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하려던 것을 한다. 아침이 더없이 고요하고
그윽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침의 모습이다.
 
 어떤 날의 아침은 출근까지 늦지도 않았는데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전날 하기로 했던 나와의 약속이나 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거기에 더해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나의 시간을 갖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이다.
 
 이렇게 본다면 고요하고 고즈넉한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내가 지킬 약속을
지키고 의무를 모두 행하고나서의 자유로움을 얻게되는 마음의 상태인 것 같다.
물론, 아침의 날씨와 상황도 한 몫을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일상생활의 충실함을
반영한 평화로운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라는 사람은 천성적으로 평화로움을 즐기려면 내게 다가온
'일'들에 대해 마무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충실히 행하고 있어야 내게 다가오는
시간들 속의 모든 상황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시간을 그 일들에게만 쏟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다. 눈을 떠서 하는
생각은 그 일들에 대한 몽상뿐이기에. 그 일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결론적 결말
보다 그 과정의 충실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또 하나는 나와의 약속 그 자체를 지키는 것이다. 몇 번을 아니 수십 수백번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공허함을 몸 속 깊이 느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게으름과 매너리즘에 지키지
못한 약속 하나 하나는 나를 깊은 늪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안락함을 느끼겠지만 그것은 흡사 그냥 누워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매일의 아침을 오늘과 같이 고요하고 고즈넉하며 온전하게 보내고 싶다. 오늘과
같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바람과 적당히 내리는 비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는 그런 아침을 맞이할 수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무엇보다 일상에 충실하여야 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바로 오늘과 같이
마음을 울리는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것이다. 참 좋은 하루의 아침이다. 웃자.
더 많이.

by 왕마담 2010.05.07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