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조승우씨 대표 뮤지컬의 정점

 

드디어 조승우씨가 출연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관람했습니다. 다른 버전으로는 이미 많은 경험을 접했어요. 메가박스에서 봤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전격Z작전으로 유명한 데이빗 핫셀 호프가 출연했습니다), SBS에서 봤던 2006년 지킬 앤 하이드 그리고 뮤지컬 동호회에서 공연했던 아마츄어 버젼까지, 많이 봤네요.

 

오리지널을 이제야 본 듯한 느낌입니다. 어떤 버전보다도 조승우씨가 출연하느냐에 아니냐에 따라 같은 공연이라고 해도 또 다른 브랜드를 형성하는 듯 해요. 다른 분 공연을 보고 나서도 조승우씨가 출연하는 무대는 또 어떻게 다를지 기대를 갖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도 마찬가지였었죠. 지킬 앤 하이드까지 조승우씨가 출연하는 3대 뮤지컬은 모두 봤습니다. 이제는 여유롭게 다른 분들의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티켓 파워가 워낙 강하다 보니 예매하기가 힘듭니다. 이번에도 휴가내고 평일 낮 공연을 택하고서야 VIP석을 예매할 수 있었지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지금 이 순간 by 조승우>]

 

 

기대 이상의 무대,

 

<지킬 앤 하이드>를 처음 본 건 메가박스에서 상영한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이었습니다. 당시 <지금 이순간>을 듣고 싶은 흥미에 봤었는데,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어요. 직전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실황>을 봤습니다. 그에 비해 너무나 어두운 배경과 매우 간단한 무대 디자인때문이었죠.

 

2006 SBS 문화산책을 통해 봤던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 김선영, 김소현씨가 출연했는데 우리 말로 듣는 넘버에 매혹됐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이 공연은 현란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킬과 하이드의 두 내면의 대립과 넘버들이 좋은 공연으로 알고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특수효과나 무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Live 뮤지컬 무대를 보니 그런 단점을 많이 보완했어요. 음향과 조명, 무대 사용이 이전보다 촘촘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리젠테이션 특수효과와 함께 좀 더 커진 무대, 하이드가 나오는 신에서는 섬뜩함에 대해 조명과 음향을 적절하게 사용했어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항에 대해 먼저 많은 만족을 받았습니다.

 

 

[블루 스퀘어에서 하는 뮤지컬은 항상 계단에도 이런 신경을 쓴다]

 

 

조승우씨의 영리함, 배역에 녹아들다

 

포텐 터지는 성량을 갖고 있지 않은 조승우씨는 연기와 각종 넘버에 대해 자기화를 적절하게 만드는 영리함을 갖고 있습니다. 1막 하이드가 나오기 전까지의 지킬을 연기할 때 그의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 이순간> 외에는 감동을 주기 보다는 소화로 만족하는 듯 보였습니다.

 

1 <The Transformation> <Alive>에서 하이드 연기할 때의 카리스마는 그에 비해 빙의한 듯 보였어요. 실제 하이드가 '자유'를 울부짖을 때는 흠찟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건 조승우씨의 계산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하이드의 카리스마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전략인 듯 보였습니다.

 

그제야 지킬의 여린 듯 하면서도 ''로 충만된 모습 또한 다시 해석한 모습인 듯 했어요. 그러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연구가로서 힘 자체는 약한 사람입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착하고 올곶은 그를 돕고 싶어하죠. 물론 국가의 지도자들 빼고.

 

 

[김선영씨가 부르는 <A New Life>]

 

 

지킬의 이중성, 하이드를 불러내다

 

이미 세 번이나 본 직후라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어요. 닥터 지킬의 연구 그리고 임상 실험을 할 수가 없어 직접 그 자신이 연구대상이 되어 하이드가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지킬은 임상 실험을 할 수 없도록 허락하지 않은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서운해 하기는 합니다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아요.

 

하이드가 되었을 때 서운 이상의 복수를 원할 정도로 원했다는 걸 연쇄 살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억눌려 있던 본성이 터진 거죠. 주인공 뿐 아니라 성직자가 어린 여성을 탐하고, 오만하여 어디서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장군 등 위선적인 인물들을 통해 이중성을 짚어냅니다. 넘버 <허상(Facade)> 통해 주제를 알 수 있지요.

 

루시를 통해 이 사실은 더 극명하게 들어나는 듯 합니다. 지킬과 하이드 모두 그녀를 좋아하죠. 이중인격이지 않은 그녀를 하이드는 학대하고 지킬은 지키려 합니다. 하이드가 그녀를 죽이는 건 자신을 속이려 했다는 사실 보다는 지킬에 대한 질투가 폭발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킬 박사의 연구실을 포토존으로 만들었다]

 

 

역시 가장 큰 매력, 주제 전달에 호소력 짙은 넘버들

 

10주년 기념 공연인 이번에는 듣기로 처음 듣는 넘버도 있던 듯 했습니다. 첫 번째 넘버 <Lost in the Darkness>이후에 당연히 앙상블인 <Facade>가 나올 줄 알았는데 다른 곡이 나와 좀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어요. 그런데 원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 혼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킬의 <This is moment>, 하이드의 <Transformation> <Alive> <Confornation>, 그리고 루시의 <A new life> <Someone like you> 등의 넘버를 좋아했어요. 이번에는 <Facade> <Murder, Murder> <In his eyes> <Take me as I am> 등의 이중창이나 앙상블 곡들이 힘이 넘쳐 푹 빠졌습니다.

 

특히 <Murder, Murder>에서는 하이드의 연쇄 살인이 이어지는 중간에 서민들과 위선적인 사회 지도층 간의 대립 동선이 독특했어요. 인간의 이중성과 함께 빈부 격차에서 오는 이중적인 사회를 그려내려는 노력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루시를 맡은 리사씨 컨디션 난조는 아쉬웠어요. 고음에서 어찌나 심장 쫄리던지.

 

기존에 봤던 콜린 섹스턴이나 김선영씨와 비교 됐습니다. 또한 엠마와 함께 부르는 <In his eyes>에서 밀리는 듯 느꼈어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 캐릭터 엠마는 조정은씨 덕분에 몰입하여 봤습니다.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을 맡았었죠. 깨끗하면서도 힘있는 성량이 인상적입니다.

 

 

[데이빗 하셀 호프가 출연했던 브로드웨이판 <Facade>]

 

 

당분간 조승우씨 말고….

 

이로써 조승우씨가 출연하는 대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 <지킬 앤 하이드> 를 모두 봤네요. 그의 티켓 파워 때문에 평일 휴가를 쓰고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매하려면 오픈한지 10분도 걸리지 않아 전석 매진에 가까운 힘을 지녀 무척 피곤하죠. 당분간 그가 아닌 다른 분의 작품을 여유롭게 보고 싶네요.

 

<지킬 앤 하이드> 처럼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번 감상한 작품은 없습니다. 그만큼 애정도 많이 생겨요. 무대가 화려하지 않아도 간단명료하게 사람의 본성을 파고드는 이야기, 선한 의지로 맞는 비극적인 결말 그리고 감정 속으로 파고드는 넘버들은 감동을 자아내지요.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이번 2014 10주년 기념으로 보면 어떠실런지요?

 

 

[조승우씨의 3대 뮤지컬 모두 관람^^]

by 왕마담 2014.12.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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