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빙 둘러싼 올레길]

 

 

드디어 제주 <올레길>을 걸었습니다. 작년 석가탄신일 연휴에 가려고 했다가 제주 공항의 기상악화로 가지 못하고 1년 만에 가보게 됐어요. 원래는 스페인 여행이 계획되었는데 유럽의 도시 관광보다는 자연 풍광을 보며 걷고 싶은 생각이 들어 떠나기 1주일 전 여행 코스를 바꿨습니다.

 

웬일인지 숙소 예약하는 것도 무척이나 귀찮았어요. 계획한 5코스의 시작점을 어떻게 가야 하는 지만 확인하고 무작정 떠났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예약도 하지 않았고 어디에 있는지 전화 한 두 번 해보고 가면 찾겠지 싶어졌어요. 제 스타일은 원래 전체 코스의 포인트들을 모두 조사해야 마음이 편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더니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코스도 어디가 좋은지 찾아서 버스 타고 이동하며 걸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럴 바에는 추천 받은 6코스를 기본으로 쭉 돌아보는 게 나을 듯 했어요. 그래서, 5코스부터 시작했습니다. 지도를 좀 찾아 보니 제주의 남쪽 바다를 옆에 끼고 만들어진 길입니다.

 

 

[올레길 5코스 올레 안내소 앞에서 한 컷 찰칵]

 

 

5코스는 남원포구에서 시작했어요. 제주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정도였습니다. 2Gate 앞에서 시내버스 100번을 타고 10분 정도 소요되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갔어요. 780번 시외버스가 남원 포구까지 가는데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남원 포구 정류장에서 내리니 마을이었어요. 예상보다는 꽤 컸습니다. 바닷가가 옆으로 보이는 데 어찌 가야 할지 헤맸어요. 제주 공항의 올레길 안내소에서 샀던 책자를 펼쳐 시작점이 어딘지 찾다가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습니다. 배가 고파 바닷가 앞의 횟집에 들어가 점심 식사를 먼저 했어요.

 

한 명은 조림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니 구이는 다 된다고 하더군요. 고등어 구이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더니 값이 무려 12,000원이었습니다. 서울보다 훨씬 비싼 값 게다가 밥은 따로였어요. 아이쿠~ 관광지 물가여서 그런지 무척 비쌌습니다.

 

 

[제주도 올레길 5코스]

 

 

 

점심을 먹고 5코스의 올레 안내소를 찾았더니 맞은편에 바로 보이더군요. 들려서 게스트하우스를 어디서 묶어야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소개해준 곳은 이미 만땅이었어요. 좀 더 찾아 볼까 하다가 '에이~ 걷다 보면 보이겠지' 싶어 그냥 길을 떠났습니다. 파도가 넘실되는 바다, 화창한 하늘을 보니 어서 떠나고 싶었어요.

 

오후 1시 즈음 시작했어도 14.4Km의 코스 하나는 모두 갈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만만하게 봤어요. 짐도 바리바리 싸 들고 갔습니다. 걸은 지 두 어 시간이 넘어가니 힘들었어요. 쉬지도 않고 무작정 걸었습니다. 순례길(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으면서 얻었던 도보 여행에 대한 감각이 모두 사라졌었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시작한지 두 시간이 지난 시점에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쉬었어요. 가던 길 그대로 하나의 카페가 되었습니다. 날씨도 도와줘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람의 풍광이 눈 돌리는 곳마다의 그림으로 다가왔어요. 셀카봉을 들고 내가 속한 풍경을 찍기 바빴습니다.

 

 

[5코스에 있던 카페에서 바라본 제주의 석양, 하늘 위의 뚜렷한 달의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이제야 트렉킹 여행을 시작한 게 실감났어요. 하지만, 몸은 적응되지 않았던지 걸은 지 약 네 시간 정도 되니 지쳤습니다. 마침 공천포를 지날 때 즈음이었는데 눈 앞에 게스트하우스가 떠억 하니 서있더라고요. <공천포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닷가가 그대로 보이는 숙소였어요.

 

예약도 없이 왔기는 했으나 자리가 있었습니다. 짐을 풀고 샤워하고 나와 근방에서 봐둔 카페에 가서 마신 커피와 맥주는 말 그대로 꿀맛이었죠. 어쩌면 힘든 도보 여행의 에너지 충전은 저녁에 마시는 맥주 한잔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녁 식사로는 보말 칼국수를 먹었는데 약간 비린 맛이 있기는 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10 5일 일요일에 출발했던 때는 태풍의 끝물이라 파도의 힘이 다른 어떤 날보다 힘찼습니다. 바람은 시원스레 땀을 식혀주기에 충분했었죠. 하늘의 구름은 높이도 떠 있었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한적하기만 했던 길은 힘들지만 여유로운 마음을 선물해주었죠. 바다 위로 지는 석양은 제주 첫날밤을 밝혀주었죠.

 

 

[이상은의 'Say Yes', in 1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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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2014.10.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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