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0. 극장에서 만나는 브레겐츠 페스티벌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이자 성악가 중 명테너들이 좋아하는 <Nessun dorma>라는 아리아로 유명한 오페라 <투란도트>를 관람했습니다. 2015년 브레겐츠 페스티벌 Live 실황 중계를 메가박스에서 봤어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마을의 보덴 호숫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은 야외 오페라 무대를 동경하던 이들에게 황홀한 작품을 보여 줍니다.

 

호수 위에 떠 있던 대형 무대는 입체적이었어요. 거대한 만리장성과 같은 성벽이 전설시대 중국을 잘 보여줍니다. 실제로는 물 밑에 단단하게 설치되어 있고, 무대 셋트도 부수어야 철거되는 콘크리트와 철골로 되어 견고해요. 들인 노력 때문일까요? 보통 2년에 한 번씩 작품을 바꿉니다. 지난 작품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였었죠.

 

좌석 또한 야외이지만 편안하고 어디든 시야가 좋다고 합니다. 단지, 다른 오페라 공연과 달리 마이크를 쓰지요. 관람석과 거리가 있는 야외 호상 공연이기에 어쩔 수 없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1막 공연이 무르익을 때 즈음 호수 위로 지는 석양과 오페라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해 보이네요.

 

[1막에서 칼라프 왕자를 말리는 류의 아리아, 나의 말을 들어주오(Signor Ascolta) by Maria Callas]

 

 

 

1.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시선

절정의 오페라 시대를 만든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를 거쳐 그 명맥은 푸치니로 이어집니다.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명성을 얻지요. 음악가 집안에서 컸지만 특별한 재능을 보인 일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진정한 후계자로도 불리는 베르디의 <아이다>를 보고 감동하여 오페라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하죠.

 

의문이 들었습니다. 푸치니는 왜 중국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을까 싶었죠. 그러고 보니 그는 일본을 배경으로 미군과 게이샤에 대한 <나비부인>,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의 아가씨> 등도 작곡했습니다. 왜 직접 접하기 어려웠을 다른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 것일까요?

 

이국적인 소재에 애절하고 호소력 큰 음악과 이야기를 즐겨 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성과 서민에게도 관심이 많아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직접 택하는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요. <라보엠>의 미미, <나비부인>의 나비부인, <토스카>의 토스카는 물론이고 <투란도트>의 투란도트도 여성으로서 주도성을 갖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느낌으로 만들어진 무대]

 

 

 

2.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이야기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역시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3막에서 남자 주인공 칼라프(테너, 리카르도 마씨 Riccardo Massi)가 부르는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이루고)>입니다. 이야기 맥락이 아닌 그냥 들어도 좋았지만, 작품 속에서 듣는 아리아의 여운은 역시 깊었어요. 칼라프는 투란도트(소프라노, 카트린 카프러슈 Katrin Kapplusch)에게 말합니다.

 

공주의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냈지만 아내가 될 생각이 없던 그녀에게 문제를 낸거죠. 내일 아침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 맞히면 기꺼이 죽겠노라고, 그렇지 못할 경우 부인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와 함께. 사실 투란도트가 제출하는 문제들은 혼인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맞추지 못할 것들입니다.

 

알아 맞추지 못하면 죽어야 하는 위험때문에 쉽게 그녀에게 접근하지도 못하게 만들죠. 주로 등장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1막에서도 페르시아 왕자가 사형 당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2막에서는 투란도트에 대한 이야기와 칼라프와의 수수께끼 대결이 펼쳐지죠.

 

[브레겐츠 페스티벌 홍보 영상 중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영상]

 

 

 

3. 푸치니 답지 않은? 

푸치니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푸치니는 3막에서 칼라프의 이름을 알기 위해 투란도트가 류를 죽이게 되는 장면까지 작곡한 후 후두암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인해 마무리짓지 못하고 죽게 되거든요. 과연 그가 마무리까지 했다면 투란도트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이후 우리가 지금 접하는 곡은 그의 절친이자 지휘자인 토스카니니의 노력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푸치니 생전 서로 의논했던 것들을 기반으로 프랑코 알파노에게 맡겨졌지요. 그의 사후 2년 후인 1926 4월 라 스칼라 극장에서 이뤄진 초연은 대성황이었습니다.

 

초연 당시 류가 죽자 토스카니니는 뒤돌아 관객에게 '푸치니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말하고 무대 뒤로 퇴장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뒷 부분까지 완성한 이후인데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지만, 관객이 받은 감동은 곧 이후에도 대성공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투란도트 역할의 소프라노, 카트린 카프러슈 Katrin Kapplusch]

 

 

 

4. 투란도트(Turandot)와 류(Liu)

Turandot란 페르시아 말로 'Turan daughter' 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원작은 이름만 많이 들어본 <천일야화(The book of One Thousand and One Days)>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Turandokht'에서 'Turandot'로 이름이 바뀌고, 없는 캐릭터 'Liu()'는 푸치니에 의해 창작되었다고 하네요.

 

얼음공주 '투란도트'는 남자들을 혐오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할머니의 죽음에서 온 트라우마와 연관되어 있죠. , 그녀는 과거에 머물러 복수를 위해 청혼자들을 죽이는 겁니다. 그에 반해 하인 ''(소프라노, 이티안 루안 Yitian Luan)는 단 한 번 따뜻한 웃음을 지어준 칼라프 왕자를 사랑해요. 죽음도 스스로 선택하는 의지를 보입니다.

 

푸치니 혹은 원작에서 작품화한 극작가 카를로 고치, 다시 이 작품을 개작한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쉴러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신분은 미천하나 자신의 의지로 사랑하는 ''를 통해, 고귀한 신분과 권력이 있더라도 마음을 닫았던 '투란도트'의 변화를 보여주며, 진정한 사랑에 대해 보여주려는 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Nessun dorma by Pavarotti in Turandot]

 

 

 

5. 마무리

현지 폭우로 인해 해당 회차 공연은 중단됐어요. 실황 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였지만, 중단된 부분부터는 동일 배역이 나오는 이전 일정의 공연으로 편집됐어요. 스크린으로 관람하면서 잠깐의 깜박거림(?)이 있기는 했으나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푸치니 작품은 <라 보엠> <투란도트>만을 관람했어요.

 

이 두 작품은 같은 작곡가가 만든 게 맞는지 싶을 정도로 달랐습니다. 라보엠의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는 가난한 서민이지만, 투란도트와 칼라프는 권력을 갖고 있었고 또한 한 때 갖었던 왕족이지요. 음악 역시 벨칸토적인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바로크적이고 이국적인 웅장함이 달라 보였습니다.

 

푸치니의 또 다른 대표 작품 <토스카> <나비부인> <라 보엠>과 비슷한 감성을 보여준다고 해요. 말년의 푸치니는 왜 <투란도트>와 같은 작품을 만들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xxxx' 그가 뛰어 넘고 싶었던 건 바로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3막에서 류가 죽기 전에 부르는 Tanto amore segreto(사랑은 강하도다) by Yana Kleyn]

 

 

 

참고

1. Wikipedia: Giacomo Puccini, Turandot

2. 네이버캐스트: 투란도트, 브레겐츠 페스티벌

3.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불멸의 오페라 by 박종호

4. 오페라와의 만남 by 닉 킴벌리

 

공연 관람일: 2015년 7월 25일(토)

연출: 마르코 아르투로 마렐리 Marco Arturo Marelli

지휘: 파올로 카리야니 Paolo Carignani

연주: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Wiener Symphoniker

by 왕마담 2015.08.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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