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레미제라블> 이후 간만의 뮤지컬 관람이었다. 초연부터 관심 갔던 작품이지만 꼭 봐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었다. 삼연에는 평소 좋아하던 배우 최재림씨가 드랙퀸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다시 흥미가 땡겼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유다로 출연한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강렬한 인상이 잊히지 않는다. 후에도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 <에어포트 베이비>의 조쉬로 만났다. 뚜렷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이번에는 드랙퀸이라니.

 

팬이기는 하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을 듯해서 망설였다. 인친님들의 칭찬이 끊이질 않아 막공 직전 어렵게 티켓을 구했다. 12,000원 짜리 놀라운 가격의 프로그램북을 샀는데, 이 작품의 작곡과 작사를 신디로퍼가 담당했다는 소식에 또 놀랬다.

 

 

 

 

 

 

 

노래는 잘 모르지만 이름만 들어도 어릴 때 추억이 들린다. 이름이 주는 옛 인기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뮤지컬 작품 작곡과 작사를 담당했다니. 그것도 첫 작품부터 범작이 아닌 수작을. 1980년대 중반 메가히트곡들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감각은 <킹키부츠> 메인 스토리와 잘 맞아 떨어졌다. 연출과 안무를 담당한 제리 미첼은 실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 롤라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냈을 듯.

 

'프라이스 & 선 제화' 신발공장을 중심으로 얼떨결에 사장이 되는 찰리와 우연한 인연으로 그를 도와주는 멘토같은 친구 롤라, 두 주인공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공통점에 서로 가까워지고, 킹키부츠를 만들기 위한 좌충우돌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롤라가 등장하는 'Land of Lola' 이후 집중도가 높아진다. 극 전체 분위기를 보여준다. 클럽의 쇼를 보는 것처럼 신난다. 박수가 절로 나오고, 어깨춤이 꿈틀대고, 음악에 맞추어 발박자가 자동이다. 박치라 엇박자였을 수도. 심장이 울리는 리듬에 가만있을 수 없었다.

 

 

 

 

[최재림씨의 'Land of Lola']

 

 

 

신디로퍼는 어떤 멜로디와 리듬을 써야 관객의 흥을 돋구는지 보여준다. 'Land of Lola', 'Step one', 'Sex in the heel', 'Everybody say yeah', 'What a woman wants', 'Raise you up/Just be' 까지 비슷한 듯 다른 리듬과 멜로디에 연신 머리가 흔들리고 춤추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 힘들다.

 

'어머나'라는 추임새를 운율스럽게 리드미컬하게 사용하는 'What a woman wants'는 무척 재미있는 곡이었다. 재즈스러운 라틴음악이 곁들어져 섹시하며 끈적거리는 느낌에 추임새가 드럼처럼 박동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 <시카고>의 'Cell block tango'와 비슷하다.

 

최재림씨의 드랙퀸 분장, 헤드윅처럼 이쁜 모습을 기대한다면.... 아하하하~ 키가 크고 좀 말라보여 비율이 좋을 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남성적이다. 오래간만에 들은 그의 굵고 진한 중저음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지르듯 쏘아내는 고음은 짜릿했다. 여장남자도 능청스럽게 잘 어울렸다.

 

 

 

 

 

 

 

기억에 남는 건 찰리의 공장에서 일하기로 하고 평범하게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출근했을 때다. 낯설다. 롤라로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소심한 사이먼으로 변했다. 정체성을 잃은 것처럼 자신없는 모습, 남자가 남자 역할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하다니.

 

방송에서 볼 때는 롤라가 더 어울릴 듯한 김호영씨는 부드럽고 차분한 찰리 역도 잘했다. 줄곧 착실해 심심하지만 2막의 강렬한 모습도 굿. 공장을 살릴 기회를 잡겠다는 절실함에 나타난 조급함으로 주변 사람에게 상처주어 떠나게 만들며 실의에 빠지며 부른 '찰리의 솔로(2)'였다.

 

무대 연출이 심플하고 다양했다. 1막 마지막에는 'Everybady say yeah'에 맞추어 공장 설비 라인을 무대로 만들어 신났다. 라스트 장면 밀라노의 킹키부츠 쇼는 화려한 엔딩 크레딧이다. 패션쇼에 나온 각기 다른 색감의 디자인을 지닌 부츠에 맞춘 백그라운드 조명이 눈부심을 더한다. 비슷한 효과를 보여준 뮤지컬 <위키드>가 떠올랐다.

 

드랙퀸이 중심인물이라 락음악 중심으로 좀 더 어둡고 묵직하고 거친 <헤드윅>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팝과 소울 그리고 발라드에 라틴음악까지 함께 버무린 다양한 음악을 지닌 <킹키부츠>는 화려하고 흥겹고 부드럽다. 다음에는 정성화씨 공연으로 보고 싶다.

 

 

 

 

 

[밀라노 킹키부츠쇼에서 커튼콜로 들어간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배경이 시선을 이끌었다]

 

 

by 왕마담 2018.04.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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