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1.

 

드러머가 주인공인 영화, 위플래쉬를 봤습니다. 간만에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영화를 본 듯 하여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음악을 장르 구분없이 좋아하는 이로써 재즈의 자유스러움과 드러머의 격렬함이 마음껏 발산됩니다. 특히, 메가박스 코엑스 M2관과 같이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드려요.

 

이 영화는 최근 열렸던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 부문을 수상합니다. 플렛쳐 교수를 연기한 J.K.시몬스가 받은 남우조연상, 음악 영화로서의 자존심인 음향상,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엔딩의 10분 앤드류 독주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편집상이지요.

 

이야기 배경이 되는 음악은 재즈이며, 주인공이 다루는 악기는 재즈 드럼입니다. 1930년대 전설적인 드러머가 있죠. 주인공 앤드류의 롤 모델이기도 한 버디 리치(Buddy Rich)입니다. 드럼을 잘 연주하기 위한 스피드와 정확성, 그리고 리듬감을 모두 갖춘 연주인으로 꼽히네요.

 

 

 

 

 

2.

 

감명이 남아 있을 때 '왜 드럼 연주자를 주인공으로 꼽았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밴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보컬이나 기타 연주자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묵묵히 받쳐줄 뿐이죠. 하지만, 드럼의 박자나 비트가 무너질 경우에는 밴드 전체가 날라가 버립니다.

 

주인공 앤드류의 성격은 내향적이었어요. 버디 리치의 드럼 연주를 동경하고 연습을 많이 하나 음악학교에서는 그저 그런 밴드에서 보조 드러머를 맡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기 위해 아버지와 같이 영화를 보러가며 주변을 맴도는 성격입니다.

 

밤늦게까지 연습하던 앤드류는 최고의 지휘자이지만 폭군 선생 플렛쳐의 눈에 띄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되죠. 인격모독은 물론이고 혹독한 압박으로 실력은 점차 늘어가지만 여친과의 절교를 택할 만큼 드럼 외 일상은 피폐해져 갑니다. 교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손아귀가 찢어질 정도로 매달리죠.

 

 

 

 

3.

 

자신이 가르친 학생 중 최고가 나오길 기대하는 플랫쳐 교수의 지도 방식은 독특합니다. 첫 합주, 스피드와 피치를 틀리는 앤드류에게 의자를 집어 던지고, 박자에 맞추어 직접 빰을 때리는 장면에서는 놀랐어요. 직전에 그는 앤드류에게 무척 친근하게 즐겨보라며 격려를 했던 모습과는 차이가 컸습니다.

 

이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에게 밴드의 전원은 벌벌 떨어요. 악보 하나를 놔두고 다니거나 연주회에 늦으면 가차없는 징벌이 나타납니다. 연습을 위한 합주인데도 틀린 인원은 당장 나가게 되죠. 오늘 메인 연주가라 해도 더 나은 이가 나타나거나 작은 실수 하나로도 보조 자리로 내몰립니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흘리는 눈물에서 휴머니즘을 보지만, 곧 앤드류가 속한 드러머 팀의 메인 연주자를 뽑기 위한 리허설에서는 잔인함이 보였죠. 악과 오기에 받치게 하여 결국에는 최고 스피드의 피치를 치도록 만드는 걸 보며 어쩌면 자신의 틀을 깨어보라는 외침일 수도 있을 듯 보였습니다.

 

 

 

 

4.

 

플랫쳐 교수는 앤드류에게 외부의 자극이었죠. 자신의 틀을 깨어 가는 와중 교통 사고를 통해 연주회에서 본 실력을 내지 못한 앤드류에게 플랫쳐는 질책합니다. '너 때문에' 연주회를 망쳤다는 말에 흥분한 학생은 카리스마 교수에게 대들며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기까지 하죠.

 

외부의 자극에 대항했던 앤드류는 바로 좌절을 맛봐야 했습니다. 실망에 빠지고 일상에 맞춰 사는 앤드류에게 맞춰진 초점이 우연히 만난 플랫쳐 교수 그리고 뜬금없는 제안에 하이라이트로 치닫죠. 숨겨진 반전과 몰입이 극대화 되는 라스트 신이 펼쳐집니다.

 

아직 못 본 사람이 있으니 정확한 결론을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진정한 자아의 성장과 변화를 맞이 하는 순간이 바로 그때죠. 10여분간 딴 생각이 조금이라도 날까봐 조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인정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오기에 쌓인 연주가 아닌 오로지 음악 만을 위한 연주가 펼쳐지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어요.

 

 

[Whiplash]

 

 

5.

 

다큐 같지 않고 영화적 재미 또한 가득합니다. 일단은 귀를 휘감는 재즈 음악이죠. <인사이드 르윈>과 비슷하게 애환이 가득 담겨 끈적거리고 자유를 동경하는 음악으로 가득 넘칠 줄만 알았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심장을 치는 격렬함 또한 재즈에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놀라운 반전은 물론이고 영화 내내 사로 잡고 있는 이야기 거리는 마치 스릴러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요.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음악을 이용하여 특히 드럼이 줄 수있는 박자에 대한 스피드에 대한 두근거림을 잘 살렸어요.

 

앤드류 역의 마일즈 텔러는 연기를 위해 드럼을 직접 배우고 하루에 3~4시간에 이르는 연습을 통해 대역없이 모든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플렛쳐 교수 역의 시몬스 역시 어릴 때 배운 피아노를 다시 레슨 받았다고 하네요. 연출한 차첼레는 역시 직접 드럼 연주한 경험을 살려 찍었다고 하니 살아 있는 영화로 다가오는 건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by 왕마담 2015.03.2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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