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egin

배트맨의 기원을 그린 영화. 배트맨 비긴즈다. 팀 버튼과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 시리즈의 리부트로 만들어졌다. 이전 시리즈의 종반 부분 혹평과 실망 속에서 출발한 크리스토퍼 놀런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 영화가 된다. 놀런 자신이 배트맨의 기원과 그 모태인 브루스 웨인을 둘러싼 인간적인 부분 그리고 현란한 신세계보다 리얼리티가 가미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는 배트맨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강화 슈트에 복면을 쓴 모습으로 나왔다가 폭스의 도움으로 배트카와 각종 무기들을 장착하고 브루스 자신과 알프레드의 연구로 만들게 되는 가면의 모습, 그리고는 영화가 시작된 후 거의 한 시간여 만에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습의 배트맨이 출현한다. 브루스 웨인의 내면 이야기에 조금은 지칠 때 즈음 그 모습을 드러내며 특유의 신출귀몰한 모습으로 악당들과 전면전을 선포하는 그 화끈함과 시원함이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배트맨의 한 마디.

Falcon : What the hell are you?

BATMAN : I am BATMAN.

 

 

 

2.     Fall

우연찮게 떨어진 동굴, 알 수 없는 밀폐된 공간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고요한 적막 때마침 자신을 습격하는 것과 같이 느낀 박쥐 떼들, 그 겁먹음이 나중에 부모님의 죽음을 부른다. 그것은 브루스 웨인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자신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다는 죄책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알 수 없는 그것에서 오는 공포에 대한 두려움. 레이첼 때문에 고담 범죄세력의 수장인 팔코니를 만나게 됐을 때도 분노 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처음으로 닥터 크레인과 만나 싸우는 장면이 있다. 그 때 그 역시 고농축 가스를 맞으면서 중독된다. 여느 인간과 다름없이 공포의 허상과 맞서야 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불쌍하게 보일 정도로 그려냈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과 같은 초능력의 영웅이 아닌 그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낸 듯 하다. , 그 역시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느 평범한 인간과 같이. 벗은 몸의 브루스 웨인을 보면 언제든 그의 상처를 볼 수 있다.

 

라스 알굴은 고담 시를 더 이상 치유 불가능한 도시로 판단하고 괴멸시키려 한다. 그 방법은 모든 사람들의 공포를 일깨워 혼란 속에서 파멸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을 육체적인 것 뿐만 아닌 정신적으로도 파멸시키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이 바로 독이다. 그러면 그림자 연맹이 타락했다고 판단하도록 만든 진짜 독은 무엇일까? 고담 시의 모델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모토로 만들어졌다.

 

추락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알프레드의 이 대사는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Thomas Wayne / Alfred : Why do we fall?

Alfred : So we could learn how to pick ourselves up.

 

  

 

3.     Overcome

But, 브루스 웨인은 무력감에 가만히 있지 않는다. 팔코니를 만난 그 날, 자신이 모르는 그 속으로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세계의 범죄 현장을 찾아 다니며 그 정체를 알아내려 하면서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시킨다. 이 때 만난 정체불명의 사내 두카드(후에 진짜 '라스 알굴')를 만나면서 그는 본격적인 수련을 하게 된다. 결국 자신을 공포스럽게 만든 그 두려움을 극복하며 고담 시로 돌아온다. 극복했다고 믿는 그것은 눈 앞에서 살인을 강요하던 라스 알굴일 수도 있다. 또한 복수만을 꿈꾸던 자신의 분노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 자신이 처리하고자 하는 알지 못했던 범죄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라는 영웅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것은 행동을 부르는 의지이다. 그것이 영웅의 모습으로 태어나도록 한다.

마지막 배트맨의 이 대사는 그것을 상징하는 명대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BATMAN: It’s not who I am underneath, but what I do that defines me.

 

  

 

4.     Action & Humor, Best Scene

역시 블록버스터에 빼놓을 수 없는 액션. 그리고 진지하고 어두움이 그 기본인 영화에 빠질 수 없는 깨알 같은 유머들. 무엇보다 배트맨의 첫 번째 등장과 닥터 크레인의 작업장과 같은 지하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의 신출귀몰한 기습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자신의 적들에게 공포심과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 바로 그것. 어둠 속 알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나 빠르고 강력하게 공격하는 것이 그의 기본 전술일 테다. 또한 그것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무기들은 재미의 백미다. 하지만, 감독의 능력인지 액션이 과대 포장되어 있지 않다.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고도 절묘하게 입혀진다. 액션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위한 액션. 아마도 놀런이 추구하는 블록버스터 액션이 아닐까 생각 든다.

 

이 속에 등장하는 유머들은 인과관계를 매우 잘 풍자한다. 알프레드가 브루스 웨인에게 던지는 많은 대화 속에 그런 유머들이 잘 녹아있다. 또한 브루스 웨인과 코트를 바꿔 입은 노숙자를 다시 만난 배트맨의 인사 ‘Nice coat’도 그런 부분이다. 거기에 긴박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대사는 정말 깨알 같은 유머를 준다. 예를 든다면 감옥을 빠져나가는 배트맨이 실례 인사를 하는 모습과 같은 것이다. 어두움이 배경이지만 결코 진지함 만으로만 무장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유머들이 진지함을 침범하지는 않으니 이 균형점들의 미묘함을 잘 나타냈다.

 

매우 많은 장면들이 생각나지만 이 영화에서 꼽는 나의 Best Scene은 바로 이 장면이다. 배트맨이 제대로 차려 입고 등장하는 첫 장면. 그가 등장하는 모습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잘 그려져 있으며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의 배트맨의 모습을 보여준 장면이다. I'm the BATMAN과 Nice coat의 깨알 유머도 감상하시길...

 

 

5.     기타

영화를 보는 내내 웅장하며 긴장감 높은 음악은 스토리와 대사를 잘 보조해주면서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듯 하다. 음악 감독은 좋아하는 Hans Zimmer James Newton Howard 가 함께 맡았다.

 

스토리는 David S. Goyer가 맡았다. 그는 배트맨의 세계에 정통했다고 알려져 있다. Christopher Nolan 감독은 영화를 구상하고 촬영하는 내내 그와 함께 스토리를 만들고 다시 다듬는 일을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 전통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엿보인다.

 

 

 

by 왕마담 2012.09.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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