 어려움 이야기에
  그들 얼굴에 떠오르는 그림자의 단편을 보게 되어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 백련사 주변의 동백림에 피는 꽃은 3월달에 만개 한다고 한다.
  다시 오기를 기약하고 초당으로 향한다.

3. 다산 초당 가는 길
※ 강진군에서 만들어 놓은 안내판을 보며 백련사에서 다산 초당 가는 길은 실제 다산 선생님과
  백련사의 주지스님이 같이 다니셨을 것이다. 그 분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며 산책로와 같은 그 길을 다니셨을까?
  동백꽃이 필 때는 참으로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 아침에 출발해서 인지 숲 속에는 나만이 있는 듯하다.
  길 중간에서 만난 산 다람쥐 한 마리가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진다.

4. 다산 초당
※ 천일각에서 강진만 앞 바다를 바라보며 다산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아마도 첫 몇해는 가족 생각과
  세상일에 쓰이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에 안타까이 여기지 않으셨을까?
 나는 나의 능력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누구일까?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사명이 무엇일까?
 


※ 다산 초당에 도착했을 때는 한 일련의 어르신들이 초당에서 '녹차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셨다.
  백련사에서 이미 차를 많이 마시고 왔지만, 초당에서의 녹차를 안마실 수 없었다. 체험비는 무척 싼 천원이었다.
  이렇게 다산 선생님은 그 후손들에게 아직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계신다. 참으로 그 분께 어울리는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나의 후손들 아니 지금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도움이
  되고는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 내가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 오래도록 더불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 또한 주는 것에 진정 기뻐할 것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발견할 나의 강점은 무엇일까?
  삶은 나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 걸까?
 

※ 다시 천일각으로 가서 독서를 하였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정말 좋았다. 천일각에서의 독서. 시험한 바람과 새소리, 눈을 들면 앞바다.
  하지만, 말벌...^^이 그 누각의 주인이었다. 말벌이 다가 올 때는 숨소리 조차 내지 않았다. 무서버서^^

5. 다시 일상으로...
※ 이렇게 나의 일탈과도 같은 짧은 여행은 다산 선생님의 발길과 그 흔적을 찾기 위한
  그리고 '나'를 찾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계획이 어그러졌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고 유연한 사고로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마저 든다.
 
※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살아 생전 바라보셨을 강진 앞바다와 주지스님과 차를 마시며 자주 '주역'을 논하셨을
  백련사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선생님은 과연 어떤 생각과 시야를 가지고 '이 길을 다니셨을지? 백련사에서 묵어가셨을지?
  강진만 앞 바다를 바라보셨을지? 차를 마시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보았다.
     그 답은 선생님만 알고 계시겠지. 나는 추정할 뿐. 선생님이 묵으신 초당에서 그리고 직접 다니셨다는 오솔길에서,
  그리고 유물관에서 직접 쓴 서책을 보며 선생님의 나라 사랑과 백성 사랑, 제자 사랑과 가족 사랑은 나의 상상보다
  크실 거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 이번 산책 여행길에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축제를 읽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아쉬움은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또 하나의 와우 축제로 많은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나'에 대해 다시 한 번 많이 생각해 본 시간을 가졌고 거기에 대한
  많은 축제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의 독후감에 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짧은 여행길에서 발견한 나의 모습 중
 '거침없이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은 모습으로 승승 전문가'를 꿈꾸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먼저 올린다.
 
※ 돌아오는 3월 동백나무의 꽃이 만개할 즈음 우리 와우와 함께 가고 싶다. 백련사와 다산 초당에...

by 왕마담 2009.03.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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