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moment (지금 이순간)>은 이 뮤지컬을 보지 못했더라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넘버다. 어느 책에서 입시철만 되면 오디션 중 하루에 이 노래만 1000번쯤 듣는다고 푸념하는 한 연극과 교수님의 얘기들 들었다. 사실 나도 음치를 벗어나고 싶어 보컬 학원에서 연습할 때 처음 선택한 곡이 이 노래였던 기억에 실소가 났다. 여전한 음치다. ~ 잔잔한 독백과 같은 피아노 멜로디로 시작하여 결연한 의지와 결심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으로 마무리 지으며 풍부한 감동을 전해주기에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랭크 와일드 혼의 음악 특징이 그렇다. 잔잔하게 시작하여 큰 울림을 주는 끝맺음을 보여준다.

 

 

      

                                                   [This is moment]

 

 

 

뮤지컬에서는 보기 힘든 스릴러로 만들어진 이 작품의 공간은 단순하다. 지킬의 연구소, 런던의 밤거리, 회의를 위한 방, 유흥업소 등을 표현한 무대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초라했다. 처음 볼 때 많이 낯설었던 부분은 인기와 명성에 비해 너무 단출한 무대였다. 낯섦은 감상을 방해했다. 주옥 같은 넘버들에 빠져들지 못했고 주인공들의 연기가 그저 그렇게 보여졌다. 스토리가 대충 어떻게 만들어졌고 흘러가는지 정도만을 알고 나왔다.

 

브로드웨이의 공연 실황을 직접 보여준 메가박스의 '지킬 앤 하이드'는 실제 뮤지컬에 비해 가격이 싸다. 곧 넘버들을 충분히 들으면서 익숙함으로 무장하고 다시 보러 갔다. 두 번째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내려가 있었다.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특수 효과나 무대의 현란함이 없기에 연기 자체로 승부할 수 밖에 없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넘버들이 겹쳐지면서 내 안에서는 감동이 꿈틀댔다. 불과 일주일 전의 실망하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인 나를 발견한다.

 

이런 경험은 이미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겪었다. 처음 볼 때 졸렸던 위기의 순간들이 두 번째에서는 감동의 순간들로 변모되어 있던 경험이다. 그렇기에 특히나 Live 무대가 아닌 유명 공연실황은 두어 번 더 감상하려 한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내게 무척 크기 때문이다. 또한, 값이 Live 뮤지컬에 비해 훨씬 싸다. 하지만 영화에 비해서는 좀 비싼 편.

 

 

 

       

                                                                     [Facade]

 

 

 

이렇듯 감상을 하는 데에도 이중적 성향을 갖고 있다. 영화를 볼 때면 일부러 줄거리를 모르고 가나 뮤지컬을 보러 갈 때면 조금이라도 더 감동받기 위해 Preview를 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 바쁠 때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발걸음을 재촉하며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을 갖는 반면 다른 사람이 나를 툭 치고 가면 짜증이 나서 속으로 욕한다. 앞에서는 웃지만 뒤로는 찡그릴 때가 있다. 또한 이러한 인간의 양면 극단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참고로 하이드는 영어로 '숨다'라는 뜻의 <hide>! 인간의 페르소나 혹은 허울을 풍자하는 넘버가 지금 나오고 있는 <facade>.

 

이 소설은 1883년 스코틀랜드 출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에 의해 쓰여졌다. 앞에서 나의 이야기로 예를 들었듯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종종 이중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 사람이기에 기본 테마인 이중 인격은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해보인다. 요즘에는 다중 인격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한 사람의 인물 속에 선과 악을 대변하는 지킬과 하이드가 함께 하는 소설이 그 당시 얼마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을까?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한 시대)이다. 산업 혁명의 성숙기로서 경제 발전을 토대로 대영 제국의 절정기라고 한다. 또한 빅토리아 여왕의 영향을 받아 문화나 도덕적으로도 청교도적인 건전함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소설이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킬 박사와 같은 올바른 사람이 영혼의 한 구석에 그토록 어두운 구석을 갖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독자가 소설이 중반을 지날 때에도 지킬과 하이드가 동일 인물인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몸에 완전히 상반된 인격을 보여주는 지킬과 하이드. 오른손와 왼손잡이가 서로 다르며 사람을 살리는 의사이자 과학자와 악행과 연쇄 살인을 일삼는 충돌을 보여준다. 그 만큼은 아니지만 매우 유명한 이중 인격자는 <배트맨> <투 페이스 하비>일 것이다.

 

 

 

     

                                           [Sympathy Tenderness & Someone like you]

 

 

지킬과 하이드 뿐 아니라 거울과 같이 대립하며 이중성을 보여주는 연출이 눈에 띈다. 그와 약혼하는 엠마는 좋은 집안에서 풍부한 교양을 쌓은 지혜로운 여성이다. 지킬이 하이드의 정체를 알고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를 바로 잡아주는 대표적인 넘버가 바로 높고 맑은 소프라노를 자랑하는 <Once upon a dream>이다. 반면 술집에서 노래와 춤을 팔아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또한 누군가의 좋은 말씀을 찾아다닐 정도로 삶에 대한 열정이 있는 루시. 그녀는 그 안에서도 또한 이중적인 상황에 부딪힌다. 하이드에게는 차가운 학대를 당하며 미움과 무서움을 느끼지만 지킬에게 따뜻한 배려와 친절 속에서 사랑에 빠지며 그 설렘을 부르는 넘버가 <Someone like you>. 호소력 짙은 파워풀한 목소리로 발랄함을 함께 보여주던 콜린 섹스톤의 무대는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연 실황은 약 10년 전 공연을 담았다. 뭔지 몰랐던 낯섬의 이유 중 하나 역시 시간적으로 요즘하는 공연이 아닌 거 같다는 점이었다. 생각보다 젊게 나오는 데이빗 핫셀 호프의 기나긴 기럭지에서 뻗어 나오는 하이드의 카리스마 연기가 무척 좋았다. 특히 <Confrontation>에서의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는 내면의 싸움을 보여줄 때는 푹 빠져 들어 버렸다. 하이드에 의해 위험에 빠진 지킬은 루시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이때 루시가 부르는 <A new life>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보게 만드는 상승의 기운을 담고 있다.

 

와일드 혼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1980년 이후 스티브 쿠텐(연출가)의 합류에도 지지부진하던 때에 레슬리 브리커스(작사가)가 함께 하며 급물살을 탄다. 1990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같이 컨셉 앨범이 먼저 만들어졌다.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으로 이미 거물급 스타가 되어 있던 콤 윌킨슨(장발쟝과 팬텀 역으로 유명하며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레미제라블의 미리엘 주교역으로 나왔던 인물)와 린다 에더가 함께 참여한다. 곁가지로 빠지는 얘기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사라 브라이트만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직업적 동료로 남았듯이 와일드 혼과 린다 에더 역시 그들과 같은 행보를 보인다. 같은 해 휴스턴에서 초연을 한 후 미국 투어를 이어 17년 만인 1997년 드디어 브로드 웨이에 입성하게 되어 지금까지 큰 인기를 받고 있다.

 

       

                                                                    [A new life]

 

 

 

참고: [네이버]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Part와 소설 Part

        [책] 뮤지컬 블라블라블라 by 박돈규

 

 

by 왕마담 2014.07.06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