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직장인 뮤지컬 동호회에서 <지킬 앤 하이드>를 무대에 올린다고?

 

참여하고 있는 모임 중 직접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는 <뮤지컬 홀릭스>라는 동호회가 있습니다. 내부 프로젝트팀은 오디션을 통해 분기에 한 번 정도 발표 작품 선정 후 뽑히지요. 예전에는 <빨래> <달고나>와 같은 국내 중소형 창작 뮤지컬을 공연했었는데 이번에는 <지킬 앤 하이드>라는 유명 뮤지컬을 올렸습니다.

 

주로 대학로 소극장을 빌려 공연했었는데 이번에는 작품의 인기에 걸맞은 삼성동의 백암 아트홀에서 잔치판을 벌렸습니다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가보았는데 작년 조승우가 출연했던 <헤드윅>을 했었던 곳이지요. 토요일 저녁의 무대는 완전 만석이었습니다. 그 넓은 곳이 가득 차다니, <뮤지컬 홀릭스>의 인기를 실감했지요.

 

<지킬 앤 하이드>를 실황 공연으로 본적은 없었습니다. 데이빗 핫셀 호프가 지킬로 나온 브로드웨이 실황을 메가박스에서 봤었어요. 처음엔 낯설더니만 두 번째 봤을 때는 익숙한 넘버들이 더 친숙해졌고, 루시 역을 했던 콜린 섹스톤이라는 배우에 푹 빠져 들었습니다. 미드 <전격 Z 작전>으로 유명한 핫셀 호프를 뮤지컬 무대에서 만나 반가웠습니다.

 

자세를 곧추 세워 놓았던 첫인상

 

이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넘버는 <Facade>이죠. 거의 모든 뮤지컬이 처음에 관중을 휘어잡을 넘버들을 구성해 놓는 듯 합니다. <레미제라블> <Look Down>, <오페라의 유령> <Think of me> 같은 거죠. 독창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합창이 많은 듯 합니다.

 

돈 없는 동호회에서 하는 지라 기획사에서 하는 것 보다 당연히 허접해 보일 무대였지만, <Lost in the darkness>에 이어 안무까지 곁들여진 그들의 <Facade>는 강렬했어요. 등받이에 기대 '얼마나 잘할까?' 기대 반 의심반의 자세를 다시 잡으면서 이후 무대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어요.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의 한 장면, 조지킬로 유명한 조승우씨]

 

프로 다운 열정으로 캐릭터들을 살려내다.

 

지킬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부를지 기대가 되더군요. 자기 팔뚝에 주사 바늘을 꽂을 결심의 절실함과 설레는 마음을 얼마나 표현할까? 듣자마자~ '~ ' 감탄스러웠어요. '얼마나 연습했을까?' 준비 기간은 2~3개월 정도 밖에 안되었을 텐데... 직장까지 다니면서... 그 열정이 눈으로 보였습니다. 직후 <Alive>의 하이드가 내는 음색 역시 '~', 마음에 찰싹 들었어요.

 

이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루시와 엠마입니다. 엠마가 하이드 때문에 괴로워하는 지킬에게 집과 같은 존재라면, 루시는 챙겨야 할 별장 같은 느낌이지요. 그러나, 루시는 지킬과 하이드 사이의 긴장을 응축시키고 터트리는 존재 중 하나입니다. 그 배역을 맡으려면 여성임에도 소프라노의 높고 맑은 소리보다는 락 보컬과 같은 호소력과 힘이 있어야 하지요.

 

예를 들자면 2010년 공연에서는 김선영씨가 루시역을 맡았고, 김소현씨가 엠마를 소화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노래만 잘한다고 해서 암 배역을 맡을 수는 없다는 얘기지요. 각자의 보이스에 맡는 캐릭터를 택해야 합니다만, 역시 뮤지컬 홀릭스 공연에서도 이 부분은 정확히 들어맞더라고요. 재미가 배가 되었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넘버는 하이드에게 죽임 당하기 전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득 안고 부르는 루시의 <A new life>입니다. 그 만큼의 감동이 있을까 싶었는데 루시역을 맡은 xxx의 놀라운 성량은 공연 내내 이 곡을 부를 모습을 기다리도록 만들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 곡을 부를 때는 감동받았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가 나왔어요. 뮤지컬을 보는 이유, 바로 이 맛입니다.

 

 

[프로 못지 않은 열정, 감동을 선물해준 <뮤지컬 홀릭스>의 지킬앤 하이드 팀^^]

 

개개인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는 활동, 새로운 문화

 

아마츄어이지만, 프로와 같은 열정적인 무대였습니다. 직장인이면서도 취미활동으로 하는 공연임에도 뭔가 가슴에 뿌듯한 마음을 품게 만들었으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러한 문화는 더 확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예로 여행도 구경과 관람에서 체험으로 이동하는 추세인 듯 해요.

 

복합적인 문화/예술을 품고 있는 뮤지컬이라는 무대에 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끼만 있다고 해서도 안 되고 의지만 가지고 달려 들어도 쉽지 않은 마라톤과 비슷하거든요.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 팀의 무대를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 충분히 살 떨리는 흥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감동으로 구경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요.

 

 

[지킬 앤 하이드 중 가장 좋아하는 넘버, A New Life by 김선영]

by 왕마담 2014.02.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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