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외근 나갔습니다. 일하다 보니 근방에서 일하는 또 다른 지인이 생각났어요. '조금만 일찍 끝내고 이들과 차 한잔 했으면 좋겠다' 싶어 단체 카톡창에 근처에 있다는 걸 말씀 드렸습니다. 괜히 번거롭게 하는 건 아닐까 고민했는데, 예상보다 반갑게 차 한잔이라도 하자는 인사가 고마웠어요.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여유로운 차 한잔을 하고 싶어 집중하여 일했습니다. 그러나 오후 4시가 가까워 오자 조급해졌어요. '으악~ 안돼~'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 마무리하니, 어느덧 시간이 4 20분 정도였습니다. 웬일인지 5시가 가까워 오도록 담당자가 보이지 않았어요.

 

결과에 대한 리뷰 회의가 필요했습니다. 다른 사람 시간에 대한 배려가 없는 모습을 보니 속으로 부글부글 열불이 들끓었어요.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 차 한잔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또 그날 저녁에는 다른 지인들과 공연 관람 약속이 있었죠. 더 기다릴 수 없어 5 30분쯤 고객사를 나왔습니다.

 

공교롭게 이튿날에는 전사 행사인 마라톤 대회가 열렸어요. 저도 선수였죠. 팀장님이 좀 걱정하는 듯 하여 오전에 빨리 일 끝나고 들어간다고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다음날 오전 고객사에서 일이 마무리 된 시간이 얼추 오전 11 10분 즈음 되더군요.

 

11 30분부터 점심식사인 사무실에 들어가도 팀원들과 같이 밥 먹기에 애매했습니다. '어제 차 한잔 하지 못한 지인들과 점심 식사를 할까?' 싶었지요. 그런데 어제 온 종일과 오늘 한 나절을 여기 고객에게만 사용해서 눈치가 보였습니다. 팀이 바쁜 시기거든요.

 

지인들께도 점심 식사를 앞두고 갑작스런 제안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선약과 같이 응하지 못할 다른 일이 있으면 미안하게 만들 거 같았어요. 5분 정도 지하철 역사 의자에 앉아 '할까? 말까?' 갈등했습니다. '다음에 할까?' 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

 

갈팡질팡 마음 다독이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습니다. 회사에 느끼는 죄책감을 떨치도록 빨리 들어갈 수 있고, 또 보자는 기약을 하니 지인들과 점심식사에 대한 아쉬움도 내려 놓을 수 있었죠. 하지만, 그 날이 언제일지 모릅니다. 그저 지금 복잡한 마음을 가장 손쉽게 다스릴 수 있는 변명인 듯 했어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일단 지인들께 식사 같이 하자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혹 시간이 안 된다고 하면 회사에 가면 되고 아니면 어차피 먹을 밥, 하면 되고...... 왠지 모르게 드는 죄책감은 버리자 마음 먹었습니다. 곧 지인 한 분에게 '방금 선약이 취소됐는데 잘 됐다'는 메시지가 왔어요.

 

신기하게 선약이 방금 취소되어, 다른 약속을 잡으려는 찰나 제 메시지를 본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분도 같이 하겠다네요. 어제 오늘 까다로운 고객과의 일로 지쳐있던 마음이 한 순간 회복된 듯 즐거워졌습니다. 팀장님께 여기서 식사하고 간다고 하니 역시나 흔쾌한 허락에 가졌던 죄책감이 바보스럽게 느껴졌어요.

 

맛나고 즐거운 점심 식사를 하고 회사에 들어오니 마음이 안심스러워졌습니다. 버렸다고는 해도 한 켠에 있던 무거움이 날라간 듯싶어 씁쓸했어요. '회사에 있을 때 마음이 제일 편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런 내 생각과 달리 회사는 참 별일 없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외근 다녀온 ''에 대한 관심도 많지 않았어요. 가끔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일을 볼 때 드는 죄책감 혹은 압박감을 봅니다. 오랫동안 일해온 근로자 근성인지, 고지식한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바보 같았어요. 몸만 회사에 있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나 혼자 느끼는 의식의 울타리에 갇힌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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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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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5.05.1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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