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문제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눈으로

바라볼지 모르지만, 그러는 우리도 그런 사람들의 정신구조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공유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경멸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자존심 역시 다른 사람

들이 부여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우리도 성질

급하게 결투에 나서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P152)

                                          <알랭 드 보통의 '불안' >

 

 이틀 전 부탁을 받아 약 30~40명 앞에서 5분 여의 프리젠테이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제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이미 정리했던 PPT 파일을 사례 위주로 이야기만 해주면

되는 자리였습니다. 그 책은 이미 '보보의 독서카페'에서 추천책으로

읽었던 '강점에 집중하라'였습니다.

 

 하지만, 늘 수십명 앞에서 무언가를 발표할 때면 너무나도 떨리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왜이리 떨리는지 그리고 움츠러드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자신이 청중이 된 그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는 것입니다. 잘하고 싶은

만큼 질책의 비난 역시 두려운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그들의 관심잡기

에만 집중하였고 정작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습니다. 이것은 주도성을 청중에게 넘겨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여유조차 없이 내게 시간이 얼마나 주어졌던지 늘 시간에 쫒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발표뿐만이 아닌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친구는 물론

직장동료, 부모님, 지인들... 그 범위도 무척이나 광범위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에 ''를 꾸미려 합니다. 진짜

''가 아닌 ''의 가면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들에게

나의 자아상이 결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들의 뜻을 헤아려

맞추어 행동하려고 합니다. 분명 배려의 마음과는 다릅니다.

 

가끔 일을 하면서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되거나 상대방이 예의없이

대한다고 생각될 때는 예외없이 분노가 치솟아 오르며 그 대상자에게

적의를 품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형편없는 놈으로 추락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판단의 근거는 내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야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에 말입니다.

 

비난 가운데도 오직 진실한 비난만이 우리의 자존심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P164)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P168)

                                          <알랭 드 보통의 '불안' >

 

''의 가치!!!

그것은 타인의 시야보다는 내 안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얼마나 잘 찾아내어 논리를 기초로 내 자신의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의 밑거름이 되지 않겠는가?

 

타인의 비난과 질책은 그저 그 사람들의 눈에 비친 ''를 통해

나오는 그들 자신에 대한 비난과 질책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타인의 시야에 내가 내 자신을

묶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자유로움으로 가는 길에는

그 시야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이 가장 먼저 필요할 것이다.

 

        <2009.10.알랭 드 보통의 '불안' '철학'을 읽는 와중의 단상...> 

by 왕마담 2012.05.0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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