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휴일, 더 오래간만에 동네 책방을 갔다. 만화책과 무협 및 판타지 소설책 대여를 주로 하면서 각종 DVD 영화도 빌려주는 곳이다. 이런 대여점은 고전과 같은 명작 소설과 달리 익숙하고도 친근하게 내게 다가온다. 아마도 각종 만화와 가벼운 소설이 담고 있는 사람의 원초적 본성에 충실한 스토리들이 내뿜는 책 냄새가 나를 야릇하게 흥분시킬 때 즈음 '이웃 사람'을 발견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웹툰으로 알고 있다. 간혹 인터넷으로 보기는 하지만 '이끼' 이후에는 끝까지 본 것은 없다. 거의 모든 작품이 영화나 연극 등으로 만들어졌다는 강풀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어떨지 호기심이 나를 찔렀다내가 손에 든 것은 아쉽게 극장에서 놓친 '이웃 사람'이었다.

 

첫 장을 보자마자 어느덧 단숨에 마지막 장을 넘겼다. 그 만큼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다음 장이 궁금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무엇이? 스릴러적인 요소로 무장한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그런 살인마를 방치해두고 있는 죄책감을 느끼게도 만드는 고발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결국 뉴스와 신문 각종 포털 사이트의 대문을 장식하는 살인마들의 이야기가 내 주변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감각을 깨워준다.

 

'이웃 사람'은 가해자로 시작한다. '에이~ 설마~ '의 무관심과 이기심이 바로 옆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살인자를 방조하게 되는 것이다. 무관심... 만큼 소통을 방해하는 것이 있을까? 아니 방해의 수준이면 다행이겠지만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관심이 없으니.

 

벽으로 둘러쳐진 아파트는 아무리 가까워도 멀다. 실제 살인자가 살고 있는 곳은 같은 동이다. 살고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곳에서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그것 역시 바로 내 집의 바로 옆이고 앞 집이다. 이 설정이 주는 불안함과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상상? 생각이라도 해보시라~ 사회가 지니고 있는 단절에서 잉태되어 냉소로 키워진 야수가 내 이웃 사람이라니. 그러나 강풀은 이웃 사람에 의해 이웃 사람에게 구출되는 긍정으로 대안을 풀어내준다.

 

'악마를 보았다'를 극장에서 보았을 때의 섬뜩함을 웹툰으로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실제를 보여주는 것에 가까운 영화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화 속의 잔인함과 같은 느낌은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이 웹툰 아니 책으로 봤으니 만화가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들을 통해 제목이 왜 '이웃 사람'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궁금증이 풀린다.

 

좀 옆길로 새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웹툰으로 보는게 더 재미있을까? 만화책으로 보는 것이 더 재미 있을까? 아마 작가가 이현세와 같은 만화가와 웹툰을 쓰는 강풀은 풀어놓는 방법이 다를 것이다. 웹툰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야만 다음 페이지를 볼 수 있는데 만화책은 한 눈에 페이지가 모두 들어온다. 특히 페이지마다 몇 개의 컷이 한꺼번에 있으니 이 부분이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웹툰은 많은 대사보다는 그림 한 컷 한 컷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고 다음 컷에 대한 상상력이 더 자극되는 듯 하다. 그것이 섬뜩하거나 놀랍게 하거나 반전의 효과를 더 크게할 수 있는 장치인 것 같다. 또한 시간적 여백을 나타내는 '칸'이 서로 다르게 구성된다. 웹툰에서의 '칸'이라는 존재에서는 스크롤의 빠르기에 조절된다.

 

강풀의 웹툰? 만화책? 둘 다 재미있다.^^

by 왕마담 2012.10.05 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