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

 

정기연주회 가기 전에는 음원을 구해서 먼저 들어보는 예습을 합니다. 좋아하는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발레음악을 선호하며 그의 <백조의 호수>는 가장 많이 듣는 곡 중 하나이죠. 멜로디의 풍성함과 극적인 흐름을 좋아합니다. 기대를 잔뜩 품었죠. 이 만프레드 교향곡은 어떤 감명을 줄까?

 

부푼 마음으로 이 곡을 들었을 때 '뭐지?' 싶었습니다. 도입부가 지루한 건 이해갔지만,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그가 작곡한 3대 발레음악과는 다른 모습이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사로잡는 멜로디가 있거나, 말러나 브루크너처럼 화려한 금관악기가 나오지 않아 지루했으며 무엇보다 우울해졌습니다.

 

만프레드 교향곡 설명을 봤더니 과연 음울한 내용이 맞았어요. 실존했던 '만프레드'는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바이런을 만나 장편 시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 됩니다. 회의 그리고 번민에 빠져 있다가 구제할 수 없는 절망 속에 빠져 죽음으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토록 괴롭히는 건 누이이자 연인이었지만 자신이 버림으로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스타르테였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 만프레드의 고통에 찬 주제가 핵심이었어요. 그 속에는 대응하는 아스타르테의 주제가 있습니다. 또한, 4개의 악장 모두 표제가 붙어있어요.

 

1악장: 만프레드는 과거를 후회하고 사랑했던 아스타르테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알프스를 방황한다.

2악장: 알프스의 요정이 폭포의 물보라로 만들어진 무지개 속에서 만프레드 눈 앞에 나타난다.

3악장: 파스토랄. 산간 주민들의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소박한 생활의 정경.

4악장: 아리마네스의 지옥. 악마의 대향연. 아스타르테 망령의 출현과 만프레드의 용서와 죽음

 

 

[만프레드 교향곡 4악장]

 

 

구성도 빼곡한 이 교향곡은 차이콥스키가 번호도 붙이지 않았습니다. 집중해서 들어보지 않아서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미 흥미가 사라진 음악을 더 듣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기대감이 쭉 빠진 상태에서 흥겨웠던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이후 듣게 되었습니다.

 

음악회 역시 도입부는 음원에서 듣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밋밋했죠. '역시나' 싶을 때 즈음 KBS교향악단원들에 의해 곡이 갖고 있는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금관악기의 절제스러운 소리, 몸을 긴장시키는 현의 울림, 그리고 퍼지는 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목관악기들의 어우러짐에 놀랐어요.

 

'? 음원과 다른데?'

 

듣던 음악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지루함이 사라졌어요.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끊임없는 현악기들의 떨림은 눈보라치는 정경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2악장과 3악장에서 잠시 숨을 골랐지만, 4악장 들어서자 압박하는 금관악기는 마치 만프레드가 헤메이는 알프스로 이끄는 듯 했어요.

 

금관악기에서 목관악기 그리고 계속 긴장시키는 현악기들은 서로 주제를 주고 받는 듯 느꼈습니다. 4악장 중반부 예상치 못한 푸가적 느낌이 들 때는 신선했어요. 북과 징, 팀파니, 심벌즈에 트라이앵글까지 넘치지 않도록 사용하지만 무척 효과적인 듯 알맞은 자리에서 터지듯 울리는 소리는 심장을 뜨겁게 데웠습니다.

 

1악장에서 들었던 친숙한 '만프레드 방황' 주제는 각 악기군 별로 연주되며 점차 분위기가 고조됐어요. 리듬과 멜로디마저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음원 후반부는 찬송가같은 코랄 풍 멜로디가 오르간의 성스런 울림과 연주되어 구원받는 느낌이지만, 오르간 없는 예술의 전당당에서는 그의 고통이 점차 옅어져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음원보다 경쾌하게 느껴지지 않은 드보르작의 첼로협주 b단조, Op.104

 

<만프레드> 교향곡과 달리 음원으로 들었을 때 무척이나 기대됐던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은 실제 공연에서는 만족스럽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음악 속에 푹 빠져 들지 못하고 겉저리에만 맴돌다 끝난 느낌이었지요. 관현악의 장중함을 보여주는 건 물론이며 경쾌하고 흥겨우며 리드미컬한 음악이기까지 한데 왜 였을까요?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롤리지의 마지막 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면 주인공인 배트맨이 스크린에 나올때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기대감에 잔뜩 기다리다가 출연한 그의 모습 만으로도 흥분됨을 감출 수가 없었죠. 첼로 협주곡인데 독주 첼로가 등장하기까지 '제시부'가 온전히 연주될 때까지 기다려야 만날 수 있습니다.

 

3분 이상을 기다려 만난 첼로의 음향이 음원으로 듣던 만큼 클리어하게 들리지 않은 첫인상은 이후 연주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 듯 해요. 혹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협주곡에 익숙한 내 몸이 첼로의 깊은 맛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구입한 음원은 카라얀 지휘에 베를린 필 하모닉의 연주였어요.

 

드보르작만이 구사했을 듯한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돋보입니다. 첼로와 오케스트라가 번갈으며 혹은 확장해나가는 그 주제는 마치 신세계 교향곡의 유명한 4악장 도입부를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작곡이 마무리된 시점이 1895 2월로 이미 '신세계로부터' '아메리카' 작곡과 초연이 마무리된 시점이기에 그 영향이 미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첼로 독주자: 로스트로포비치]

 

 

 

by 왕마담 2017.01.1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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