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침이 계속 말랐습니다. 목이 건조해 쩍쩍 갈라지는 듯 느껴지더군요. 생수로 입을 적시고 마셔도 소용 없었지요차례가 다가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야릇한 흥분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제 모습이 낯설었습니다조금 전 다녀 왔던 화장실은 왜 또 가고 싶은지.... 물을 많이 마셔서인지 긴장 탓인지 알 수 없었지요. 콩닥거리던 가슴은 점점 쿵쾅거렸습니다. 가사는 제대로 기억하는지 상기하려는 찰나 이미 무대에 서야 할 순간이네요.

 

첫 소절 '카타리'로 노래를 시작했는데 떨고 있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침이 더욱 말라 소리 내려는 목이 따끔거렸지요. '물 한 모금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만 숨 쉴 타이밍을 놓쳐 버렸어요반주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갈 길 가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 생각나지도 않는 가사를 입은 쫓아가고 있었어요. '에라~ 모르겠다~'는 다짐 같은 포기가 떠오르자 뱃심이 생겼습니다.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울리 듯 퍼져 나가는 목소리를 느꼈습니다.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성악 초급반에서 처음 배운 곡이 '카타리 카타리' 혹은 '무정한 마음’으로 알려진 <Core 'ngrato> 였습니다. 읽는 것 자체도 힘들었던 이태리 남부의 나폴리 민요이지요. 유튜브로 검색해보니 파바로티나 플라시도 도밍고 등 유명한 테너들이 즐겨 불렀습니다클래식 가곡의 멋을 조금씩 느껴가는 요즘 처음 배운 만큼 나름 남다른 의미가 있지요. 분기 별 학기가 끝날 때 마다 지도 교수님에게 배운 여러 반의 모든 학생들이 지인들을 초대하여 발표회를 합니다. 그 무대가 바로 지난 주였어요. 제가 부른 곡, <Core 'ngrato> 였습니다.

 

3주 정도 이 곡과 함께 살았다고 해도 터무니 없지는 않을 듯 합니다. 틈만 나면 여러 테너들이 부른 곡을 들었지요. 누군가의 앞에서 노래 부른다는 상상만으로도 어찌나 짜릿하게 떨리던지요.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반면 잘 불러 폼 나 보이고 싶기도 했습니다피아노 반주를 녹음해 차 안에서 연습할 땐 누군가 볼 새라, 들을 새라 괜히 혼자 쑥스러워 두리번거리기도 했어요.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면 콧노래를 부르거나 흥얼거렸습니다. 일상이 노래가 되었네요기분이 업되고 활기 넘쳤지요.

 

노래 부르는 그 순간 흥분의 떨림이 최고조를 달하기는 했으나 준비하며 가슴은 뛰고 있었습니다. 여행 역시 목적지에 갔을 때 뿐만 아니고 준비하면서 이미 시작이지요. 좋아하는 지인을 만날 때에도 그 순간 만이 아니고 만나러 가는 와중에도 신났습니다. 이 편지를 보내기 직전 역시 흥분됩니다만무얼 쓸지 고민할 때부터 들뜨기 시작하지요. 두근거릴 순간의 깃발로 다가가는 걸음 속에서도 이미 가슴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찰나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을 때는 다가 가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타인의 인정에 목말랐었지요. 누군가에게 실력까지 통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일단 하면 자신에겐 만족할 수 있는 듯 합니다하고 싶으나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여 '잘 할 수 있을까?' 두근거린다면 그게 가슴 뛰는 일의 증거가 아닐까요?

 

가슴이 벌떡벌떡 뛰는 삶, 멀리 있지 만은 않은 듯 느껴졌습니다. 2013 가슴이 세차게 뛰는 순간들, 얼마나 맞이 하셨는지요저는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러한 순간들로 채우기 위해 좀 더 용기를 내어야겠어요. 다음 발표회 때는 지인 분들을 초대하여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벌써부터 북받치는 반면 기겁시키지는 않을지 우려되네요상상만으로도 짜릿한 그것, 시작하는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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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net.tistory.com/

 

 

 

P.S :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3.12.0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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