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about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잘츠부르크에서 펼쳐지는 음악 축제에서 Live로 펼쳐진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를 관람했습니다. 직접 가서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메가박스에서 펼쳐진 시리즈 중의 2탄이었어요. 오스트리아의 시차 차이로 현지는 16시에서 공연했고 19시부터 상영 진행됐습니다.

 

메가박스에서는 <일 트로바토레>를 비롯하여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와 스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총 세 작품을 상영하네요. 이 중 돈 조반니는 아쉽게 놓쳤습니다만, 이번에 관람한 트로바토레를 비롯하여 장미의 기사까지 예매에 성공했죠. 2012년부터 했던 컨텐츠라 입소문이 많이 났던지 좋은 자리는 이미 다 팔린 점, 아쉬웠습니다.

 

Live라고는 했으나 오페라 공연의 특성 때문인지 살아 있는 현장감 대신 안정감이 더 돋보였어요. 마치 녹화된 걸 상영하는 듯 보였습니다. 잘 알다시피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 고향이죠. 일 년 내내 연주회가 끊이지 않는 도시로서 7~8월 펼쳐지는 페스티벌은 세계 최고를 자랑합니다.

 

 

[레오노라(안나 네트렙코)의 아리아, D'amor sull'ali rosee (사랑의 장밋빛 날개를 타고)]

 

 

 

이 축제를 말하는 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죠. 비록 지휘자는 카라얀은 이제 나올 수 없지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취리히 오페라의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다니엘레 가티가 맡았습니다.

 

<일 트로바토레>는 이번 페스티벌 오페라 중 가장 먼저 매진되었다고 하네요. 이유는 작품 자체도 좋지만, 지휘자를 포함하여 오페라의 대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와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Francesco Meli) 그리고 바리톤으로 변신한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출연진 때문일 것입니다.

 

 

[실력은 물론 미모까지, 팬입니다. 안나 네트렙코! 꺄오~]

 

 

about 주연 배우들

 

작품만 보고 예매한 거라 땡잡은 듯 여겼어요. 1971년 러시아 출생인 네트렙코는 Saint Petersburg Conservatory를 다니며, Mariinsky에서 무대 청소부로 일했다고 합니다. 같은 극장 오디션에 참여 평생의 멘토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를 만나고 <피가로의 결혼> 수산나 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지금에 이르니 숨은 노력이 보이네요.

 

1941년 스페인에서 태어나 70 넘은 플라시도 도밍고의 출연은 예상도 못했습니다. 힘 조절을 위해서 이번 작품에서는 루나 백작인 바리톤으로 참여했어요.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무대 위에서 노쇠하지 않고 그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 기뻤습니다. 부디 건강 관리 잘하여 꾸준히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남자 주인공 만리코를 맡은 프란체스코 멜리는 처음 들어본 성악가입니다. 198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나 비교적 늦은 나이인 17살 때 보컬 공부를 했다고 하며 이탈리아 창법 벨칸토(Bel canto)를 구사한다고 하네요. 2002년 베르디의 초기 오페라인 맥베스로 데뷔하였습니다.

 

 

[멋진 노익장을 과시하는 플라시도 도밍고]

 

 

 

[바리톤으로 루나 공작을 연기한 73세의 도밍고 넘버, 제목은 모르겠네요^^]

 

 

 

about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트로바토레'는 음유시인이자 궁정악사를 뜻해요. 구티에레스의 <트로바토레>가 원작입니다. 스페인의 아라곤 왕국이 건재했던 중세 시대를 배경이죠. 내용은 비극으로 사랑과 원한 그리고 복수의 요소를 담았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가 표면적이라면 안으로는 귀족과 집시 간 갈등을 다뤄 긴장을 높였습니다.

 

4막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루나 백작(도밍고)에게는 어릴 때 뜻하지 않게 헤어진 남동생이 있어요. 집시가 다녀간 직후부터 시름시름 앓아 누웠기에 그 노파를 잡아 화형에 처합니다. 그 날 밤 남동생 가르시아는 아추체나(마리 니콜 르뮤)에게 납치돼 만리코(멜리)로 키워지게 되죠.

 

만리코와 사랑하는 사이인 레오노라(네트렙코), 그녀를 사모하는 루나 백작은 연적이 되어 버리죠. 첩자로 오인되어 잡힌 아추체나를 구하러 갔던 만리코는 루나 백작에게 또한 같이 잡힙니다. 그를 살리기 위한 레오노라는 백작을 거짓말로 속이고 만리코를 구하기 위해 자살하고 만리코 역시 처형됩니다.

 

아추체나는 처형 당한 만리코가 루나 백작의 친동생임을 알리고 같이 죽죠. 절망한 루나 백작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며 작품은 끝납니다. 제가 알고 있던 곡은 '저 타는 불꽃을 보라'는 아리아 입니다. 역시나 가장 유명한 곡으로 3막에서 만리코가 어머니를 구하러 가며 부르더군요.

 

 

[만리코(Ramon Vargas)의 아리아, Di quella pira (타오르는 저 불길을 보라)]

 

about 느낌과 느낌

 

관람하며 아는 곡이 많지 않아 지겹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거장의 손길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처음 듣는 아리아들도 이야기에 잘 맞추어 구성되어 있어 낯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전체 작품에 녹아 들어 있는 듯 했어요. 역시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노래는 소름 끼치기도 했습니다. 아름답기까지....

 

무대 구성과 해석이 독특했어요. 마치 미술관에 들어 선 것과 같았습니다. 과거 얘기나 주인공들 설명할 때는 주인공들이 경비나 큐레이터의 복장을 하며 본래 이야기 속에서는 중세 시대 복장을 하고 나와 현대와 과거를 조화롭게 매치 시킨 듯 보였어요.

 

무엇보다 메가박스에서 관람하니 합리적인 가격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클로즈업해서 보는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물론 극장의 음향으로 아리아들을 듣기에 음악이 주는 감동도 고스란히 받는 듯 해요. 단지 현장감이 떨어지기는 하나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들을 때면 같이 치게끔 하네요.

 

뮤지컬 넘버 외에도 오페라 음반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러다 오디오까지 손대는 거 아닌가 싶네요. 남자를 거덜 낼 취미 세가지가 바로 도박, 자동차, 오디오(스피커)라고 하는 말이 얼핏 기억납니다. 그래도 방음시설이 완벽한 곳에서 음악 감상할 수 있는 Room 하나 만들고 싶은 바램입니다.

 

 

[잘츠Live 일 트로바토레의 주연배우들, 가장 오른쪽이 만리코역을 한 멜리]

 

 

 

[3막 시작을 알리는 집시들의 합창, 보라 밤의 장막은 걷히고 (Vedi le fosche notturne)]

by 왕마담 2014.08.24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