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 강사를 구가하다가 논문 표절에 휘싸여 두문분출했던 김미경씨의 토크쇼인 <김미경의 톡앤쇼>를 관람했습니다. 강호동의 <무릅팍 도사> 출연 직후 터졌는데 예정되어 있던 후속은 방송하지도 못했었지요. 얼마전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도 출연하며 다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신 듯 했습니다.

 

삼성동 부근을 지나치면서 KT&G 상상 마당이 있는 건물에 걸려 있던 배너를 보고 알았어요. 김미경씨도 토크쇼 하는 걸.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바로 예약을 했습니다. 김미경씨의 강의 들으면 다른 건 몰라도 동기부여 하나 만은 확실하거든요. 삶에 대한 무언가의 에너지와 열정을 이끌어 내는 데에 탁월합니다.

 

토크쇼 주제는 <나 데리고 사는 법>이었어요. 2시간에 걸쳐 3가지 컨셉으로의 강의겸 쇼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김미경씨의 피아노와 김용순씨의 플룻, 미미의 실로폰으로 청중의 감성을 터치하더군요. 음대 작곡가 출신입니다. 첫 사회 경력이 피아노 학원의 원장이더라고요.
 




 

1.

이십여명 정도 작게 시작했던 학원은 어느덧 수백명을 거느린 큰 사업체를 거느리게 된 듯 했습니다. 그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씀해주는 게 첫 강의였다고 해요. 어찌나 떨었는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디서 멈추고 힘을 빼야 할지 몰라 1시간 예정이던 강의를 3시간 논스톱으로 했다는 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은 무언가를 치밀하게 계획하여 실행하는 성향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회사 전직원이 말리던 이 토크쇼를 지금처럼 밀어붙여 했듯 호기심과 관심갖는 뭔가를 끊임없이 찔러보고 던져보는 게 본인이라는 점 역시 설명이 이어졌어요.

 

'그런 나를 데리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십니까?' 라며 너스레를 털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을 데리고 살기 힘드시죠?'라는 말에 말할 수 없는 위안을 받게 되더군요. 놀랐습니다. 유용한 지식이나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하는 통찰도 없는데 그런 말 한 마디에 뭔갈 바라며 긴장하던 청중 역시 편안해지는 듯 했어요.

 

지금의 자신이 되는 데에는 그 때 살았던 하루가 중요했다는 말을 합니다. 떨려서 가기 싫었던 강의에 갔던 예전의 그날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말이죠. '오늘의 하루를 산다는 건 10년 후의 오늘까지 총 이틀을 산다'는 겁니다. 작가처럼 강사 역시 지난 삶을 정리하고 메시지를 뽑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듯 해요.

 

만약 예전 그날 강의를 가지 않고 잘 되던 피아노 학원의 원장으로 계속 있었다면 오늘의 그녀는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겁니다. 청중의 도움을 얻어 오늘 '미래의 오늘' 무얼 던질지 고르는 연습을 했어요. 운동, 관계, 투잡, 취미..... 뭐든 던져 보는 겁니다. 중요한 건 1~2년 후가 아닌 10년 후에 잡을 것이어야 했어요.

 

얼마 가지 않아 잡아 봐야 거기서 거기 일테니까. 금방 실망하여 포기할 거란 말입니다. 그녀는 요즘 물리학과 수학을 던지고 있더군요. 나는 무얼 던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반면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치밀한 계획과 꾸준한 성실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분들의 큰 기쁨은 매일 매일의 달성되는 목표들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던질 수는 없을 겁니다. 현재 계획을 세웠던 맥락에 있는 뭔가여야 하겠지요. 김미경 강사님이 하는 말씀의 반대편도 잘 생각해봐야 했습니다. 1부의 핵심인 바로 '나 데리고 사는 건 어렵다'라는 메시지와 '오늘은 내일의 오늘까지 이틀이다'이었죠.

 


[김미경의 톡앤쇼에 나온 시민의 고민거리들, 가장 많은 스티커가 붙은 '나 자신']


 


2.

초대손님이 나왔습니다. 개그우먼 이희경씨 였어요. 이 분이 나온걸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다이어트로 많은 유명세를 탔었습니다. 요즘은 개콘에서 바텐더에게 술취한 진상 고객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가요?'라는 특유의 뉘앙스가 생각났어요. 기왕이면 사는 얘기도 좋은 데 짧게 나마 단편극 하나 준비하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김미경씨가 TV에서 하던 플롯 그대로 였어요. 먼저 게스트의 어려웠던 시절과 꿈을 어떻게 이루었는지를 들었습니다아버님 사업 실패로 인한 가난 그리고 뿔뿔히 흩어졌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그 와중에도 대학 총학생회 회장을 하면서 김밥을 팔던 당찬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받아 정리를 하며 자기발견과 성장에 대한 메시지를 뽑으며 마무리했어요. 특히, 어려웠던 집안 살림 때문에 의기소침했을 수도 있는 데 자신의 어려움이 더 큰 그릇이 되도록 만드는 단련의 도구로 봤던 시선은 기억에 남습니다. 이소라씨 <제발>노래로 마무리된 2부였어요.
 


[초대손님으로 나온 개그우먼 '이희경씨']


 


3.

마지막 무대는 <아트 모래>와 음악이 어우러지며 한 학생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됐습니다.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 3개월만에 예고에 진학했던 학생인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간다는 말이었죠. 그는 바로 김미경씨의 아들이었습니다.

 

누구도 아닌 자신의 아들이 그런 모습을 보인 데에 힘겨워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생각해보니 아들을 위해서 학교를 다니라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때문이었습니다. 진솔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어요. 어디가서 중졸이라고 말하지 못하겠다는 말씀을 하더군요. 최소 고졸은 되어야 유학 준비 중이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지 않냐고.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 이야기를 했습니다. I'm a teacher 였다고 하네요. 이후 good 이 붙었다고 합니다. I'm a good teacher. 그리곤 또 very, I'm a very good teacher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논문 사건 이후 형용사는 모두 떨어졌지요.

 

집에서 두문분출하던 시기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다고 해요. '밥은 먹냐고?', 힘내서 새끼들이랑 맛난 거 먹으라고.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본인은 강사 아닌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어머니는 본인을 'I am'으로 봤다는 거죠. 뒤에 붙는 teacher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생각해보니 자신이 아들에게 바란건 'I am'이 아닌 그 뒤에 붙는 단어들이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어머니께 여행가자는 말을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간절하게 제발 중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더랍니다. 아들을 존재 자체로 보니 그까짓 학교가 무어 그리 중요하게 생각됐는지 허락했다고 하네요.

 

지금은 일본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우리에게도 이 메시지를 던집니다. I am을 잃지 말라고. 뒤에 붙는 단어나 수식어는 언제든 그리고 다시 붙을 수 있다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래 내가 있고 나서야 일도 관계도 꿈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에 힐링되는 사람들의 모습]


 


4.

전반적으로 공연장 특성상 집중이 잘 됐습니다. 공연장 입장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김미경씨와 마주쳤는데, 힘이 넘치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더군요. 힘찬 걸음걸이는 인상 깊었습니다. 톡앤쇼 역시 그 특유의 열정이 넘쳤어요. 본격적인 강연 전 멀리서 온 청중이나 이런저런 사연을 갖고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짧게 하고 선물을 주며 자연스레 집중시켰습니다.

 

톡앤쇼라고는 하지만 쇼의 느낌은 약했어요. 감동받을 만한 음악은 없었습니다. 토크쇼를 거들 뿐이었지요. 초점이 분산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김미경씨의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강의는 언제 들어도 푹 빠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어요.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 라는 동기부여를 주는 강점을 지녔습니다.

 

단지, 뚜렷한 지식이나 액션 플랜은 없었어요. 꿈을 던지기만 했지 어떤게 던질 만한지 아닌지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그걸 10년후 걷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개그맨 이희경씨의 사례가 일반화되어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 모호했습니다. 메시지를 뽑기는 했지만 보편적이지 않았어요.

 

본인의 어머니와 아들 사례를 뽑아 'I am'과 매칭시킨 의도는 좋았습니다.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흐름도 함께 뽑았다면 어땠을까 싶었어요전문 강사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죠내년에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김미경씨 영상]


by 왕마담 2014.11.03 05:57
| 1 2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