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프롤로그, 오페라?

 

오페라를 본다는 건 주요 아리아들을 모르면 지루해지기 십상입니다. 실제 공연은 비싸서 메가박스의 <The Met> 특집으로 Metropolitan 실황을 봤었는 데 역시나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지요. 그런 와중 푸치니의 <라 보엠>이 공연한다는 소식에 귀가 종긋 세워지더군요.

 

스토리와 구성, 그리고 주요 아리아를 찾아봤습니다. 4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게다가 아리아도 저도 모르게 들어봤던 낯익은 곡이 있었습니다. 유명한 <그대의 찬 손>이 바로 이 오페라에서 나오는 곡이더군요. 비록 제목 뿐이기는 하지만 익숙한 곡이 또 있었으니 <내 이름은 미미> 였습니다.

 

졸지 않을 자신이 생기더군요. , 본전 뽑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레이나 소피아 예술 궁전에서 막이 오른 공연을 실황으로 보았어요. 마드리드에는 피카소의 유명한 작품 <게르니카>를 전시하고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있으니 헷갈리지 않으시길....

 

 

[스페인의 레이나 소피아 예술 궁전]

 

 

푸치니, 파트너 토스카니니와 만나다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였던 푸치니는 선생님의 권유로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보고 삶의 목표를 세울 정도로 크게 감동합니다. 곧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했던 오르가니스트를 그만 두고 오페라 작곡가가 되기 위해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합니다. 어려운 형편이었기에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음악과 오페라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지요.

 

어렵사리 음악원을 졸업하고 첫 작품인 오페라 <Le Villi(빌리)>는 그에게 큰 성공을 안기웁니다. 이후 이태리 최대 음악 출판사의 후원을 받으며 오페라 <에드가> <마농레스코>를 성공시키지요. 이후 오페라 <라 보엠>을 통해 신참 지휘자 토스카니니와 조우하게 됩니다.

 

푸치니는 당시 최고 지휘자 '레오폴도 무노네'를 원했지만 바램과 달리 토스카니니가 작품을 맡습니다. <라 보엠> 리허설을 지켜본 푸치니는 단번에 신뢰하며 맡기고 가장 큰 성공을 이루어내지요. 이후 그들은 작품을 나누는 친구가 됩니다. 그들이 함께 한 작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최고의 흥행을 이루어내지요.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 2막의 화려한 무대는 반할 수 밖에 없다]

 

 

감독과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

 

포스터와 정보를 찬찬히 보는데 독특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감독과 지휘자가 동일한 인물이네요. '리카르도 샤이' 검색을 해보니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이유가 있더군요. 유명 작곡가였던 아버지로 부터 어릴 때부터 수업을 받았습니다. 조기교육의 성과인가요? 무척 이른 나이인 14세때 오케스트라 <이 솔리스티 베네티> 지휘를 시작했습니다.

 

콘서트 지휘자로서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에서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이 하죠. 또한 이 때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역량도 함께 인정받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허바우라는 오케스트라 역시 최정상으로 손꼽히게 하는 시너지를 만들어내지요. 독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를 거치며 곧 고향인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에 내정되어 있습니다.

 

음악적인 성과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단을 이끌며 야외 음악회 등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시도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하네요. 악단의 훌륭한 연주들을 꾸준히 음반에 수록하여 스테디셀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근래는 음반 뿐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영상물 속속 발매하고 있어 소통하려는 노력을 함께 하고 있네요.

 

 

[다락방의 예술가 친구들과 바보되는 집주인]

 

 

 

<La Boheme>, 자유로운 보헤미안

 

크리스마스를 위해 만들어진 오페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돌포와 미미, 이 둘은 크리스마스 이브 운명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랑이 시작되지요. 그 시작을 알리는 아리아가 바로  1막에서 울리는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 <Si. Mi chiamano Mimi(내 이름은 미미)>라는 유명한 곡입니다.

 

비극적인 결말을 맺지만 극 전반에 감도는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해요. 대표적 흥겨움이 바로 2막입니다. 막이 오르자 보헤미안들이 넘치는 파리의 광장과 카페가 화려하고 웅장하게 덥쳐오지요. 헤어졌던 무제타와 마르첼로의 밀당에 이은 열정의 확인이 이어지며 이들 역시 사랑을 다시 시작합니다.

 

몇 개월 후 병색이 짙어진 듯한 미미가 로돌포의 변심에 위태로워진 사랑을 붙잡기 위해 마르첼로를 찾아 옵니다. 분위기는 급반전, 우울한 분위기가 연출 되지요. 마르첼로에게 변명을 늘어 놓다가 결국 진실을 말하는 로돌포, 자신의 가난으로 미미의 병을 키우는 죄책감에 괴로워 하는 그였지요. 엿듣던 미미와 함께 차분한 이별의 노래를 부릅니다.

 

다시 로돌포의 다락방. 헤어진 얘인을 봤다고 서로 놀리는 로돌포와 마르첼로, 쇼나르와 콜리네가 들어오며 왁자지껄해집니다. 곧 무제타가 위독한 미미와 함께 들어 섭니다. 의사와 약값을 마련하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 떠난 다락방, 로돌포와 단 둘이 남게 된 미미는 1막에서 불렀던 멜로디를 힘겹게 부르는 데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무엇보다 친구들보다 미미의 죽음을 늦게 알아 차린 로돌포의 비명과 울음은 그 어떤 아리아 보다 마음을 울리더군요. 막은 그대로 올라가며 곧 커튼 콜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배우들 역시 아직까지 그 감명이 남아 있는 듯 얼굴에 웃음은 띄우고 있지만 벅찬 감정이 그대로 인 듯 상기된 표정 그대로였습니다.

 

 

[파바로티가 부르는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

 

 

닭살, 돋는 무대

 

로돌포 역을 맡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아퀼레스 마차도의 연기는 유난히 닭살 넘치게 보이더군요. 미미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진짜 사랑하는 사람에 빠진 듯 보였습니다. 1막에서 그대의 찬 손을 부를 때는 불 꺼진 방에서 보이는 남정네 특유의 장난기 어린 모습을 보며 노래는 당연하고 연기까지 멋지게 하더군요.

 

미미 역을 맡은 이스라엘의 촉망받는 소프라노 갈 제임스 역시 그에 부응하는 연기를 펼칩니다. 남자가 한 눈에 반할 정도의 미모..... 는 아니지만 그녀의 노래와 연기를 보면 빠질 수 밖에 없을 듯 하더군요. 무제타 역의 카르멘 로뮤 역시 특유의 정열이 남달랐는데 그녀는 스페인 출신의 오페라 가수였네요. 마르첼로 역의 마시모 카발레티 역시 특유의 능청거림이 반들반들 빛났습니다.

 

처음에는 미미와 로돌포 그리고 무제타와 마르첼로의 사랑 이야기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어찌나 능글능글하고 끈적거리는 눈빛들의 연기를 펼쳤는지 말이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거장 푸치니의 향내가 나는 아리아들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곡들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화려함을 자랑하는 2막의 광장과 카페에서의 미미와 로돌포]

 

 

에필로그, 미술관 같은 무대

 

극의 각 막이 바뀔 때 마다 뒷 편의 그림들이 바뀌는 무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의 막이 오를 때 마다 분위기에 걸맞는 그림이 올라왔어요. 그 중 특히나 2막에서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비슷한 그림을 무대로 만들어 화려함을 더하며 보헤미안의 느낌을 잘 살려냈습니다.

 

백그라운드 무대에만 덜렁 있는 건 아닙니다. 마르첼로가 그리고 있는 이젤의 스케치북 그림도 배경에 맞추어 시시각각 변하더라고요. 뮤지컬에 비하면 단순할 수 있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으며 무엇보다 휘황찬란해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압도하지 않아 집중이 용이했습니다.

 

문득 내 삶의 무대는 어떤 모습일지 돌아 봤어요. 어떤 그림들로 채워져 있을까요? 아름다움? 사랑? 우정? ? 혹은 돈? 명예? 사회적 성공?, 밟고 희망찬? 혹은 어둡고 단순한? <라 보엠>의 무대는 죽음이 덥쳐 오는 와중에도 밟고 희망찼습니다. 서로를 아끼는 로돌포와 미미의 진실된 사랑이라는 물감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저 역시 그런 닭살 돋는 무대를 만들고 싶네요.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Si, mi chiamano Mimì(내 이름은 미미)]

 

by 왕마담 2014.09.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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