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눈 뜨자마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벌써 여름 같은 날씨지만, 그저께 방이 너무 찬 듯 싶어 난방을 조금 올린 게 화근이었지요. 낮에는 꺼두었다가 잠자기 직전 켜두면 되는데, 계속 켜둔 것입니다. 어찌나 뜨근뜨근 하던지 방이 후끈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땀이 날 정도로 더워 깼습니다. 내일의 일상을 위해 자야 한다는 일념 하에 억지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쉽게 잠들지 않았습니다. 설잠을 자다 좀 더 시원해지기 위해 뒤척이기를 반복하니 잠은 어느덧 저 멀리 달아나고 잠을 쫓기 위한 새벽을 보냈어요.

 

잠자기를 위한 달리기에 지쳤는지 혹은 더 이상 잠들기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는지는 몰라도 이른 아침 일어 났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블로그를 정리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했을 텐데.... 내 뜻으로 깨어난 게 아닌 듯 해서 뭔가의 활동 자체가 하기 싫었습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방황했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는 사실이 끼칠 일상의 피곤함에 대한 우려가 점점 짜증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난방만 제때 껐어도 이럴 일은 없었을 텐데...', '밤에 그 야식을 먹지 않았으면 숙면을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에 대한 책망과 실망이 멈추질 않더군요. 게다가 가만히 계시던 어머님에게로 이어졌어요. '이제 좀 알아서 끄시지......'.

 

지금의 ''를 가만히 두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아침 운동으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헬스크럽에 갔죠. 피곤이 가시지 않은 몸은 무거웠습니다. 스트레칭을 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마음도 무거워졌는지 운동도 대충하게 되었습니다. 양에 찰리 없으니 또 짜증이 생기더군요.

 

샤워나 해야겠다 싶어 평소보다 일찍 운동을 접고 들어가 온수에 몸을 맡기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듯싶었습니다. 갑자기 옆에서 차디찬 물이 튀어 몸이 '움찔' 움츠려 들더군요. 옆 아저씨는 기운이 펄펄 나는 지 냉수 마찰을 하고 있습니다. 난리법석으로 샤워 하는 모습을 보니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은 감정까지 들었어요.

 

부랴 샤워를 끝내고 나와 물기를 닦았지요. 옷을 입으려고 대기실을 가로 질러 가는 데 여기저기 물들이 흔건히 젖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닦지 않고 옷장으로 왔다 갔다 하느라 떨어졌던 거지요. 그 생각이 들 때 쯤 바로 앞 아저씨의 등짝에 물기가 흥건한데 그냥 그대로 옷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짜증이 폭발할 거 같더군요. 등짝을 한 대 치고 싶었습니다. 소리 지르고 싶었지요. 물기 좀 제대로 닦고 다니라고, 사소한 일들이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 좀 지키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참았지요. 옷 입고 나오며 어디든 여기 보단 낫겠지 싶어 헬스클럽을 옮기고 싶었습니다.

 

밤샘 근무를 한 듯 출근길이 무척이나 피곤했어요. 휴가 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기분으로 출근하면 또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우려되었지요. 사실 생각해 보면 평소 그냥 그러려니 할 것들이었죠. 짜증 나있던 제게는 사소한 모든 일들이 나를 화나게 하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하는 듯 그리고 일어난 듯 보였습니다.

 

문득 평소와 달리 무뚝뚝한 모습으로 나를 대했던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의 아침은 어땠을까? 혹시 오늘 아침 내가 겪은 비슷한 류의 짜증이 나있던 건 아닌가? 사회적으로 뉴스나 신문에 실리는 우발적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의 아침은 어떠했을까?

 

짜증나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게 다르듯 그들 역시 누군가를 대하는 게 항상 같을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 더워서 잠이 깼던 새벽, 힘 없이 흐느적거리던 체조 같은 운동, 갑자기 튀었던 움찔했던 찬물, 흥건한 바닥 등 역정 났던 그날의 아침이 나중에 기억이나 날까요?

 

~ 이런 날도 있구나...... 라며 그냥 흘려 버리면 울화통이 터질 뻔했던 아침도 시간에 으스러져 버릴 듯 합니다. 나중에 손아귀에 남아 있을 시간의 흔적은 무엇일까...... 짜증? 과 같은 감정은 아닐 거 같습니다. 찰나의 솟구치는 감정에 내 모든 걸 내던진 필요가 없다는 걸 느끼네요.

 

감정 보다 이성이 앞서는 투표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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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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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4.06.05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