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음치입니다. 왜 이 말로 편지를 시작했냐면 마음 편지를 받는 분 중 간만에 만나는 지인들이 있으면 노래 배우는 걸 알아 자꾸 노래방을 가려고 해요. 마이크를 쥐면 기대 듬뿍 담긴 시선으로 쳐다 보니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게다가 거기에서 가곡을 부르기도 멋쩍고 또한 곡이 있지도 않더군요.

 

밑밥을 깔았으니 하고자 하는 말을 하겠습니다. 노래 수업 중 가장 황망한 경우는 (나름) 잘 부르다가 리듬이나 멜로디를 잊어버린 경우더군요. 머리 속에는 그 흥이 있는데 성대를 너머 나오는 소리는 그저 소리일 뿐입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박자도 놓치면 완전 사면초가더군요.

 

혼자 부르는 곡보다는 합창을 불러야 할 경우 거의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주 멜로디로만 전원이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 해요. 지금까지 배운 몇 곡도 불러야 하는 음을 내지 못하고 다른 분의 음을 쫓아가니 화음이 있는 매 순간 불협화음을 이끌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테너의 음을 내야 하는데 소프라노를 쫓느라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어요. 좀 더 낮은 음을 불러 편할까 싶어 바리톤을 부르다가 소프라노와 테너 그리고 바리톤이 나눠질 때면 우렁찬 테너가 되어 있습니다. 어찌 이 난관을 헤쳐 나갈까 궁리하다가 방법 같지도 않은 요령 하나를 찾았어요.

 

 

 

귀를 막는 겁니다. 다른 음정이 들리지 않도록 불러야 할 음에만 집중하는 거죠. 치명적인 단점이 있더군요. 피아노는 물론이고 다른 분 소리를 놓치기 일쑤니 박자가 틀려 버려요. 또 다른 요령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부르기 직전 먼저 부르는 거죠. 그러나 첫 음은 항상 헷갈려 자신감이 떨어지니 정작 늦게 부르기 일쑤입니다.

 

문득 마이카 살 때 생각이 나더군요. 이 친구가 이 차를 말하면 이게 좋은 거 같고, 저 친구가 저 차를 말하면 저게 나은 듯 했습니다. 각기 다른 영업사원들의 말을 들으면 홀려서 어느덧 계약서에 사인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죠. 영락없는 팔랑귀가 되었던 순간입니다.

 

덩달아 '나는 다른 사람들과 화음을 잘 맞추는 사람인가?' 싶은 의문이 들었어요. 잘 모르는 무언가를 살 때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건 아니었나 싶습니다. 타인들과 부딪히지 않는 적정한 선에서 이런 말 저런 말을 하고 정작 내 의견은 없었던 듯 했어요. 혹은 반대로 아예 생고집을 쓰기도 했습니다.

 

 

 

간혹 음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신기한 경우도 있더군요. 나름 연습을 했던 경우가 그랬습니다. ~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노래 연습하는 데에는 차만큼 좋은 데가 없더군요. 약점은 내가 정말 노래를 잘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끔 공간이 주는 울림이 좋다는 겁니다.

 

각설하고, 내 음만을 불렀을 뿐인데 다른 분들과 화음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참 기분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맡은 일을 해내었을 때 성과의 한 요소로 기여한 순간이 그런 경우였지요. 관계에서도 솔직한 제 생각을 말하여 함께를 이해하는 단초가 되었을 때도 짜릿함을 느낍니다.

 

노래를 연습하듯 배려를 담은 솔직함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전히 이리저리 흔들리겠지만 화음을 이룰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번 주 연주회가 있는 데 학기 내내 가장 자신 없던 노래를 부르게 됐어요. 합창도 불러야 하는데 과연 화음을 제대로 넣을 수 있을까요? 벌써 두근거립니다. 어울리는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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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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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이번 주 연주회에서 불러야 할 합창곡, <살짜기 옵서예> by Sp.신델라씨와 K4]

by 왕마담 2014.05.26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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