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창력 끝판여왕 가수 박정현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 <나는 가수다> 이전부터 팬이었던 지라 기대가 무척 컸었지요. 나가수로 더욱 다양한 매력에 사로 잡혀 '콘서트는 하지 않나?'라며 많이 기다렸던 공연입니다일찍 도착해 포토존 인증샷을 남기려 했으나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담백한 공연장이 기다리고 있었죠.

 

팬이지만 생각보다 그녀의 노래를 많이 알지 못했습니다. 전부터 갖고 있던 Best 곡들만 추려낸 듯 한 Live 앨범 하나가 전부였어요. 그 외에는 나가수에서 부른 다른 가수의 곡들입니다. '모르는 노래가 많아 지루하면 어쩌지'라며 걱정 되기도 했어요.

 

박정현이라는 가수를 처음부터 좋아한 건 아닙니다. 한국인이지만 미국 국적을 갖고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죠. 게다가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1집에 수록된 <나의 하루>를 들으며 감탄했죠.

 

 

[박정현, 나의 하루]

 

 

2.

1집의 프로듀서는 윤종신씨였습니다. <오랜만에>라는 곡의 가사를 쓰기도 했어요그 전에 앨범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회사가 부도나 첫 데뷔에서 실패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한국어가 어설퍼 가사 하나하나를 공부하며 뜻을 알아 감동받았다고 하네요.

 

컬럼비아 대학교 졸업식에서 미국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국에서 방송 활동을 하며 9년 간 다니며 마무리한 모습에서 남다름을 보였어요. 성적 역시 우수하여 빌 클린터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총리도 가입된 '파이베타카타'라는 클럽까지 들어간 걸 알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P.S.I love you>, <나의 하루>, <꿈에>,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으로 꾸준히 팬 확보를 넓혀갑니다만, 역시 <나가수>에 출연하며 그녀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립니다. 시즌 1에서 총 4번의 우승과 함께 명예 졸업을 하며 가창력과 음악성을 인정받았는데 ‘89%는 힘들고 11%는 재미있었다는 인터뷰 내용이 기억나네요.

 

 

[콘서트 무대 꽃커튼^^]

 

 

3.

<나가수 S3>의 출연자는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매주 빼먹지 않고 시청한 건 순전히 박정현씨 덕분입니다. 그 주의 나가수 테마와 그녀가 들고 나올 음악과 노래에 대한 기대는 늘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잘 모르는 곡들도 직접 찾아 들어보게끔 만들었습니다.

 

남자 가수인 김동률씨의 <기억의 습작>을 자신의 색으로 편곡하여 부를 때 받은 감동은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때부터 나가수에서 그녀가 불렀던 <오래전 그날>, <Thank you>, <무인도>, <Come what may>, <Nobody> 등과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음원을 따로 구해 듣고 또 들었습니다.

 

박정현씨의 Live 공연은 언제 할지 모니터링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인터파크에 뜬 공연 소식을 보자마자 아무 고민도 없이 예매부터 하고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어제 (6/19 ) 그녀의 Live를 직접 듣게 됐어요. 뮤지컬 때문에 자주 갔던 블루스퀘어에서 하니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홍광호씨 게스트로 나와 이곡 불러 줬으면 대박이었을텐데, Come what may]

 

 

4.

불청객이 생겼죠. '메르스'입니다. 저는 별로 걱정되지는 않았지만 오지랖은 넓어 관객이 많이 안 오면 어쩌지 싶었어요. 준비하는 측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서 공연장으로 가는 층마다 감열기기가 설치되었고 손 소독제로 반강제적(?)으로 손을 닦도록 했습니다.

 

공연 포스터에 함께 보이던 꽃은 무대 장치에서 그대로 이어졌어요. 3집 수록곡인 <지금은 아무것도 아냐>를 부르며 마치 꽃망울 속에서 등장하는 듯 보이는 연출은 멋졌습니다. 놀랄 틈도 없이 편곡한 이선희씨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로 가창력으로 압도당했어요.

 

익숙한 노래인데도 손이나 어깨를 까닥이며 흥을 돋구거나 따라 부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얼은 듯 감상할 뿐이었습니다. 지난 <2015 이문세 콘서트>에서는 따라 부르기 여념 없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분위기였어요. 공연장의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인 듯 적막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박정현의 미아]

 

 

 

5.

노래할 때와는 다르게 말할 때는 귀여움 돋더군요. 나가수 시즌3에서도 진행을 맡았기에 익숙한 말솜씨를 뽐냈습니다. 관객에게 묻고 직접 답하는 모습 속에서 가식이 별로 없는 성격인 듯싶었어요.

 

2009년 즈음에 출연한 <EBS 스페이스 공감>에 나왔을 때 <P.S.I love you>를 자주 부르지 않았던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본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진정성을 중요시하는 가수 같았습니다.

 

고등학생 때 작곡했던 곡인 <Believe>라는 곡을 직접 피아노치면서 들려줍니다. 직접 '후지다'라고 말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이 곡은 6집에 수록되어 있는 <믿어요>로 다시금 만들었다고 합니다. 히스토리를 들으면서 노래를 들으니 잘 모르는 곡도 낯설지 않았어요.

 

 

[박정현, You mean everything to me]

 

 

6.

어쿠스틱 메들리 중 <오래전 그날>의 첫 소절을 들을 때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노래 자체로 울컥거림이 들끓었어요. 곧 특히 좋아하는 곡 <You mean everything> 이어지며 절정이었다가, <미아>라는 곡에서 '길을 잃어버린 나', '쉬운 길은 없어서', '길은 어디에'라는 가사가 포함된 울부짖음 같은 노래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박정현씨가 잠시 쉬는 동안 기타를 맡고 있는 루빈, 건반의 임주연씨 그리고 소속사 후배 가수인 길민지씨의 게스트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고 <Smile>, 좀 더 흥겹게 편곡된 <나의 하루>, <꿈에>를 연속으로 부르며 다시 분위기는 후끈 달아 올랐어요.

 

미국 컨츄리 풍으로 편곡한 <Nobody>로 흥겨운 분위기를 잡는가 싶더니 <Double Kiss> <Raindrops>로 마치 열광의 클럽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Raindrops>의 멜로디는 오우~ 서태지의 노래 <Live Wire> '상쾌한 내 샤워 같은 소리로'라는 가사처럼 음악으로 샤워하는 느낌이었어요.

 

 

[박정현, Thank you 나가수 S3 중]

 

 

7.

어쿠스틱보다는 Rock과 메탈스럽게 편곡한 <Thank you>가 끝날 때까지 관객 모두 앉지 못했습니다. 다음 곡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덧 '마지막 곡'이라는 아쉬운 멘트에 실망이 가득했지요.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간 30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박정현씨도 분위기를 다시 down 시키기가 미안한지 머뭇대더군요. 의외로 조용필씨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마지막 노래였습니다. 아마도 같이 부르고 싶었던 마음의 선곡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앵콜이 빠질 수 없겠죠. 앵콜곡은 바로 <PS.I love you>와 시인과 촌장의 <좋은 나라>였습니다.

 

<좋은 나라>를 부르며 중간 즈음소망을 담은 안부와 같은 '있다면'이라는 가사를 편곡하여 관객과 같이 불렀어요. 광란의 콘서트와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박정현'이라는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주었지요. 그녀의 따뜻하게 압도하는 가창력과 음악성에 홀딱 빠져든 공연이었습니다.

 

 

by 왕마담 2015.06.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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