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스파르타쿠스가 발레 공연으로?' 안무는 물론 스토리가 어떻게 표현될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여름 휴가 기간에 공연을 했는데, 해외 여행 계획마저 주저하게 만들더군요. 그만큼 보고 싶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여행은 결국 다른 일정때문에 못가게 되었지만요.

 

발레를 실제 배우면서 무용 공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냥 관람만으로도 만족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역시 욕심나는 건 직접 해보고 맘에 들면 질릴 때까지 하는게 천성인가봐요. 성악은 그렇게 벌써 4년 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발레도 이미 10개월이나 되어가네요.

 

고대 로마 시대의 노예 제도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였지요. 노예 본인들 조차도. 그게 삶이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는 다른 나라의 장군이었다가 로마에 패해 노예가 되지요. 그가 자유를 염원하는 건 단맛을 알아버린 아이가 늘 사탕을 보면 군침이 도는 것과 비슷할 거 같습니다.

 

 

[볼쇼이 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 중 스파르타쿠스와 프리지아의 아다지오]

 

 

 

노예지만 그가 원하는 대부분을 주인이 들어준다면 그는 검투사로서 반란을 일으킬 계기가 되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닐 거 같습니다. 결국 본인의 욕구가 관철되지 않는 삶이었기에 그의 입장에서는 혁명을, 로마군 입장에서는 반란을 일으키게 되죠.

 

1막부터 로마군의 승리를 자축하는 파티가 성대하게 열립니다. 거기에 끌려온 스파르타쿠스 이재우씨와 그의 아내 프리기아의 김지영씨는 이미 노예로 잡혀있던 상태였죠. 전쟁과 반란, 봉기 등 야성이 강조된 작품, <봄의 제전>이 떠오릅니다. 발레리노가 가장 많이 나오는 작품이죠. <백조의 호수>, <지젤>, <라 실피드> 등 고전 발레의 대부분은 발레리나가 핵심이 되어 극을 이끌어나갑니다.

 

안무 역시 아름다움보다는 검무를 추듯 힘참을 지향하지만 발레의 중요한 요소인 우아함을 잃지 않아요. 특히 로마 시대의 군복과 칼을 잘 표현해서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 스토리와 주역들의 감정 표현에 막을 이용하여 분리하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교두보로 삼은 연출은 효율적으로 보였어요.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이재우씨와 박종석씨]

 

 

 

스파르타쿠스와 그의 연인 프리기아의 순수한 사랑과 크랏수스와의 사랑을 이용해 상류사회로 나가고 권력을 쥐고 싶어하는 예기나의 목적있는 사랑은 캐릭터들의 처한 상황만큼 대비를 잘 이룹니다. 그들이 추는 춤으로 이를 표현하는데 이를 안무한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능력이 놀라워보여요.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을 30여년 지휘한 경력을 지니고, 러시아 및 세계 발레단에서 유명한 안무가입니다. 초연을 올린지 15년이 되었지만 이처럼 남성 무용수 위주의 스펙터클한 작품은 찾기가 힘들어 다른 나라에서도 무대에 많이 올라간다고 해요.

 

2000년부터 국립발레단과 인연을 맺어온 그는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하여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로미오와 줄리엣>, <라 바야데르>까지 본인이 재안무한 여러 작품들의 저작권료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립발레단의 열정과 실력에 감탄해서라니 뿌듯한 마음이 드네요.

 

 

 

[스파르타쿠스의 크랏수스 모습, 국립발레단 2012년]

 

 

 

고전적이라기보다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발레였습니다. <라 바야데르>나 <오네긴>처럼 고난도의 리프트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발레리노의 힘찬 그랑 제떼 등과 같은 춤에 탄성이 내내 함께 했어요. 관객들에게 신기할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그 춤의 어려움을 아는 제게는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저 어려운 걸 쉬지도 않고 연이어 수 차례를 하다니.

 

곧 전쟁에 나갈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의 이인무 파드되는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웠어요. 그렇지만 힘의 의지를 잃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프리기아를 한 손으로 공중에 드는 스파르타쿠스와의 리프트는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그 와중에 프리기아를 맡은 김지영씨는 동작을 바꾸는 묘기에 가까운 발레를 보여줍니다.

 

그들이 순수한 사랑의 파드되를 보여준다면 크랏수스와 예기나는 매우 유혹적이고 욕망에 찬 춤을 보여주죠. 이미 권력을 가진 크랏수스에게 유혹의 아라베스크와 깜브레를 추는 예기나의 매력은 박슬기씨가 잘 표현해줍니다. 프리기아의 애절함도 아름답지만 예기나의 욕망 역시 치명적이었죠.

 

 

 

[2012년 국립발레단 예기나 역할을 맡았던 이은원씨(현재는 워싱턴발레단)]

 

 

 

키 190Cm가 넘는 발레리노 이재우씨는 강수진 단장에게 전격 발탁되었다고 합니다. 그 큰 키에 힘과 의지가 넘치는 스파르타쿠스가 날아다니죠. 또한, 선한 눈빛 속에 자유를 향한 순수한 갈망이 3회 연속 그랑 제떼에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턴 또한 자신을 휘감고 있던 사슬을 모두 떨쳐 내겠다는 힘이 넘치죠.

 

2001년 <스파르타쿠스> 초연 당시 이원국 발레리노가 춤추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발레단 문화학교를 다니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동경하던 작품의 캐릭터를 직접 맡게된 그의 심장 떨림이 춤에서도 느껴지는 듯 해요.

 

그에 비해 현대적 느낌이 드는 발레를 추던 크랏수스 역시 당당하며 짧고 묵직한 춤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변성완 발레리노는 캐릭터 전체를 통털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은게 아닐가 싶을 정도로 로마 장군 역할에 잘 어울렸어요. 늘 승리와 권력에 도취된 그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질투와 복수는 냉정한 연기를 가미한 그의 춤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극 중후반 스파르타쿠스를 따르다가 반목하는 검투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설득력이 좀 떨어졌어요. 예기나의 모략에 의해 반목했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 그리 되는지 불명확했습니다. 무용 공연이 보여줄 수 있는 스파르타쿠스와 그를 따르는 이들이 감정선에 대한 대립이 그려졌다면 더 좋았을 듯 싶더라구요.

 

 

by 왕마담 2016.10.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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