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하시지요? 개인적으로도 쓰지만 요즘 일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PC와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동기화가 되어 언제 어디서든 찾아 볼 수 있으니 편리하기 그지없어요. 프로젝트 구성원들끼리 단체 카톡방 만들어 얘기하면 즉시 온라인 회의가 되니 효율적입니다.

 

지난 주 영업사원에게 카톡 알림음이 울렸어요. 당장 몇 일 후 데모 시연을 해야겠다며 여차저차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또 급한 일이야?' 라는 반응이 먼저 들었고 이어 귀찮았어요. 정리하여 메일로 먼저 보내주지 톡으로 말하는지 탐탁찮았어요. 해야 할 일이기에 다른 생각을 미뤄내고 업무 내용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다른 팀에 요청할 사항이 있더군요. 영업사원이 어려워 하는 팀입니다. 일 진행이 더딜까 싶어 일정 얼마 없으니 쪼아달라고 했어요. 그대로 써볼게요. 'xxx팀에 얘기해야 되면 바짝 쪼아주세요', '빨리 달라고...', '쑤그리지 맙시다~ㅋㅋㅋ', '예의는 지켜도' 보내자 마자 카톡방 멤버가 보였는데 xxx팀 팀장님 이름이 떠억~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턱이 빠질 듯 입이 떡 벌어졌어요. ~ 등골에 식은 땀이 났고 패닉 상태에 들어가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 망했다' 싶었습니다. '그 동안 날 이렇게 생각했어?'라며 그 팀장님이 저를 어떻게 볼지 겁났어요. 틀어질 사이가 상상됐고 협조는 당연하고 일도 제대로 되지 않을 듯 했어요.

 

당장 조언을 구했어요. 변명으로 넘기자는 우리 팀장님 말씀에 '아하~'싶었어요. 얼른 xxx 팀장님께 1:1 톡으로 다른 통신사 핑계를 대며 급한 일정 처리에 정신이 혼미해져 글을 오해롭게 쳤으니 혹시라도 곡해하지 마시라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다행히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 주시더군요.

 

공교롭게 지하 식당에서 점심 식사 후 사무실 올라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 xxx팀장님을 만났습니다. 평소 스쳐 지나간 적도 드물었는데 말이죠. 겉으론 인사하고 웃었지만 속으로는 '~ 왜 하필 오늘 또 만나니', '이사람 날 어찌 생각할까?'라며 어찌나 뻘줌하고 불편하던지 승강기 속도는 평소보다 더뎠고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더웠던 거 같습니다.

 

점차 혼미한 정신이 제자리를 찾고 보니 ''로만 보면 심각하지 않을 수 있을 듯 했습니다. 다른 설명 없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갈 수 있을 듯 했어요. 타인이라면. 그러나 글 속에 숨은 뜻을 아는 저는 불에 덴 것처럼 놀랐던 겁니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감정이 표현된 것이죠.

 

실제 얼굴 보며 했던 대화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하지 못했을 거라 더 부끄러웠습니다. 속마음 들킨 거 이상 화끈했던 이유는 당당하지도 못했기 때문이죠. 가벼운 손가락 놀림(입놀림)에 실망스러웠습니다. 한편 또 다른 가벼움이 찾아왔어요.

 

플래너에 빼곡히 써놓은 연월일간 계획을 보며 다른 분들에 비해 온전하게 사는 듯 느꼈습니다. 폰 게임 하는 분들로 빼곡한 지하철에서 책 꺼낼 땐 누가 보기라도 하듯 으쓱했죠. 모임이나 회의 등 여럿 모인 자리에서 모양새 빠질까 말 한 마디도 조심, 의젓해 보이려 일쑤입니다. 가끔 기분 좋아 나를 던지는 농담하고는 망가졌다며 자책하곤 합니다.

 

실수 하나에 무너지는 걸 보며 다른 사람에 비해 잘나 보이려던 자신이 우스웠어요. 퇴근 후 집에 오는 길, 그 일로 당황하고 안절부절 못했던 모습이 생각나 피식 웃었습니다. 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가득 차 무거웠던 ''를 봤어요. 또 다른 가벼움은 '똑같은 사람이잖아'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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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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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4.09.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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