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셋트]

 

 

빨래, 해 본지 얼마나 되었나요? 저는 사실 꽤 오래 전입니다. 거의 세탁소에 맡기거나 어머니가 해주기 때문이지요. 한다고 해도 세탁기가 해주기 때문에 잘 말리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군대에 있었을 때는 직접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할 때는 귀찮기 그지없지만, 막상 하고 나면 마음이 참 가벼워졌습니다.

 

빨래라는 소재 하나로 이런 이야기와 음악들을 만들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 셋팅만 스케일을 크게 하면 대형 뮤지컬로 만들 수도 있을 듯 했습니다. 그래도 중소형 뮤지컬로도 충분히 재미있었고, 감동도 많이 받았습니다. 해외 근로자들, 부당한 처우, 어려운 집안 살이들 등의 이야기들이 주먹밥처럼 잘 뭉쳐져 있어요.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본 후 중소형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 쌍벽을 이루는 <빨래>는 그 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지요. 처음에는 그저 해외 근로자들의 부당 대우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줄로만 알았는데 인터미션이 있을 정도로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참고로 '오당신'은 인터미션이 없어요.

 

 

[포스터]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빨래'로 귀결되는 듯 느껴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소재가 그렇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마치 '7번방의 선물'을 보듯 관객들의 감정을 꾸욱 짜내려는 듯한 설정들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건 그날 제 마음의 상태 때문일 수도 있을 듯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집주인 할매의 장애 아들에 대한 넘버를 들을 때 가장 뭉클했습니다. 그 날 연기했던 분의 목소리에서 한숨과도 같은 체념반 희망반의 감정이 느껴졌거든요. 그 때 나오는 넘버가 <내 딸 둘아>입니다. 극 초반 세입자들에게 대하는 모습이 너무 딱딱해서 정떨어졌는데, 이런 사연을 듣고 나서는 미워할 수가 없어졌지요.

 

할매 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인 외국인 근로자 솔롱고 역시 일하는 공장에서 월급이 밀리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신세입니다. 하지만, 그도 남자... 나영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두었다가 수줍게 자신을 소개하는 넘버가 <내 이름은 솔롱고입니다>이지요.

 

 

[공연 중 가장 감탄했던 무대연출,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다]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나영이 역시 서점 주인의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언니의 부당해고를 목격하며 한 마디 했다가 공장으로 쫓겨 났다가 결국 잘리는 신세가 되지요. 신고 당하지 않으려 폭력을 묵묵히 참는 솔롱고와 함께 부르는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이 잘 대변해줍니다.

 

허영심 있기는 하지만 속내는 착한 희정엄마는 늘 남자 때문에 속 썩는 나영이의 옆방에 들어 삽니다. 돈에 쪼들려 살기는 하지만 특유의 씩씩함과 인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 역을 맡은 이는 일인 다역을 하는데 서점의 고참 직원, 운전 기사 역을 함께 하지요. <자 마시고 죽자>라는 곡은 이 역을 하는 이의 매력을 잘 나타내 줍니다.

 

이렇게 남모를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 사이로 유머를 섞어 주는 빵, 마이클, 서점 여직원들이 있어 신파로 흘러가는 극의 균형을 잘 맞추어 줍니다. 대표적인 넘버로 <슬플 땐 빨래를 해>를 들을 때는 나영이의 '난 지치지 않을 거야'라고 외치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이 뮤지컬이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이유는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을 직한 이야기들 때문인 듯 합니다. 하긴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관객 각자가 겪고 있는 아픔을 떠올리고 다독여주는 넘버들 때문일 수도 있지요. 되돌이킬 수 없는 어제를 빨아 오늘을 입게 해주고 내일을 기대케 해주는 뮤지컬 <빨래>였습니다.

 

 

[슬플 땐 빨래를 해 in 뮤지컬 빨래]

 

by 왕마담 2014.02.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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