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러 가는 길]

그의 소설책을 읽었을 때의 두근거리던 가슴이 기억난다.
읽고 있으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설레여지고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읽을 거리가 줄어드는 아쉬움이 생각난다.
그가 창조한 주인공들에 대한 애정 역시 남다르다.

가끔씩 들리던 그의 홈페이지에서 기나긴 구상 시간을 마무리하고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접하기는 했으나 막상 그의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 실감나지 않았다.

'바이퍼케이션'
15년의 구상을 거쳐 발표된 작품.
인터넷 서점에서 그의 작품이 발표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어느덧 나도 모를 이상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와 함께한 시간]


출판사 '해냄'의 이벤트로 준비된 '작가와의 만남'에 우연찮게도 당첨됐다.
카페에서 식사가 아닌 음료와 간식거리들을 앞에 놓고 이루어진 자리는 편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자리가 모두들 낯설었는지 자유로운
대화 형식으로 이뤄지지 않을 듯 한 분위기를 눈치채셨는지 작가님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해달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모두 어찌나 궁금한 것들이 많은지...
나는 그의 세계관이 궁금했다. 그래서 작품으로 접하겠지만 그에게 개략적인 설명을
부탁드렸으나, 심히 난감하셨던지 대답은 꼭 빠른 시간 안에 작품을 통해서 하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조금 아쉽지만, 어쩌면 그것이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질문이 오가고 많은 답변을 받았다.
우리는 서로의 질문을 통해 서로의 궁금증을 함께 해결했다.
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들 중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있는 몇가지를 끄적여보자면,

먼저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는 그가 공학도에서 소설가로 거듭났을 때의 얘기다.
하이텔 공포물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먼저 그러려는 생각이 아니었다.
그는 먼저 공부하는 와중에 그 게시판에 있는 글들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듯 싶었다.
2달 만에 그 게시판의 모든 글을 읽었다고 하니. 그러고 나서는 조금 무료했던지 자신이
직접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는 전혀 부담없이 취미로 글을 썼다고 한다.
조회수도 그리 많지 않았었다. 그러던 글이 어느덧 조회수 몇 만이 넘으면서 출간 제의가
들어올 때는 막상 겁이 났다고. 또한 공학도로서의 길보다 자신에게 소설가로서의 길이
열려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때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정리할 정도로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스토리를 쓰는 와중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공부를 먼저 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써가는 와중에 필요한 부분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필요한 부분이
어디까지 일까? 궁금했다. 그는 거의 모든 부분을 공부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으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그의 완벽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작가님의 말씀 중에는 앞으로 그가 쓰고 싶은 작품들은 무척이나
많은데 자신이 앞으로 살 수 있는 날들을 희망적으로 계산해봐도 10여 작품들 밖에는
안될 듯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자신은 조급해진다는 말을 했다.
사람에게 있어 그 자신만의 '사명'과 '소명' 이 무엇인지 그를 통해 더욱 이해하게 된다.

[만나고 느끼고 생각하고]

그는 글을 잘 쓰는 만큼 말도 잘하는 듯 하다. 명쾌하고 거침없다.
다른 분들이라면 꺼려했을 다음 그리고 다른 작품들에 대한 스포일러성 이야기들도
Off line까지 와서 애정을 보여주는 팬에 대한 서비스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 이야기들은
입이 무척이나 근질거리지만 과감히 안하겠다. 그래야 나도 잊지 않을까?

출판사가 만들어준 이벤트가 마무리된 후에는 작가님과 함께 몇몇 분들이 2차로
호프집을 향했다. '퇴마록' 그리고 '왜란종결자', '치우천왕기' 그리고 신작 '바이퍼케이션'까지
그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도 여러 사람들과 유쾌하게 이야기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 속에 직접 창조한 작가님이 함께 했다는 것은 살면서 잊지 못할 추억일 것이다. 스포일러성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해주셨지만 술기운으로 싸그리 까먹었다. 으하하하~^^

약 15년 만에 신간을 펴낸 그의 작품은 일견 3권 밖에 되지 않지만, 이미 그의 머리 속에는
그가 앞으로 쓸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듯 하다. 결국 작품을 쓰지 않은 지난 시간 동안
그는 그의 세계관을 세우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시간 역시 작품을 무던히도 쓴 시간
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기다림 또한 즐겁다.


           [갖가지 효과로 내 얼굴을 가려보려 했으나... 실패.. 헐~]
    [작가님은 얼마전 유행성 결막염으로 인해 본의 아닌 선글라스 차림]

by 왕마담 2010.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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