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2nd : 2014년 10월 12일 관람

헤드윅: 조승우

이츠학: 서문탁

 

1st : 2014년 9월 관람

헤드윅: 손승원

이츠학: 서문탁

 

 

 

 

[2nd 리뷰]

 

이제는 '조드윅'이라는 네이밍이 자연스러운 조승우씨가 출연한 헤드윅을 봤습니다. 지난 번 손승원씨 공연 이후 두 번째 관람이죠. 구입한 음원 헤드윅이 조승우씨였는데 그 매력적인 헤드윅의 보이스에 빠져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름의 광클릭을 했지만 운이 없었죠.

 

다른 운이 있었습니다. 아는 동생이 예매를 했었는데 사정이 생긴거죠. 제가 대신 보게 됐습니다. 기회는 이렇게 찾아 오는가 봐요. 신나게 7만원을 이체해주고도 다음에 밥 한 끼 쏜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요.

 

일요일 15시 공연이었습니다. 헤드윅의 진정한 맛은 밤 시간에 있지 않은가 생각해요. 락 스타일의 음악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트렌스젠더에 대한 이야기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조승우씨의 애드립으로 생각되는 첫 멘트가 바로 '이 시간에 오느라 참 부지런해~' 였죠.

 

 

[조드윅을 만나다니..... ~^^]

 

 

 

명성에 비해 생각 만큼 집중이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관람석 자체가 2층의 뒷편인 탓도 있겠지만, 왠지 모를 들뜬 분위기가 후반부까지 이어졌어요. 첫 도입부는 <Tear me down>이 아닌 조드윅의 솔로 팝송이었습니다. 헤드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날개와 같은 망토를 입지 않아 아쉽더군요.

 

와중 팝송이 끝나자 마자 엠프 하나가 Down 되어 교체하기 까지 약 20여분 조드윅의 애드립을 풀어 내야 했습니다. 나름 즐겁기도 했지만 집중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가지 못한 듯 느껴졌어요. 어찌보면 조승우씨의 애드립 진가를 볼 수도 있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헤드윅은 자신이 키운 제자와 마찬가지인 락스타 토미 노시스를 쫓아 '리버 뷰'에서 밴드 앵그리 인치와 공연하죠. 자신의 노래를 모두 뺏어 갔다고 주장하기에 토미가 부르는 <Tear me down>을 듣고 화를 내며 진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며 조드윅이 부르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조승우씨가 부른 헤드윅의 음원을 실제 Live로 듣고 있다는 실감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 오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하나가 빠진 듯 느껴지는 게 있었습니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집중력을 떨어뜨려 아쉬웠어요.

 

하지만 조드윅의 힘이 무엇인지도 느꼈습니다. 넘버의 미묘한 Detail을 살리는 힘이 남달랐어요. 분명 같은 넘버인데 그만의 무엇으로 만드는 재능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쭉 뻗는 고음이 원음이라면 조승우씨는 쭉 뻗다가 살짝 꺽거나 더 높은 음을 찍고 내려왔어요. 이질감 없이.

 

이게 티켓 오픈하면 2~3분 만에 완판 매진되는 그만의 함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The origin of love>나 <Wicked little town>, <Sugar daddy> 등도 마찬가지였죠. 아쉬운 점은 <Exquisite corps>의 절규에 이은 드랙퀸쇼의 절정이 생각만큼 숨막히지 않았습니다.

 

 

 

 

여느 헤드윅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휘감고 있던 가짜들 가발과 여자옷을 벗어던지는 건 같았지만 브래지어 속 토마토는 으깨지 않고 살짝 내려 놓더군요. 그 퍼포먼스는 정체성을 찾아 가는 고통에 대한 공연의 절정인데 표현하지 않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전반적으로 조승우씨의 헤드윅은 잘 어울렸어요. 캐릭터가 갖고 있는 비꼬인 유머 속에 숨겨진 허탈하고 허망함, 정체성에 대한 진실을 밝힐 때의 극적으로 진실한 모습, 깊이 감추어진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 등 그 동안 조승우씨가 맡은 역할에서 볼 수 있던 모습이었던 듯 싶습니다.

 

결정적인 두 장면, 망토를 입지 않은 것과 토마토를 그냥 내려 놓는 모습에 올해 조드윅 마지막 공연에 대한 연습이 익지 않은 듯 보였어요. 역시 막공이 진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기대한 만큼의 공연이었어요.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1st 리뷰]

 

기괴하고 낯설며 과격할 거 같아 껄끄러워 보였던 뮤지컬 <헤드윅>을 봤습니다. 태국 출장을 갔을 때 레이디 보이(레즈비언) Bar에 간 적이 있었어요. 관광 코스가 되어 여성분들도 왔어요. 들어가자 마자 야릇한 분위기 속 여성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의 유혹이 주는 낯선 경험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뮤지컬 <헤드윅>은 그 생각이 들도록 했습니다. 자유를 찾기 위해 기꺼이 여성이 되려 했던 남자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시종일관 무거운 이야기를 유머를 적절히 섞어 경쾌하지만 진중하게 풀어나갔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헤드윅을 연기한 손승원씨의 매력이 돋보였어요.

 

극은 토크 콘서트와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첫 등장, 강렬해요. 헤드윅의 매력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Tear me down>을 부르며 자신을 밀어 내는 세상에 원망과 반항 그리고 오기로 가득 찬 카리스마를 갖고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망토에 쓰여 있는 '양키 고 홈 위드 미'는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욕망을 보여주는 듯 했어요.

 

 

 

[Tear me down by 조승우]

 

 

사람이 모든 사람들이, 날 부셔 Tear me down,

덤벼봐 내게 덤벼 너, 부셔 Tear me down,

헬로 뉴욕! 헬로 에브리바디! 내가 동베를린에서 여기까지 왔어.

근데 뭐? 날 부셔보겠다구?

어디한번 해봐! Come on and tear me down!"

 

곧이어 나오는 <The Origin of Love>는 극 주제를 다룬 이야기를 담은 넘버입니다. 태초 한 몸에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같이 있었는데 교만함으로 신에게 받은 벌로 번개 칼로 나누어져 평생 서로를 찾아야 완전한 존재가 되는 숙명이 바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The origin of love by 오만석]

 

 

그리곤 벼락 꽉 잡고 크게 웃어대며 말하길

'너희 모두 반쪽으로 갈려 못만나리 영원토록

………

나는 기억해.

두 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 

 

헤드윅은 그의 어머니 이름입니다. 진짜 이름은 한셀이며 동독이 고향이죠. 자신에게 반한 미군의 유혹을 거부하기에는 자유가 주는 달콤함에 푹 빠집니다. 넘버 <Sugar Daddy>는 흥겨워요. 가사 속에는 한셀을 사로잡는 아메리카가 주는 각종 쾌락과 탐욕이 넘치지요.

 

짜릿하게 휘감는 터질듯한 팽팽함,

처음 느낀 육체의 쾌락,

날 채워줘 가득 빨리 와,

바라바라바라바!, 컨온 슈가대디 빨리 와

 

 

 

 

[Sugar Daddy by The Original Broadway Cast Recording of Hedwig]

 

 

 

결혼하여 미국으로 넘어 오기 위한 방편으로 이름을 바꾸고 곧 성전환 수술을 받습니다. 자유를 위해 포기하게 되는 저에성, 바로 남성이지요. 고대하던 미국으로 오지만 버림받고 남는 건 기괴하게 변한 헤드윅의 상황을 대변하는 일인치, 바로 <Angry inch>입니다.

 

운명의 수호천사 한눈 팔 때

내 성전환 수술은 개판되고 잘려진 살덩이 흔적 남겨 남은 건 Angry Inch,

여자의 그것도 아닌 것이

일 인치 살덩이 주름 잡힌 민짜 얼굴 같은 처참하게 일그러진 흉터뿐 남은 건,

그건 Angry Inch

 

 

그를 혹은 그녀를 휘감은 온갖 것들은 가짜들뿐입니다. 가짜 여권에 화려한 가발과 메이크 업 그리고 드레스...... 이후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덥쳐 오지만 그건 ''인 헤드윅 본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여행이죠. 누더기 같은 자신을 비유하는 넘버 <Exquisite corps>는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누더기 같은 나 난도질 당한 나 상처투성이 내 몸,

공포와 절망 연민에 찌들어 터지는 상처의 통곡들 꼴라쥬,

처참한, 몽타쥬, 난 통곡해

 

 

 

 

 

공연하는 틈틈이 옆 문을 열면 좌절을 안긴 배신자 토미의 화려한 공연장이 보여요. 그를 키워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하지만 번번히 자신 스스로 큰 듯 말하는 그에게 분노를 터트립니다. 하지만, 그 분노는 애증이죠.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이라 믿었지만 스스로 도망가 버린 토미를 향한 헤드윅의 마음은 이츠학을 괴롭히는 마음으로 대변됩니다.

 

동유럽 크로아티아가 고향인 이츠학은 인종 청소를 피하기 위해 헤드윅의 도움을 받아요. 이때 헤드윅은 자신이 받은 것과 똑같이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로 자신의 남편이 되고 다시는 여성이 되면 안된다는 약속을 요구합니다. 그 계약에 따라 코러스로서 그림자와 같이 남아 있습니다.

 

<Exquisite corps> 넘버를 지날 때는 이제 웃음기가 싹 걷힌 <헤드윅>으로서 공연의 절정으로 치달아요. 고통스러워하며 회의하던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헤드윅은 자신을 감싼 여장, 가발을 벗고 브래지어 속의 토마토를 으깨며 알몸으로 무대 위에서 쓰러집니다. 그 때 토미 노시스가 부르는 <Wicked little town>이 들리죠.

 

용서해요 난 몰랐어 나는 너보다 어린 아이였잖아

너무나 크고 특별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신비한 신의 창조물 같은 당신

남김없이 모든 걸 주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 차가운 도시를 녹인 아름다운 너

운명이란 없는 거야

사실은 바람만 있는 하늘처럼

오묘한 마법도 없고 영원한 사랑도 없어

보이지 않는 걸 찾을 순 없어

이제는 받아들여 봐요

당신 존재의 이유를 두려워 말고 건너요

길 잃고 헤메는 당신 따라와 나의 속삭임

건너요 차가운 도시 Wicked little town

 

 

 

 

 

[Wicked Little Town by 조승우]

 

벌거벗은 그대로 이츠학에게도 여자 가발을 건넵니다. 자신을 받아 들인 듯한 헤드윅에 이어 곧 이츠학 역시 여성이 되어 밴드 The Angry Inch에 나타나며 극은 크라이막스를 지나 관객과 함께 숨쉬는 마지막 무대를 꾸미게 됩니다. 과연 헤드윅의 반쪽은 과연 토미였을까요?

 

<Exquisite corps>의 눈 길을 뗄 수 없는 퍼포먼스를 지나 <Wicked little town>의 자기를 받아들이는 감동적인 모습 속에서 눈물이 났어요. 커튼 콜을 하는 데 무대 뒷편에서 나타난 손드윅을 보기 위해 닦지 않은 눈물 그대로 뒤돌아 본 순간 다른 분들과 눈이 마주치자 뻘줌했습니다.

 

커튼콜 후 앵콜곡에 롹 스피릿이 살아난 관중이 모두들 헤드벵잉과 함께 락을 표현하는 손가락과 함께 방방 뛰는 함께하는 신나는 무대가 펼쳐졌어요. 영어로 된 OST만 갖고 있었는데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 2013년에 공연했던 조승우씨와 이영미씨 Version 음반을 샀습니다. 확실히 가사가 주는 울림이 남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말로 듣는 곡의 울림이 크네요. 한 곡씩 들으며 공연이 주는 의미를 하나씩 되새겨 봅니다.

 

남자가 봐도 여성스러운 손승원씨의 몸매는...... 와우~ 게다가 기대를 뛰어 넘는 성량과 연기까지 더해져 파워 보컬 서문탁씨의 힘에도 밀리지 않더라고요. 그런 매력덕분 인지 관객의 대다수는 여성 분들이었습니다. 주제가 던져 주는 메시지는 한 번 웃으며 보고 마는 가벼움 이상이었기에 관객층이 더욱 다양했으면 좋겠습니다.

 

by 왕마담 2014.10.21 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