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의 축제라 말할 수 있는 국립무용단의 <향연>을 관람했습니다1962년 창단되어 전통을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어요. 당대 최고 전통춤 예술가들에게 지도 받아 민속춤을 계승하며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잔치를 일컫는 단어인 향연을 제목으로 딴 그대로 우리 춤의 잔치였어요. 12가지 우리 춤을 봄, 여름, 가을, 겨울 4가지 테마 속에 소품으로 나누었습니다. 춤과 음악은 분명 전통의 그것이나 구성과 의상, 무대연출은 현대적 감각을 쌓았어요.

 

찬란하고 기품 있는 한복은 시종일관 눈길을 사로 잡으나 관람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무대는 각 테마에 맞추어 심플한 영상과 색을 띤 거대한 스크린, 전통 문양을 상징하여 만든 노랗고 빨간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매듭은 무대를 입체화하고 공간에 여백을 만들죠.

 

 

 

[국립무용단의 <향연>, 공연소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하러 국립극장을 갔다가 알게 된 공연소식에 검색했더니 16(), 17(), 19() 1회씩 공연은 이미 매진이더군요. 우리 춤 공연이 전석 매진이라니... 그것도 1500석 규모의 해오름 극장에서. 아쉽지만 왠지 뿌듯했어요. 기적같이 공연문의 쇄도에 16(1회 공연이 더 추가되어 볼 수 있었습니다.

 

<향연>은 우리 춤과 가락을 처음 접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공연은 없을 듯 합니다. 또한 우리 공연에 목말랐던 어르신이나 외국 분들, 한 자리에서 다양한 우리 것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최고의 공연이 될 거 같아요.

 

한국무용에 대한 선입견도 날라갔습니다. 늘 애잔하고 구슬픈 기운을 던져주는 춤으로 기억됐거든요. 하지만 넘치는 흥을 가지며 장엄한 기운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방송 등에서 간혹 봤던 매우 절제된 손과 발 그리고 어깨놀림이 춤 되는 순간에는 숨소리마저 방해가 될까 긴장됐어요.

 

 

 

[1막 중 무의, 출처: 구글이미지 검색]

 

 

 

1 <>은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으로 구성됐습니다. 사극에서 봤던 즉위식과 비슷한 '제의'로 경건하게 시작됐어요. 여성 창사에 맞추어 모란꽃을 형상화한 '진연', 간결하고 힘이 느껴지는 검무 '무의'로 궁중 연회의 마지막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관객들에게 올리는 경건하고 진솔한 인사같았어요.

 

본격적인 연회를 시작해볼까요? 2 <여름>은 단정하고 경건한 마음을 담은 종교제례 무용으로 시작하여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장삼을 자줏빛 치마로 대신하고 고깔을 벗은 일곱 명의 무용수가 보여준 '승무'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죠.

 

가락에 맞추어 추는 듯 아닌 듯 어깨를 덩실거리는 우리춤 특유의 몸짓과 긴 장삼의 흐트러짐마저 춤으로 보여주는 여운이 강하게 다가왔어요. 꽹과리를 도구로 이용하는 '진쇠춤'은 남성무이지만 4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으로 구성되어 이채롭습니다.

 

 

 

[1막 중 진연, 출처: 구글이미지 검색]

 

 

 

간혹 봤던 신나는 민속무용으로 구성된 3 <가을>로 연회는 축제로 푹 빠지죠. 여유로운 풍류가 한껏 돋보이는 '선비춤'에서 부채를 펴든 채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유유함을 봅니다. 느릿느릿 미소를 감돌게 하는 능구렁이들이죠. 기예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장구춤'은 경쾌합니다.

 

메고 돌고 뛰면서 추는 장구는 그저 소품이 아닌 춤 자체입니다. 무용수들의 장구 리듬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울리는 타악과 꽹과리와 징 소리 등의 가락이 자연스레 제 어깨에 내려 옵니다. 핏 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 장단의 흥이 깨어나네요.

 

그 흥은 농악 축제에서 많이 봤던 '소고춤'에서 폭발합니다. 13명의 남자 무용수는 활달한 발재간과 몸놀림으로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 등의 다양한 가락에 맞추어 재주 넘기를 일삼아 마치 댄스 배틀을 보는 듯 여겨져요. 시종일관 감탄사가 추임새가 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향연, 연출진 인터뷰]

 

 

 

<향연>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3의 마지막 장에서 이어지죠. 무려 24명이 맞추는 타악의 리듬 만으로도 어안이 벙벙해지는 데, 춤사위마저 절도로 맞추어진 스펙터클한 '오고무'가 입체적으로 보여집니다. 일체화된 움직임으로 북 치는 동작마저 뛰어 오르거나, 좌우 그리고 뒤로 허리를 꺽어치는 북춤이죠. 무용수들이 내는 구음과 북채에서 나는 서로 다른 소리가 역동에 힘을 더합니다.

 

넘치는 흥을 정리하는 장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겨울>의 신태평무는 왕실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왕과 왕비가 직접 춤 춘다는 민속무용입니다. 굳이 ''을 붙인 이유는 거기에 더해 우리 민중의 태평성대까지 함께 기원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었어요.

 

남성의 파란 도포와 여성의 빨간 치마 자태에 더해 거대한 노랑 매듭, 백색의 바닥과 검은 벽면으로 단순하지만 풍성한 느낌의 무대 공간이 인상적입니다. 50여명의 전체 무용수가 여러 일무로 보여주는 춤은 시종일관 느리지만 거침없으며 연회를 시원하게 마무리합니다. 절도 있는 장중함을 보여주고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인사하는 모습 속에 감사한 단정함을 봅니다.

 

 

 

[3막 중 오고무, 출처: 구글이미지 검색]

 

 

클래식이나 오페라, 발레 등의 공연을 더 재미있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미리 접해보는 예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통 무용과 음악이 어우러진 <향연>은 전혀 필요 없었습니다. 우리 춤과 가락 만으로도 숨어있던 흥을 깨워 어깨춤이 절로 나오니 말이죠.

 

 

by 왕마담 2016.06.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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