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책을 드디어 읽게 됐다. 뭐 손에 들어 읽기만 하면 되는데 왠 엄살이냐고? 독서 모임을 하다 보니 읽을 책들이 꽤 많다. 그러니 필독서로 꼽히지 않으면 흥미가는 대로 읽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흥미로운 만큼 줄줄 읽힐 줄 알았는데 자꾸 뒷 페이지를 들추어야 했다. 앞으로 나갈 수록 뒤의 내용이 전혀 기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중되지 않았다. 괴테의 풍성한 묘사는 주의력을 떨어지게 했다. 놀랄 만한 비유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을 때의 시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일상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벌려 놓아 주의력이 산만해진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아쉬웠다. 짧은 시간동안이 허락되어 조급해졌으나 책을 덮었다. 하루가 지나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빨리 읽기는 하나 아무 의미없이 보내는 시간이 더 아깝기 때문이었다.

 

진도를 빨리 빼지 못해도 진중하게 진지하게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빌헬름과 그의 사랑하는 여인 마리아네가 살아났다. 이성적이며 빌헬름과 전혀 다른 성격의 친구 베르너가 다가 왔으며 마리아네의 또 다른 인심 후한 연인과 빌헬름이 마주친 듯 느껴진 술집 상황에서는 긴장감이 일어났다. 사랑에 상처받았을 때의 배신감이 상상되기 시작했다.

 

베르너와 빌헬름의 대화는 많이 흥미로웠다. 서로 대립되는 성격을 통해 배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니. 베르너의 이성과 빌헬름의 감성 대립은 건강해보였다. 툭탁이는 듯 보이기는 했지만. 모든 책임을 자신을 돌보는 노파나 상황으로 돌리려는 마리아네의 성격 역시 살아 있는 듯 생생할 때가 있다. 많은 비유와 묘사를 참고하여 읽어야 하지만 빌헬름의 수업시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현대 소설만큼 나를 깊숙이 빨아들이지는 못한다. 고전이 주는 딱딱함을 소화해낼 기관이 아직 단련되지 못한 탓이다. 읽은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이 남아있기는 하나 집중과 몰입을 통해 재미를 얻고 교훈을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하다.

 

by 왕마담 2013.09.06 16:35
|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