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위성 생중계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대표 여름 콘서트, 발트뷔네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 유명 피아니스트인 랑랑까지 협연하여 다채로운 클래식 연주가 더해졌어요. 숲속의 무대라 불리는 발트뷔네는 독일 베를린의 야외 원형극장을 말합니다.

 

베를린필의 시즌이 종료되는 매년 6,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선물하는 공연이 펼쳐지죠. 2만여명 수용이 가능한 발트뷔네에 가득 들어찬 청중이 부러웠습니다. 주한 독일 대사의 공연 소개 영상이 나왔는데 본인도 몇 번이나 가려고 했지만, 표를 구하지 못했다네요.

 

유럽의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때는 대부분 정장 차림을 합니다만, 이 공연은 청바지는 물론 반바지에 스웨터, 슬리퍼 등 간편한 차림입니다. 88개의 계단으로 둘러쌓인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원형 공원에서는 모두 돗자리를 펴고 눕거나 기대거나 편안한 자세로 와인 등의 음료수를 즐기네요.

 

[발트뷔네 야외 음악당. 사진은 2014년 발트뷔네 콘서트 장면]

 

 

2.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과 뉴욕 필을 비롯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은 1882년에 창단했습니다. 근대 지휘법의 기초를 닦았다는 한스 폰 뷜러를 초대 상임 지휘자로 발탁하며 이후 니키슈, 푸르트벵글러, 보르하르트와 카라얀 등의 지휘자를 통해 독일 뿐 아니라 전 세계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대표를 맡고 있죠.

 

항상 승승장구했을 듯한 이 오케스트라에게도 위기는 있었으니 1차와 2차 세계대전 및 동독과 서독으로 분리된 분단 시절이었습니다. 2차대전 말기에는 국민군 중대로 편성되기도 했어요. 전쟁 후에는 상임 지휘자 선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지휘를 맡은 레오 보르하르트는 영국군 병사의 총기 오발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하죠.

 

이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1955년부터 지휘를 맡아 최초로 미국 공연을 이룹니다. 1956년에는 종신 상임 지휘자로 임명되죠. 1961년 베를린 장벽의 설치로 동베를린에 거주하던 단원들이 합류하지 못해 단원들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집니다. 이후 카라얀 사후 클라우디오 아바도에 이어 현재 사이먼 래틀이 지휘를 맡고 있지요.

 

[지휘자. 사이먼 래틀]

 

 

3.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피아니스트 랑랑

1955년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난 사이먼 래틀은 밴드를 가지고 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음악가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장학금을 받으며 런던 왕립 음악원에 다녔고 옥스퍼드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어요. 1980년부터 1998년까지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 음악 감독으로 재직하며 영국의 대표 오케스트라로 발전시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에 1987년에는 대영제국 훈장을 받고, 1994년에는 기사 작위에 서임되어요. 2002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런던 심포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2018년에는 베를린 필 지휘봉을 키릴 페트렌코에게 넘긴다고 하네요.

 

콘서트에는 피아니스트로 랑랑이 초대되었습니다. 작년에도 런던 로얄 알버트홀 공연 실황도 메가박스에서 봤었기에 친숙했지요. (랑랑: 라이브 인 런던).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도 파워풀하고도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특유의 표현으로 보여주어 감동을 선사합니다.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 랑랑]

 

 

4. 감상 느낌

프로그램 해설을 먼저 봤을 때 영화음악이 테마인 걸 보고 기뻤어요. 클래식 음악보다도 더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주로 예전 대작 영화들의 음악을 연주하더군요. 아는 영화는 <인디애나 존스>, <스타워즈>, <E.T> 밖에 없었습니다. <벤허>도 들어보기는 했으나 보지 못했지요.

 

<20세기 폭스 팡파레(20th Century Fox Fanfare)>

유명 영화사의 익숙한 팡파레로 음악회를 시작하다니 의아했습니다. 친숙하기는 했지만 말이죠. '폭스'사로 시작한 이 영화사는 승승장구하다가 미국 대공황의 여파로 '20세기 픽처스'와 합병하며 '20세기 폭스'가 됩니다. 알프레드 뉴먼(Alfred Newman)에 의해 작곡된 이 곡은 초창기에는 직접 영화관에서 지휘를 하며 연주했다고 하네요.

 

초창기에는 팡파레가 짧게 나왔다고 합니다. 또한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의 영화에서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제 기억으로는 어렸을 때 '주말의 영화' 때문에 익숙해진 듯 합니다. 이 음악이 나올 때면 미지의 영화가 곧 시작하니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죠. 발트뷔네 음악회 시작 역시 그랬습니다.

 

 

[20세기 폭스 팡파레]

 

 

<바운티 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

영국 군함 바운티 호에서의 반란을 그린 모험 영화 <바운티 호의 반란>은 브로니슬라우 케이퍼(Bronislau Kaper)가 작곡했어요. 프랭크 로이드가 연출한 영화입니다. 수개월간 혹사당한 승무원들이 잔인한 함장 블라이를 바다에 내던지며 남태평양을 항해하며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되죠. 음악 만으로도 영화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라(Laura)>

1944년에 나온 르와르겸 미스테리 영화입니다. 연출은 오토 프레밍거가 맡았고 데이빗 랙신(David Raksin)의 음악이 유명하죠. 광고회사 디자이너 로라의 죽음을 쫓아가는 영화입니다만, 음악은 재즈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잔잔하다가 긴장감있게 발전하고 다시 감미로워지는 요소가 영화의 미스테리를 보여주는 듯 해요.

 

[영화 로라의 포스터]

 

 

<피아노 협주곡 A단조(Piano Concerto in A minor)>

노르웨이의 쇼팽으로 불리는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Grieg)의 곡에서 랑랑이 나옵니다. 유일하게 영화음악이 아니죠. 곡명만 보고는 무슨 음악인지 전혀 몰랐지만, 첫 도입부를 들을 때 많이 들어봤던 선율이어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그는 주로 서정적인 곡들을 많이 만들었다고 하나, 이 곡만은 달랐다고 해요.

 

오케스트라와의 웅장한 협연 속에서 피아노의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정적인 흐름은 물론이고 통통 튀는 리듬과 오케스트라에도 뒤지지 않을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랑랑, 그가 왜 스타 피아니스트인지 충분히 보여주었어요. 카메라 기술이 좋아서인지 피아니스트의 연주 모습 역시 음악적 요소로 다가옵니다.

 

이 곡은 <1악장 Allegro moderato>, <2악장 Adagio>, <3악장 Allegro marcato>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 악장의 성격은 모두 달랐지만 개인적으로는 3악장이 가장 흥겨웠습니다. 감미로웠다가 다시 웅장해지며 마무리되더라고요. 관중은 기립박수로 랑랑을 총 4번 부르며 화답했습니다.

 

[edvard grieg piano concerto in a minor 3rd movement]

 

 

 

<거대한 서부(the Big Country)>

1958년 만들어진 영화 <거대한 서부>는 제목과 같이 장대한 서부가 배경이지요. 명장으로 불리는 월리엄 와일러가 연출했습니다. 사랑과 땅을 둘러싼 두 집안의 대결 구도를 그린 영화인 듯 해요. 제롬 모로스(Jerome Moross)의 테마곡은 처음 들었으나 익숙했습니다.

 

랑랑의 피아노 협주곡이 무르익을 때에 어두워지기 시작한 야외 음악당은 어느새 무대 조명이 밝아지며 황홀하게 느껴졌어요. 저 곳에서 직접 이 음악들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거대한 서부 테마에서의 현악기의 빠른 리듬은 도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The Big Country Theme]

 

 

<로빈훗의 모험(The Adventures of Robin Hood)>

1938년에 마이클 커티즈와 월리엄 케일리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로빈훗의 모험>은 보지 못했지만, 익숙한 인물이라 음악도 친숙하게 들리더군요. 영웅이 등장하는 듯한 초반 이후에는 민속적인 느낌이 안정적이었습니다. 날은 아예 깜깜해지면서 음악당은 더욱 환상적으로 변했어요.

 

음악만으로도 마치 어떤 사건이 발생하려는 듯한 긴장감 그리고 위기감이 고조됩니다. 점차 유쾌한 음들이 나오면서 로빈훗의 등장을 알려주는 듯 했어요. 팡파레 이후 영웅 테마적인 음악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정의의 승리라는 소리겠지요?

 

<톰과 제리(Tom and Jerry)>

이번 발트뷔네 콘서트 프로그램 중 가장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처럼 말이죠. 스캇 브래들리(Scott Bradley)가 작곡했습니다. 실로폰을 포함한 타악기의 흥겨운 초반은 귀를 사로 잡죠. 곧 트럼펫을 통한 신나는 재즈스러움을, 피리나 물소리 각종 피리와 개짖는 소리 등의 특수한 소리가 독특하고도 신선한 음악을 선물하죠.

 

[Tom and Jerry by Scott Bradley at the BBC Proms]

 

 

<벤허 삽입곡 중 일부(Excerpts from the Ben Hur suite)>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름만 많이 들어봤을 뿐 보지 못했습니다. TV에서 많이 보던 전차 경주 장면만이 떠오르는 영화인데 스펙타클한 음악을 듣자마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용을 모르고 들어도 승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기 보다는 고난을 극복해가는 듯 했습니다.

 

미클로시 로자(Miklos Rozsa)의 음악은 성찰을 물러 일으키더군요. 일상에 대한 고난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생기도록 합니다. 마치 내가 벤허가 된 듯 한 느낌을 갖도록 하니 음악이 가진 힘이란.... 영화의 스케일에 걸맞는 개선행진곡 같았습니다.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 theme)>

아직도 기억납니다. 별기대도 하지 않고 봤던 영화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의 전작이라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요. 인디아나 존스를 먼저 봤었기에 짜릿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참여한 스펙타클한 영화 음악이 연이어 소개되죠.

 

드디어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영화들의 음악을 들을 때의 기분은 마치 영화를 다시 만나는 반가움이 들게 합니다. 음악 속에서 인디아나 존스 박사의 모험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 했어요. 익숙한 도입부에서는 해리슨 포드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까지 기억납니다.

 

 

 

<E.T와 스타워즈(E.T and the Extra-Terrestrial Main Title and excerpts from Star Wars)>

잘 알고 또한 익숙하게 들었던 영화 음악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E.T> <스타워즈> Main Theme를 생생한 오케스트라로 감상하는 기분은 어렸을 때 시절로 돌아가게 하네요. 초등학생 1~2학년 되었을 때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친구와 대한극장을 모험하듯 찾아가 봤던 <E.T>는 잊지 못할 영화 Best 3 안에 손 꼽힙니다.

 

대미를 장식한 OST는 스타워즈이죠. 음악 만으로도 우주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루크 스카이워커와 우주에서 가장 빠른 '팰콘'을 소유하고 있는 한 솔로와 츄바카, R2/D2, 다스 베이더 등의 서사적 이야기가 흘러 갑니다. 영화 뿐 아니라 음악까지 대작이며 명작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네요.

 

[출처: 구글 이미지]

 

 

<베를린의 공기(Berliner Luft)>

비엔나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는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시작합니다. 이 발트뷔네 콘서트의 대미는 파울 링케의 <베를린의 공기>로 끝난다고 해요. 이때 중요한 건 관객들과 함께 휘파람과 박수치며 왁자지껄한 연주를 하는 겁니다.

 

재미있지요? 이런 공연 문화가 무척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특하게 사이먼 래틀은 다른 사람에게 지휘를 맡기고 본인은 베이스 드럼을 연주합니다. 원래가 타악기 연주도 했다고 하네요. 이 음악이 나오자 베를린 시민들 모두가 축제 분위기로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을 떨치는 듯 했습니다.

 

[Lincke: Berliner Luft / Berliner Philharmoniker (사이먼 래틀이 드럼 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5. 에필로그

이번 여름 휴가는 8월말에 오스트리아를 가려고 해요. 잘츠부르크로 in 하게 될텐데 비록 마지막 날이기는 하나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빈 필 하모닉과 베를린 필 하모닉을 만날 수 있지요. 예매를 했습니다. 이렇게 미리 베를린 필의 연주를 구경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그것도 영화 음악을.

.

.

.

참고

1. 위키. 베를린 필하모닉

2. 위키. 사이먼 래틀

by 왕마담 2015.07.14 11:25
|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