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Review Overview  

1. Dreamgirls의 대표 아리아들을 Live로 듣다.

2. 에피 화이트역을 맡은 차지연씨의 프로 근성, 극을 살려내다.

3. 흑인 특유의 감성을 무리하게 쫓아 부자연스럽기도 했다.

 

 

 

[Dreamgirls from 영화 OST]

 

 

 

프롤로그

 

영화로 재미있게 봤던 <드림걸즈(영화리뷰보기)> 뮤지컬이 오픈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달음에 예매사이트를 접속했습니다. 주연 배우로 좋아하는 차지연, 윤공주씨가 출연 소식에 없는 돈 박박 긁어 당일 바로 예매를 했어요. 날짜는 상관없었습니다. 무조건 이 두 배우가 출연하는 날로 잡았죠.

 

차지연씨가 에피로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는 조금 놀랐습니다. 원작인 영화 속에서 그녀는 특별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좋은 보컬리스트이지만, 뚱뚱한 몸매와 자기 중심이 강한 여성이거든요. 걱정스러운 건 중후반 매니저 커티스와 팀 동료 디나와의 갈등 이후 출연이 뜸해지기 때문에 차지연씨 분량이 별로 없을 줄 알고 걱정했습니다.

 

디나로 출연하는 윤공주씨는 이번에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 목소리는 익숙했어요. 가지고 있는 <맨 오브 라만차>에서 알돈자/둘시네아로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김선영씨 Version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껴서 꼭 보고 싶었던 배우였었죠. 미모 역시 뛰어나 영화에서 디나로 출연한 비욘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뮤지컬 드림걸즈팀

 

 

 

모티브, R&B 여성 그룹 <슈프림스>

 

작품은 1960년대 R&B 흑인 여성 그룹인 <슈프림스>를 모티브로 삼았어요. 초연은 1981년에 이루어졌습니다. 2006년 개봉한 영화가 뮤지컬을 모티브로 만들어졌기에 스토리는 거의 비슷하지요. 그 동안 영화가 원작인줄 알고 있었는데 리뷰를 쓰기 위해 여러 정보를 얻어 보니 아니었습니다.

 

당시 이들의 인기는 빌보드 차트 1위에 12곡이나 올랐다고 하며, 비틀즈와 경쟁했네요. <더 프라이메츠>라는 이름으로 4명이 결성됐고, 1961년 모타운과 계약하면서 <슈프림스>로 그룹으로 개칭됐습니다. 1962년 팀원 중 한 명이 떠나며 트리오로 활동하였고 이 즈음 다이아나 로스를 리드싱어로 하여 성공을 거두게 되죠.

 

작품은 각색됐지만,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트리오로 결성되어 나오는 스토리와 에피가 떠나면서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는 부분이 다르네요. 영화 촬영을 위해 팀을 떠나는 디나로 인해 해체되지만, 실제 로스가 떠난 후 새로운 리드싱어로 1977년까지 활동했었습니다.

 

 

슈프림스

 

 

 

차지연씨가 풍성한 몸매의 에피라고?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오늘의 출연진 사진을 확인했어요. 다시 차지연씨의 갸름한 얼굴의 사진을 보며 '어떻게 에피를 연기할까?' 싶었습니다. 쭈욱 가지고 있는 호감을 잃을까 우려됐어요. The Dreamettes 라는 그룹이름으로 오디션에 출연하는 장면에서 에피역을 맡은 차지연씨를 보자마자 '어라?' 싶었습니다.

 

알고 있던 차지연씨보다 훨씬 더 살찐 모습이었거든요. 얼굴 면적(?)도 더 넓어졌습니다. 호리하지 않고 풍만한 몸매가 꼭 한국형 에피를 보는 듯 했어요. 그 모습만으로도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지 감탄이 나왔습니다. <Move>를 신나게 부르는 모습에서 조금 전까지 갖고 있던 걱정은 눈꼽만큼도 없이 사라졌지요.

 

이때 그들이 이름을 알리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초짜 매니저 커티스를 만나게 됩니다. 이전에는 카 세일즈를 했던 이로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팔 사람으로 나와요. 영화에서 그는 첫 눈에 디나에게 반하게 됩니다만, 당시의 R&B 최고 스타 지미의 백 코러스를 맡기기 위해 에피에게 애정을 팝니다.

 

 

에피역의 차지연씨

 

 

화려한 등장과 갈등

 

덕분에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에피를 설득시키고 지미의 투어에 함께 하는 The Dreamettes! 백업 코러스에서 벗어나 이들만의 데뷔 무대를 준비하는 커티스와 작곡을 도맡아 하는 에피의 동생 씨씨는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계속될 줄 알았던 에피의 리드싱어 자리를 디나로 바꾸고 그룹 이름도 Dreams로 바꾸죠.

 

떠나겠다는 에피는 사랑하는 이인 커티스, 동생 씨씨 그리고 디나와 로렐의 설득으로 수락을 합니다. 전설의 데뷔 무대에 어울리는 곡, 바로 <Dreamgirls>의 등장이 이어져요. Live 무대도 화려하기는 하지만, 영화에 비해서는 임팩트가 조금 떨어지는 듯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혹은 저의 기대가 높았을지도 모르죠.

 

인기를 얻는 드림즈, 그만큼 그룹 리더 디나의 인기도 급상승합니다. 연인 커티스와 디나의 사이도 비례하여 커지는 듯 보이죠. 애인은 물론 인기까지 디나에게 빼앗겼다는 질투 속에 괴로워하는 에피는 여기저기 문제를 발생시키며 불화를 이끕니다. 성공이 코 앞에 있는 커티스는 다른 팀원들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 에피를 내보내죠.

 

 

[뮤지컬 드림걸즈 프레스콜]

 

 

돈과 꿈, 그 사이 속에서

 

1막의 마무리 아리아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는 팀과 커티스를 떠나지 않겠다는 에피의 절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차지연씨의 애절하며 힘이 섞인 음색과 흑인 특유의 감성까지 살리는 모습에 '프로구나'라는 감탄과 '2막에서 별로 못보겠구나' 싶은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어요.

 

영화와는 달리 2막의 이야기 흐름은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드림즈의 성공 그 속에서 겪는 지미와 커티스, 디나와 커티스의 갈등이 이어지죠. 인기를 얻기 위한 음악만을 하는 커티스와 본인 만의 소울이 담긴 음악을 하고 싶은 지미는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디나와 커티스의 갈등도 비슷하죠.

 

문득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큰 주제를 느꼈습니다. 꿈과 현실의 충돌이죠. 자본주의의 현실 속에서 타인이 원하는 것들을 팔기 위한 모습과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이,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미와 에피, 디나와 로렐 등은 모두 자본의 향기에 취했지만 결국 본인들만의 삶을 위한 꿈 혹은 이상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드림걸즈의 대표 아리아, <One night only>와 <Listen>

 

이 작품 속에서 <One night only>가 위의 이야기를 청중에게 극적으로 전해주기 위한 장치로 보였습니다. 씨씨가 에피에게 화해의 선물처럼 준 이 곡은 R&B 스타일이죠. 천천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와중 커티스가 이 곡을 빠른 리듬과 비트로 무장한 디스코로 드림즈가 빼앗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느낀 무대가 여기였어요. 절묘한 무대 연출이었습니다. 에피와 씨씨 그리고 드림즈와 커티스의 대결 모습을 그려내는 긴장감과 디나의 내면 속에서 다른 꿈을 찾아 가려는 독백이 화려하게 꾸며지죠. 다시 만나는 에피와 디나 그리고 커티스, 그리고 디나는 커티스를 떠나기로 결심하죠.

 

영화에서는 커티스에게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는 <Listen>이 뮤지컬에서는 디나가 에피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며 부릅니다. 비욘세의 강렬한 이미지에 숨겨졌던 윤공주씨만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극 전반적으로 에피(차지연), 디나(윤공주), 커티스(김준현), 지미(최민철)가 작품을 끌고 나갑니다.

 

 

[One night only, 최현선씨]

 

 

에필로그

 

아쉬운 점은 차지연씨와 윤공주씨 그리고 최민철씨 이 외에 눈과 귀를 사로 잡는 이들이 많지는 않았다는 점이였어요. 무리하게 흑인 특유의 감성이 담긴 창법을 쫓으려는 건 감상을 해치는 요소가 됐습니다. 아직 공연 초기라 어쩔 수 없나 봐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뮤지컬을 먼저 접하는 게 어떨까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차지연씨 이외에는 좀 낯설었지만, 시간이 흘러 갈수록 극의 몰입감은 커졌어요. 공연이 계속 될수록 점차 더욱 자연스러워질 듯 해서 막이 내려지는 5월 경에 다시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시간과 돈의 기회가 된다면 말이죠. 흥겨운 음악 그리고 꿈을 찾아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에 흐뭇함이 느껴지는 뮤지컬 <드림걸즈>였습니다.

 

by 왕마담 2015.03.1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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