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고?

 

컴퓨터 OS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를 다뤘다니 얼마나 오타쿠적인 주인공이 나올까 싶었습니다. 매일 집에서 사이버 세계를 방황하는 인물이 나오리라 생각했지요. 괜히 찔리는 거 있죠. 저도 혼자 있을 때를 꽤 편해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눈에 봐도 매력적인 부인과 별거 중인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필하는 작가입니다. IT 기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얼리어댑터 취미를 갖고 있는 감성 충만 주인공이죠. 그의 편지들은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무의미하고 맛 없는 일상을 보냅니다.

 

최초로 선보이는 성장하는 인공지능을 갖춘 운영체제를 구입하지요. 마치 사람과도 같은 아니 그 이상의 센스로 주인공을 대하는 사만다(OS)에게 푹 빠져 버립니다. 저라도 그런 OS라면 가격이 얼마인지 상관없이 꼭 사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예고편]

 

갖고 싶다, Her

 

말 한마디로 무분별하게 모아놓은 데이타를 대신 정리해주고, 이메일을 읽어 주며, 중요한 스케쥴을 섹시한 목소리로 알려준다고 상상해 보세요. ~ 멋져라. 게다가 데이트 장소를 추천하고 예약까지..... 굳이 감정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도 꿈같은 운영체제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에 푹 빠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섹시 아이콘의 대명사이면서도 연기를 그리도 맛갈나게 잘 하는지....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면 볼수록 놀랍습니다. 감정까지 배우며 성장하는 '사만다' 역의 진정성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매력은 이제 섹시함을 넘어서는 듯 보여요. 곧 개봉할 영화 <루시>의 예고편만 봤는 데도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되더군요. 참고로 이 영화에서는 최민식씨도 출연하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분명 자신의 색을 맡은 배역 속에 녹여낼 줄 아는 배우 같습니다.

 

 

[목소리만으로도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스칼렛 요한슨]

 

 

최적화된 관계

 

그녀의 매력이 이 영화로 이끌었다면 요절한 리버 피닉스의 동생 호아킨 피닉스(테오도르)의 연기는 빠져 들도록 만듭니다. 공허한 듯 쓸쓸한 외로움 속에서 사만다를 통해 점차 잃었던 웃음과 활력을 찾아 가는 모습 속에서 따뜻한 가슴을 품은 남자를 볼 수 있었죠.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만은 않았어요. 테오도르는 캐서린을 통해 서로의 성장을 돕는 걸 힘들어 하는 모습을 표현해냈습니다. 전 부인 캐서린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매력적인 소개팅녀와도 씁쓸하게 끝나지요. 그렇기에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가는 사만다에게 푹 빠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OS 마냥 일방적인 관계가 없지요.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다른 성격과 성향을 지니고 다른 가치를 지닌 우리들이 부딪히는 건 당연합니다. 그걸 메꾸어 줄 수 있는 게 바로 소통이고 이해이죠. 그리고는 함께의 성장을 이어가야 하니 어렵습니다.

 

 

[우쿨렐라를 사용한 OST,The Moon Song]

 

 

 

관계, 끊임 없는 튜닝

 

시스템 사만다도 테오도르를 떠납니다. 실의에 빠진 그는 부담 없이 친했던 친구 에이미에게 찾아가 서로 위로를 받아요. 그리고는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갑니다. 결국 그는 최적화된 사만다가 떠나며 서로 맞추어 함께 살아갈 사람에게 돌아오게 된거죠.

 

갖고 싶은 앞선 IT 기기를 아날로그 감성에 맞춘 연출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인지 사만다를 비롯한 음성 인식 시스템, 그리고 집의 컴퓨터와 휴대용 스마트 폰의 연동 등의 부분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한 몫 하는 건 OST인 듯 합니다. 아케이드 파이어와 카렌 오의 음악이 독특한 세계로 이끌지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사랑'이라는 테마라기 보다는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지금 당장 힘들어 하는 특정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혹시 내게 최적화된 그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만다와 같은 사람은 없겠지요. 독특하지만 의미로운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 <Her>였습니다.

 

 

by 왕마담 2014.05.30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