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준비를 거쳐 단 하루 진행됐던 프로젝트가 지난 주 끝났어요. 기술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업 자체가 안 되는 일이라 간만에 긴장감 만땅 느꼈습니다. 신경이 줄곧 그 하나에만 쓰였는데 마무리되니 홀가분한 마음과 함께 방전된 느낌이 들었어요.

 

이동하면서 많이 쓰는 아이폰이나 맥북은 100% 충전돼 있어야 안심됩니다. 50% 미만이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 불안감은 가방에 항상 충전기를 갖고 다니게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은 가방에서 맥북을 꺼내지도 않는 날이 있더라고요. , 쓰지도 않습니다.

 

마음이나 신체 에너지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요. 별 문제 없이 끝나 가벼운 마음으로 고생하신 분들과 같이 술 한잔을 하고 났더니 다음날 숙취에 감기몸살 기운까지 돌았습니다. 어서 몸이 충전되길 바라는 마음에 진찰을 받고 영양 링겔을 맞았어요. 컨디션이 저조하면 무얼 해도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상 생활이나 관계를 맺고 유지할 때면 늘 내가 100% 충전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활기차고 건강할 때만 ''라고 생각하고, 남들에게도 그런 모습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죠. 공동체 모임에서 자신이 다운되어 있다고 느끼면 더 웃으려는 ''를 발견합니다.

 

힘 없는 내 모습을 못 견뎌 하죠. 그럴 땐 짜증이나 싫증, 무관심이 높아져서 생활의 질이 떨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를 어려워하거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여길까 걱정스러워요. 다른 사람과의 약속도 잡지 않으려고 합니다. 선약이 있을 땐 가끔 취소할 때도 있어요.

 

이 성향을 가족에게도 원하고 있습니다. 이모님이 심한 감기에 걸려 밤새 기침을 했어요. 주말 아침 약속이 있는데 병원에 모셔 드려야 할 사항이었습니다. 병원 하나도 가지 못한다고 걱정보다 짜증이 먼저 났어요. 마치 재촉해서 걷는 길, 바로 앞 천천히 가는 사람 때문에 발걸음을 늦춰야 하는 것처럼 방해 받는다고 여겨졌습니다.

 

전날 저녁에는 지인 분이 보낸 선물 속에 있던 편지도 쓰레기인줄 알고 버려 화가 났었지요. 꾹 참았는데 그거까지 한 번에 터질 거 같았습니다. 이럴 땐 앞뒤 생각하지 않고 짜증 섞인 잔소리가 나와 곧 후회할 고얀 성미를 갖고 있어요. 얼른 입부터 닫았어요. 시계를 보니 지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 듯 했습니다.

 

짧은 거리지만 빨리 걷기를 힘겨워 하는 이모님을 택시로 서둘러 병원에 갔어요. 환자들이 이미 들어 차 있었습니다. 같이 기다려 진찰까지 보려면 지각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지만, 늦을 약속에 가슴이 울컥 됐습니다. 하필 토요일 아침에 아프냐며 탓하는 마음이 일었어요.

 

본인 몸을 진작 ''처럼 챙기지 못해 이렇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침이 그렇게 심하면 어제 내과가 아닌 이비인후과를 갔어야 했다는 잔소리가 기어코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사실 입을 닫고 있어도 제 행동거지는 짜증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어요. 옆에서 그걸 본 이모님은 어땠을까요?

 

상황이 어떻든 지각에 신경 써 속을 태우는 제 성향은 에너지를 다운시킵니다. 마음이 좀 더 고요해진 일요일 오후, 이렇게 어찌할 수 없을 땐 그저 떨어진 에너지의 내 모습 그대로 살자는 생각을 해봐요. 빠져 나간 에너지의 공간만큼 안달 대신 여유가 찾아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지각하여 조급하긴 했지만, 이모님의 진료를 옆에서 보고 주사 한 방 맞히고 약 봉지를 손에 쥐어주고 택시 태워 집으로 보내니 한결 가벼워지더군요. 내 마음의 충전기는 역시 해야 할 걸 했을 때가 아닌가 봅니다. 짜증이 껴들 공간이 없을 만큼의 여유로 가득 찬 설날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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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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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기억의 습작 by 박정현 in 나가수3]

by 왕마담 2015.02.1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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