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김연수님의 '여행할 권리'를 읽는 중에-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길은 옳은 것인가요?
우리 삶의 길은 어떠한 방향이어야 하나요?
답은 없습니다.
걸어가야 합니다.
길의 끝에 이르러봐야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뿐입니다.
 
군대에서 자대배치 받은 후 첫 행군 도중 발바닥이 모두 까져었습니다.
발바닥 전체가 물집 덩어리였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행군 목적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내 앞의 동기와 동료, 고참의 발걸음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을 뿐입니다.
입으로는 '한 걸음', '한 걸음'이라는 나만의 작은 기합으로
살 속의 살이 맞부딪혀서 머리를 찌르는 듯한 아픔을 잊었습니다.
아니 그 아픔을 피하지 않고 그저 함께하여
저는 어느덧 행군의 목적지인 길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삶의 길 역시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길 위에서 으레 겪게 되는 아픔을 피하지 말고
빠르지는 않더라도 꾸준한 한 걸음을 내딛고 싶습니다.
아픔 역시 제 삶을 이루는 소중한 그 무엇 일 것입니다.
 
잃어버린 '나',
온전한 '나'를 찾고 싶습니다.
길의 끝에 이르고 싶습니다.

by 왕마담 2009.04.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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