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클라리넷과 관현악을 위한 첫 번째 광시곡 L.116>

 

지난 원주시립교향악단에 이어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무대를 관람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음대 나와 무엇을 하는가>의 지휘자 편에 인터뷰가 소개됐던 임헌정 예술감독님이 지휘를 맡고 있어 반가웠어요. 또한 3월 중순에 관람한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를 비롯하여 국립예술단의 연주를 도맡아 하는 오케스트라였습니다.

 

신진 작곡가인 박정규씨가 각 지방의 '아리랑' 멜로디를 편곡하여 통합한 우리 가락으로 서곡을 연주해 흥겨웠어요. 곧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창시하고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연주됐습니다.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라는 관능적인 시를 읽고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했어요.

 

작곡가는 초연 때 곡 해설을 붙였는데 싯구 전체를 하나하나 다루기 보다는 시가 주는 느낌, 목신의 갖가지 욕망과 꿈 그리고 오후의 열기를 헤매다 다시 평안하게 잠드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이 잠들기 좋은 음악이 하나의 느낌에서 여러 파장으로 다가 오네요.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낭만적으로 치닫는 흐름 속에서 섬세한 필치의 구성과 화음의 울림 속에 담은 현실 속의 인상을 주관적으로 표현했던 이 음악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음악을 창조하게 됩니다. 흐릿한 느낌으로 기억되는 인상적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흐릿하게 쳐다보며 감상해보았습니다. 마치 인상파 그림을 보듯.

 

샘가에 있던 요정을 보고 어떤 힘에 이끌려 품에 안으려다 사라진 걸 보며 관능적 희열이 권태로움으로 변하는 목신의 오후를 떠올릴 수가 있었죠. 에로틱하고 나른해지며 어슬렁거리고 싶어집니다. 돌을 껴안는 호수의 잔잔한 품을 보는 듯 합니다. 다시 잠들러 가는 목신에게는 만족스러운 오후였는지 묻고 싶어지네요.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광시곡으로 만들었지만, 1911년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된 <클라리넷과 관현악을 위한 첫 번째 광시곡 L.116>이 마치 목신이 어땠는지 대답하듯 다음 연주를 이어갑니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1악장이었다면 이 곡은 마치 2악장처럼 들렸어요. 마무리와 다른 종결을 보여줍니다.

 

 

 

 

2.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Op.14>

 

드뷔시의 인상적인 환상 이후 제목 자체가 환상인 하이라이트,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Op.14>가 연주됐어요. 초기 낭만 작곡가들 대부분이 영향을 받은 베토벤의 표제적 성격을 받아들인 네러티브 교향곡을 도입한 최초의 작곡가로 기록됐습니다. 이후 바그너나 리스트 그리고 말러에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하던 그는 가업을 잇기 위해 의학 공부를 위해 파리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타고난 기질을 어찌할 수 없었던 듯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리음악원에서 뒤늦게 작곡을 배우며 음악가의 길을 걷습니다. 어렸을 때 체계적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의 상상력은 거칠게 없었어요.

 

파격적인 그의 생각은 대편성으로 입체적인 사운드를 독특하게 내고 있습니다. <환상교향곡>을 보면 제1, 2 바이올린은 각각 세 파트로 나누고, 비올라는 두 파트로 나누는 등 오성부로 나뉘는 현악기를 이용하여 무려 10성부로 분할하여 두터운 음향을 형성하죠.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그 덕분이었을까요? 다른 연주회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소리가 옹골차있어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5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잘 알려진 대로 작곡가의 실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죠. 실연에 빠진 예술가는 아편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죽음에 이르지 못하고 기이한 환각에 시달립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고정적 악상이 나오는 데 각 악장의 성격에 맞추어 변주되어요. 이번 연주회의 작은 목표(?)는 이 고정 악상을 각 악장마다 느끼고 싶었습니다. 결론은 '실패'였죠. 허나 4악장에서 클라리넷 단독으로 단두대로 향하는 예술가가 떠올리는 여인의 상념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뚜렸했어요. 곧 풀 오케스트라의 합주로 금방 지워져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by 왕마담 2016.05.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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